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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전시회 철거 현장의 안전관리, 전시주최자의 역할과 과제

13시간 전
5분 분량

안전관리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전시산업의 새로운 접근



화려한 전시회의 막이 내리면 현장에서는 또 다른 긴장이 시작된다. 짧은 시간에 반출과 해체 작업이 집중되는 철거 현장은 다양한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단기·외주 중심의 인력 구조와 전문인력 부족은 안전관리의 사각지대를 키운다. 이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시장 안전관리의 현실을 짚고, 자율적인 예방 활동과 표준화된 시스템을 통한 개선 방향을 알아본다.




글·사진 | 안상교 SCC 안전보건관리 담당자·과장



© SHUTTERSTOCK



철거의 5시간, 안전이 시험대에 오르는 순간

전시회 종료를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간 지 10분이 지나면, 전시장은 다시 분주해진다. 주어진 철거 시간은 단 5시간. 전시물 반출부터 부스 해체, 전기 배선 철거, 폐기물 수거까지 여러 작업이 짧은 시간에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 제한된 공간에서 다양한 작업이 중첩되는 만큼 안전사고가 일어날 위험도 자연스럽게 커진다.

다음과 같은 상황을 가정해 보자. 한 작업자가 3m 높이의 A형 사다리에 올라 부스 조명을 철거하고 있다. 그 옆으로 자재를 가득 실은 운반 대차가 전시장 통로를 이동하다 사다리를 툭 치고 지나간다. 깜빡하고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작업자는 균형을 잃고 바닥으로 추락해 쓰러진다. 만약 이 사고로 작업자가 사망한다면 전시주최자와 협력업체는 관계기관의 사고 조사와 원인 규명, 법적 책임을 둘러싼 후속 절차를 겪으며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이처럼 전시회 부스 설치·철거 현장은 다양한 위험 요인이 공존하는 작업 공간이다. 특히 작업 기간이 짧고 다수의 외주업체가 참여하는 전시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현장의 안전관리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시주최자가 마주하는 안전관리 책임

전시회 부스 설치·철거 과정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실제 작업을 수행한 협력업체뿐 아니라 전시회를 총괄하는 전시주최자의 안전관리 책임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소규모 전시주최사는 사업장의 규모와 업종 등에 따라 관련 법령의 적용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정확한 사전 이해가 필수다.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와 제64조는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와 산업재해 예방조치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해당 규정은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될 수 있어 사업장 규모만으로 적용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전시주최자 역시 계약과 현장 운영 형태에 따라 도급인으로서 안전관리 의무를 부담할 수 있다. 고소작업 중 추락이나 하역장 화물차에 의한 깔림 등의 사고로 근로자가 사망하고, 그 원인이 제63조에 따른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해당 의무를 위반한 자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일반적인 전시회 부스 설치 현장에서 첫날에는 부스 설치와 목공 작업이 진행되고, 이튿날에는 자재 반입과 현수막·조명 설치 등의 작업이 이뤄진다. 행사 종료 후에도 제한된 시간 안에 빠르게 철거를 마쳐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이러한 작업 환경은 전시주최자의 안전관리 부담을 높인다. 이는 개별 전시주최자의 관리 노력만으로 해소하기 어렵기에 전시산업의 인력 구조와 사업 운영방식 등 산업 전반의 특성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단기·외주 중심의 고령화된 인력 구조

2024년 전시산업통계에 따르면 현장 투입 인력 71,496명 중 정규직은 단 7.5%에 불과하며 92.5%는 단기·외주 인력이다. 또한 종사자의 43.2%가 50대 이상 고령층이다.

 

영세 주최사와 교육의 부재

국내 전시주최·기획업의 85.3%(1,642개사)가 상시근로자 5 인 미만의 소규모 기업으로 전담 안전관리자를 별도로 확보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게다가 한국표준산업분류(KSIC)상 ‘전시, 컨벤션 및 행사대행업(75992)’은 「산업안전보건법」 제3조 및 같은 법 시행령에 따른 안전보건교육 적용 제외 업종으로 분류돼 있다. 따라서 전시주최자가 현장 안전관리에 필요한 전문 지식과 실무 역량을 체계적으로 습득할 수 있도록 별도의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여건은 전시업계가 안전사고에 취약한 구조적 특성을 안고 있음을 보여 준다. ‘2022~2024년 중대산업재해 발생 현황’에 따르면 전체 중대재해 887건 중 62.2%에 달하는 552건이 하청 현장에서 발생했다. 또한 전시업계 전체 기업의 87.1%(51,460개사)는 5인 미만 기업이다.

‘2025년 산업재해통계’에 따르면 전체 사고 사망자의 40.6%(354명)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으며, 이들 사업장의 사고사망만인율은 0.94‱로 전체 평균인 0.38‱의 약 2.5배에 달했다. 아울러 전체 사고 사망자의 78%(680명), 전체 사고 재해자의 59%(66,827명)가 50세 이상 근로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통계는 하청 중심의 작업 구조, 5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 50세 이상 근로자 비중이 높은 전시장 현장의 특성을 고려할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안전과 위험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 중인 전시장

전시산업의 구조적 특성에 이어 실제 작업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인도 주목해야 한다. 전시장에서는 고소작업과 전기공사, 중장비 운행, 화물 상·하차 등 다양한 작업이 동시에 진행된다. 이들 작업은 전시회 운영에 필수적이지만, 작업 동선과 안전조치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을 경우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전시회 설치·철거 작업과 유사한 타 현장의 사망사고 사례를 살펴보면 ‘어쩌면 그동안 우리는 운이 좋았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공개한 중대재해 사례에서도 전시회 설치·철거 현장과 유사한 작업 환경에서 사고가 얼마나 빈번하게 발생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 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포털(https://portal.kosha.or.kr) 중대재해사이렌 2026년 1~9월

 


이러한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아차사고(Near Accident)’*에도 주목해야 한다. 실제 재해로 이어지지 않았더라도 사고의 위험이 있었던 사례는 중요한 관리 대상이다. 필자 역시 현재 근무 중인 수원컨벤션센터에서 발생한 아차사고 사례를 통해 현장 안전관리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확인해 왔다.

* 아차사고: 사망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으나 직접적인 사고로는 이어지지 않은 경우

 

 

규제 준수를 넘어 자율적인 안전관리 체계로

1972년 발표된 영국의 ‘로벤스 보고서(Robens Report)’는 현대 산업안전관리 체계의 발전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이 보고서는 세부적인 법적 규제에 의존하는 방식의 한계를 지적하고, 사업주와 근로자가 함께 안전을 확보하는 자율적인 관리 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접근은 전시산업에도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전시회 설치 기간과 예산, 작업 일정 등 현장 운영의 주요 조건은 상당 부분 전시주최자의 의사 결정에 따라 정해진다. 따라서 전시주최자가 안전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업체와 협력해 현장의 위험 요인을 사전에 파악하고 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물론 법적 규제와 책임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 다만 안전관리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의무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시주최자가 현장의 위험 요인을 실질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절차와 도구를 제공해야 한다.

 


 (2024년 1월) 컨벤션홀 행사용 LED 설치를 위한 비계 구조물 설치 중 추락


(2025년 3월) 대형 화물차 출차를 위해 회전하던 중 하역장 기둥 패널 파손


(2026년 8월) 작업자의 실수로 인한 전선 단락으로 차단기 열화 발생



표준화된 시스템을 통한 안전관리의 실효성 강화

전시주최자가 안전관리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더라도, 관련 법령과 절차를 개별적으로 검토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전담 인력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소규모 전시주최사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복잡한 법적 지식을 별도로 갖추지 않더라도 필요한 안전관리 절차를 이해하고 이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전시산업진흥회(이하 진흥회)는 전시산업의 안전관리 수준을 높이고 전시주최자의 법적 의무 이행을 지원하기 위해 전시산업 서비스(안전관리) 국제표준(ISO)과 전시장 안전관리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주요 전시장의 현장 운영 경험과 안전관리 전문가들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세부 체계를 마련하고 있으며, 시스템은 2027년 상반기 시제품 테스트를 거쳐 하반기에 정식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시스템을 통해 전국 전시장의 작업 신고 절차가 표준화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그 효과는 단순히 양식을 통일해 행정 처리를 편리하게 하는 것에서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시스템에는 유해·위험작업 계획서, 위험성 평가, 안전교육 이수 등 도급인의 법적 의무 이행과 관련된 주요 관리 항목이 반영될 예정이다. 전시주최자는 이를 바탕으로 표준화된 절차에 따라 작업 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안전조치의 이행 여부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작업 신고와 안전관리 이력이 기록으로 남는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 기록을 통해 사고 예방 활동의 내용과 이행 여부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법적 의무를 이행했는지 검토하는 근거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표준화된 안전관리시스템은 전시주최자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현장의 안전관리 수준을 높이는 실질적인 지원 수단이 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전시산업을 뒷받침하는 안전관리 체계

안전관리는 전시회의 원활한 운영과 전시주최자의 사업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중대한 안전사고는 인명 피해뿐 아니라 기업 경영과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사고 예방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진흥회가 개발 중인 전시장 안전관리시스템 역시 전시주최자가 현장의 위험 요인을 체계적으로 파악·관리하고, 안전조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목적이 있다.

앞으로 전시산업의 안전관리 체계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제도와 시스템의 마련뿐 아니라 전시주최자와 전시장 운영자, 디자인 등 산업계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이 중요하다. 안전관리를 전시회 운영의 부수적인 업무가 아닌 지속 가능한 산업 발전을 위한 필수 요소로 인식할 때, 보다 안전하고 신뢰받는 전시 환경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VOL.133(202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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