[테마 1] 탄소중립 전시회, 실행에서 찾은 전시산업의 새로운 실천 기준
- 준걸 김
- 7월 10일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8월 11일
탄소중립을 향한 첫걸음, 전시회 현장의 탄소중립 실천 사례
기후위기 대응의 일환으로 전시산업에서도 탄소중립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시회 운영 전반에서 온실가스가 다량 배출되며, 특히 관람객 이동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관리가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로 인해 탄소중립 실천이 선언적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나라 전시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작은 실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글·사진 | 장원식 (주)지구를 구하는 인간 전략이사

국제적으로는 주요 박람회와 콘퍼런스를 중심으로 배출량 산정과 탄소 상쇄 프로그램을 결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박람회의 경우, 2010년 상하이 엑스포1)를 시작으로 밀라노(2015)2), 두바이(2020)3) 등에서 전 과정의 배출량을 산정하고 일부 탄소 상쇄를 적용했다. 중국-아세안 엑스포(2023)4) 등 일부 전시회에서는 100%를 상쇄한 사례도 등장했다. 국제 회의 분야에서는 COP27(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5)이 대표적인 사례다. 2022년 개최된 COP27에서는 탄소중립 국제 회의의 기준을 제 시했으며 이후 여행, 관광, 보건 등 다양한 산업 콘퍼런스6)로 확산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렇듯 MICE 산업 전반에서 탄소 관리가 기본 운영 항목으로 자리 잡아 가는 흐름 속에서 탄소금융 스타트업인 ‘주식회사 지구를 구하는 인간(이하 지구인)’은 지난 3년간 국내 주요 전시회를 대상으로 ‘탄소중립 전시회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해 왔다. 본 글에서는 지구인의 활동 사례를 중심으로 전시업계가 실천할 수 있는 탄소 감축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탄소중립 전시회 현장 실행 사례
지구인은 총 5건의 전시회에서 탄소 배출량 산정, 감축 캠페인, 상쇄 실행까지 전 과정을 포함하는 ‘탄소중립 전시회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초기에는 모든 배출원에 동일한 상쇄율을 적용하는 일률적 방식을 채택했으나, 프로그램 운영을 거듭하면서 배출원을 세분화하고 상쇄 목표를 차등 적용하는 방식으로 발전시켰다. 관람객 참여 프로그램도 병행함으로써 실행력과 현장 중심성을 더욱 강화했다. 다음은 지구인이 운영한 주요 실행 사례다.
❶ AI Korea(2022)
AI Korea는 국내 전시산업 최초로 탄소 배출량 산정과 상쇄를 모두 적용한 사례다. 사전 계획을 통해 총 배출량의 100% 상쇄를 목표로 설정했으며 전력, 가스, 폐기물, 관람객 이동 등 주요 배출원을 포함해 총 이산화탄소 등가량 52tCO2eq7)의 탄소 배출량을 산정했다. 이후 검증된 탄소 상쇄권을 구매해 전량 상쇄하며 당초 계획한 목표를 달성했다.
현장에서는 관람객 대상 탄소 감축 활동 캠페인도 병행했다. 일상 속 탄소 저감 실천 후 인증 사진을 제시하면 경품과 NFT 인증서를 제공하는 참여형 이벤트를 마련해, 자발적인 행동을 유도하고 탄소중립 인식 확산에도 기여했다.
❷ 기후산업국제박람회(2023)
기후산업국제박람회는 국내 대형 전시회 가운데 최초로 배출량을 산정하고, 전량인 457tCO2eq를 상쇄해 탄소중립을 실현한 사례다. 배출원 설정 및 산정 방식은 AI Korea와 유사했으나,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의 협업을 통해 관람객 참여 프로그램을 공식 운영에 포함시켰다.
현장에서는 참관객이 탄소 감축 실천 혹은 환경 기업 부스 방문 시, 보상을 제공하고 생활 속 실천 가이드를 배포했다. 운영 프로세스를 체계화해 관람객의 참여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인 점은 기존 대비 주요한 진전으로 평가된다.
❸ DSK 2025(드론쇼코리아)
DSK 2025(이하 드론쇼코리아)는 국내 전시산업 최초로 배출원을 ‘통제 가능한 영역’과 ‘추정 산출이 필요한 영역’으로 구분하고, 이에 따라 상쇄 목표를 차등 적용한 사례다. 드론쇼코리아는 전력, 가스, 폐기물과 같은 통제 가능한 배출원에 대해서는 100% 상쇄를 목표로 적용한 반면, 관람객 이동 등 추정 기반의 배출원에 대해서는 25% 상쇄 목표를 설정했다. 이에 따라 총 457tCO2eq 배출량 중 123tCO2eq를 상쇄했다.
또한 국내 최초로 동일 전시회에 대해 2년 연속 탄소 배출량을 산정하고, 2025년에는 전년 대비 17%의 배출량 감축 성과를 달성함으로써, 전시회의 환경 성과를 시계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 현장에서는 드론·항공·우주·방위산업 및 탄소중립 분야 12개의 기업이 참여한 ‘넷제로 공동관’을 운영했다. 이 공동관은 이종 산업 간 융합 비즈니스 모델 발굴과 네트워킹을 촉진하는 플랫폼으로 40여 개 기업이 향후 관련 정보 알림을 요청하는 등 높은 성과를 거뒀다. 해당 사례는 배출원 관리 고도화와 함께 산업 간 탄소중립 네트워킹 플랫폼 구축을 동시에 실현했다는 점에서 기존 탄소중립 전시회와 차별화되는 진일보한 모델로 평가된다.
국내 전시산업 탄소중립 실천 인사이트 및 실행 방향
국내 전시산업의 탄소중립 실천은 모든 배출원을 일괄적으로 상쇄하는 방식보다는, 행사 운영에서 통제 가능한 영역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현실적이고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드론쇼코리아 사례에서 확인되었듯, 배출원의 특성과 관리 가능성을 고려한 차등적 목표 설정은 현장 실행력을 높이고 투명성을 강화하는 효과적인 방식이다. 관리 역량이 축적됨에 따라 배출원의 정의와 산정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가는 방향도 실천적 전환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또한 관람객과 참가사를 대상으로 한 참여형 프로그램 운영과 산업 간 협업을 통한 탄소중립 플랫폼 구축은 실행력 있는 현장 중심의 모델로 주목할 만하다.
이는 전시회 운영자가 비교적 쉽게 실행할 수 있는 영역으로 탄소중립 추진의 출발점이자 실행력을 높이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탄소중립 실천의 현장 실행력을 확보한 뒤, 자재·설비의 친환경 전환 등 장기적 전략이 요구되는 분야로 계획을 확장하는 단계적 접근도 고려할 수 있다.
결국 전시산업의 탄소중립 실천은 행사 운영의 현실적 여건과 관리 가능성을 바탕으로 한 실행 중심 전략이 핵심이다. 아울러 절대 배출량 수치나 상쇄 규모를 넘어 배출원 정의의 충실성, 실행력, 참여 주체의 다양성과 같은 ‘과정의 완성도’를 중시하는 관점으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전시업계가 보다 실천적이고 실행력 있는 방향으로 탄소중립 실천을 확대해 가길 기대한다.
출처
1) UNEP, Final Environmental Review of the 2010 World Exposition, 2012,
2) Gallo 외, GHG Accounting for sustainable mega-events: How lessons learnt during the Milan Expo 2015 world fair could lead to less carbon-intensive future mega-events, 2020,
3) Expo 2020 Dubai, SUSTAINABILITY REPORT 2020 CONNECTING MINDS, CREATING THE FUTURE, 2021,
4) UNFCCC, CDM registry #2392, 2023,
5) UNFCCC, COP27 Sustainability Report, 2023,
6) UNFCCC, CDM registry, 2024-2025,
Verra, Verra registry, 2024-2025,
7) 온실가스환산톤(tCO2eq)은 다양한 온실가스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이산화탄소와 같은 효과 기준으로 환산해, 그 값을 ‘톤(ton)’ 단위로 나타낸 수치이다. 즉,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 온실가스마다 온난화에 기여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이산화탄소의 영향력과 비교해 하나의 공통 단위로 계산한 것이다. 탄소 배출량을 수치화하고 상쇄할 때 가장 널리 사용되는 국제 표준 단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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