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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세계가 찾아오는 전시회, 수출 1조 달러 시대를 여는 플랫폼으로

13시간 전
5분 분량

「전시산업 발전 로드맵 2030」으로 살펴보는 한국 전시산업의 미래

제4차 전시산업 발전계획의 핵심 과제와 추진 방향



전시회는 기업이 세계 시장과 만나는 가장 오래되고 확실한 비즈니스 창구다. 연간 700여 회의 전시회가 열리는 지금, 한국 전시산업의 다음 과제는 분명하다. 세계가 먼저 찾아오는 ‘한국 대표 전시회’를 키우는 일이다. 정부는 지난 10월 향후 5년간의 전시산업 정책 방향을 담은 「전시산업 발전 로드맵 2030」을 마련했다. 국내 전시산업이 양적 성장을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수출 1조 달러 시대를 뒷받침하는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전환점이다.



글 | 한여름 한국전시산업진흥회 전시사업본부 과장



© SHUTTERSTOCK



전시산업,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도약으로

2008년 「전시산업발전법」이 제정된 이후 세 차례의 발전 계획을 거치며 국내 전시산업은 꾸준히 외형을 키워 왔다. 전시장 면적은 19만㎡에서 34만㎡로 늘었고, 연간 전시회 개최 건수도 264건에서 736건으로 증가했다. 전시장 인프라와 제도적 기반이 확충되면서 산업의 저변도 크게 넓어졌다. 이제 국내 전시산업은 양적 확대 자체보다 축적된 기반을 어떻게 산업 경쟁력으로 전환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글로벌 경쟁력 측면에서는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가 있다. 국내를 대표하는 대형 전시회들도 해외 참관객 유치와 거래 규모 면에서는 아직 세계 유수 전시회와 격차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3만㎡ 이상 규모의 대형 전시회는 전체의 5%에 불과하며, 국내 전시주최사의 95%가 30인 미만의 소규모 기업이다. 특히 지방 전시산업의 경우 교통·숙박 인프라, 전시 전문인력 확보, 디지털 역량 등에서 수도권 수준의 기반을 갖추는 것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지금이야말로 한국 전시산업이 도약할 적기다. 이유는 분명하다. 2028년 킨텍스 제3전시장과 2032년 잠실 MICE 단지가 준비를 마치면 수도권에만 총 30만㎡ 규모의 전시 인프라가 갖춰진다. 반도체·조선·방산 등 세계적 제조 경쟁력을 확보한 산업군과 K-컬처의 국제적 위상 역시 해외 바이어와 참관객을 유치할 수 있는 강력한 자산이다.

이번 로드맵은 이 기회를 살리기 위한 고민의 결과다. 정부는 24년 전시산업 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사전 연구를 시작으로 지난 3월부터는 관계부처와 지자체, 전시장, 주최사, 학계 등이 참여하는 민관 TF를 매월 운영했다. 또한 글로벌·지역·해외 진출 분야별 분과회의와 전문가 및 지역 간담회를 진행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과제를 제시하기보다, 전시업계가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과 제안을 정책에 최대한 담아내기 위한 과정이었다.

 

 

수출 1조 달러에 걸맞은 비즈니스 플랫폼 구축 전략

로드맵이 제시한 비전은 ‘수출 1조 달러에 걸맞은 비즈니스 플랫폼 구축’이다. 전시회를 며칠 동안 열렸다가 사라지는 단발성 행사가 아니라 산업과 지역, 문화가 만나 거래와 투자, 협력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는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육성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국가·지역 대표 전시회를 5개 이상 육성하고, 현재 5% 수준에 머물러 있는 대형 전시회의 비중을 2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산업과 문화가 융합된 대형 전시회를 중심으로 키울 예정이다.

추진 전략은 총 네 가지다. 국가대표 글로벌 전시회 육성, 지역거점 특화 전시회 육성, K-전시산업 해외 진출 확대, 전시산업 경쟁력 기반 강화이다. 그 아래 12개 정책과제를 두어 전시회의 대형화·국제화에 그치지 않고 지역 생태계와 인력, 디지털 전환까지 산업의 기초 체력을 함께 다지겠다는 구상이다.

 

 

국가대표 전시회, ‘선택과 집중’을 통한 글로벌 스케일업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정부 지원 방식의 전환이다. 그동안 정부의 전시회 지원은 연간 50억 원 안팎의 예산을 70여개 전시회에 나눠, 회당 7천만 원가량을 해외 바이어 유치 위주로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저변을 넓히는 데는 의미가 있었지만 하나의 전시회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로드맵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전시회를 발굴하고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했다. 전자·반도체·기계·로봇 관련 전시회를 AI라는 공통 주제로 묶는 ‘산업 AI 융합위크’, K-뷰티·푸드 전시회와 도시축제를 연계한 계절별 대형 행사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를 실제 사업으로 구현하기 위해 ‘국가대표 전시회 육성사업’도 신설해 2027년 예산에 반영했다. 수도권 1개, 지방 2개 전시회를 선정해 최대 15억 원을 2년간 집중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주최기관이 종합마케팅대행사와 컨소시엄을 이루고 지자체가 함께 참여하며, 지원 범위도 콘텐츠 고도화와 지역 자원 연계, 정부 정책 행사 유치까지 넓혔다. 매년 성과를 점검하고 종합평가를 거쳐 후속 지원을 결정하는 성과 중심의 지원 방식이다. 지원 규모를 키우는 동시에, 성장 가능성과 성과에 따라 지원을 이어 가는 구조를 갖췄다는 점에서 기존 방식과 차별화된다.

 

 

지역과 함께 다지는 균형 잡힌 전시산업 성장 기반

아무리 우수한 육성 정책이라도 이를 온전히 수용할 수 있는 현장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 지난해 대형 전시회는 수도권에서 31건이 개최되었지만, 비수도권에서는 7건에 그쳤다. 지방 전시회가 국가대표 전시회 육성사업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기반 여건의 차이를 먼저 극복해야 한다.

이번 로드맵이 국가대표 전시회 육성과 함께 지역 전시산업의 기초 체력 강화에 무게를 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먼저 「전시산업발전법」을 개정해 전시산업을 단순한 행사 서비스 산업이 아니라 산업 간 융합을 촉진하는 플랫폼 산업으로 재정의할 계획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전시산업 정책을 조율하는 ‘전시산업발전위원회’를 마련하고, 지역 인프라를 집중 지원할 수 있도록 ‘전시산업 발전지구’의 법적 근거도 신설한다.

전시사업자와 AI 기업이 참여하는 AX(AI 전환) 추진단을 꾸려, 중소형 주최사도 AI 바이어 매칭이나 참관객 분석을 도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대형 전시기업 중심으로 활용되던 디지털 기술을 산업 전반으로 확산해 전시회의 운영 효율성과 비즈니스 매칭 성과를 높이는 것이 목표다. 채용 연계형 인턴 교육제와 권역별 맞춤형 교육과정도 새로 마련해 지역 간 인력 격차를 줄여 나간다. 그동안 전시산업의 오랜 과제로 꼽혀 온 인력난의 해결을 개별 기업에 맡겨 두기보다 산업 차원의 인력 양성체계를 구축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국가대표 전시회 육성이 앞바퀴라면, 지역 기반 조성은 뒷바퀴다. 두 바퀴가 함께 굴러야 지방에서도 세계 무대에 설전시회가 나올 수 있다.

 

 

‘지원을 더 길게, 더 넓게’ 현장에서 달라지는 것들

이러한 정책 변화는 전시주최사와 전시장, 전시서비스업체 등 산업 현장의 사업 방식에도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전시주최사에는 단년도 소액 지원 중심에서 벗어나 성장 가능성에 따라 여러 해에 걸쳐 집중 지원을 받는 새로운 성장 경로가 마련된다. 해외 진출을 꿈꾸는 주최사라면 코트라 지사화 사업을 통한 현지 거점 구축, 민관 공동브랜드 전시회 개최, 신규 전시회에 대한 민간투자 연계와 보증 상품 같은 새로운 지원도 눈여겨볼 만하다.

전시장 역시 새로운 기회를 맞게 된다. 노후 시설의 안전진단과 설비 교체, 전시산업 발전지구 인센티브 등을 통해 인프라를 새롭게 다질 수 있다. 킨텍스가 인도와 말레이시아 전시장을 위탁 운영하는 것처럼 해외 전시장 운영권 확보에 나서는 길도 정부가 함께 열어 간다.

전시서비스업체와 업계 종사자에게는 AI 솔루션 도입 지원을 비롯해 ESG 가이드, 전시회 성과평가 가이드라인, 안전 관리 표준 등이 제공된다. 이를 통해 AI 활용과 ESG 실천, 성과평가와 안전관리의 새로운 산업 기준이 자리 잡게 될 전망이다.

로드맵의 주요 과제는 앞으로 단계적으로 현장에 적용된다. 국가대표 전시회 육성사업은 2027년 초 공모를 시작하고, 「전시산업발전법」 개정은 2027년 하반기, 전시산업 발전지구 지정은 2028년 상반기를 목표로 추진한다.

 

 

정부가 마련한 판, 그 위의 주인공은 전시업계

정책 비전이 구체적인 지원사업과 법·제도로 연결되면서 향후 몇 년간 국내 전시산업의 사업 환경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정책이 성장의 기반을 마련한다고 해서 세계적인 전시회가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와 MWC(Mobile World Congress)가 세계적인 전시회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시장의 변화를 앞서 읽고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하며, 글로벌 기업과 바이어를 지속적으로 유치해 참가업체의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 낸 민간의 역량이 있었다. 결국 전시회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것은 현장을 움직이는 주최자와 사업자의 기획력과 실행력이다. 정부의 역할은 그 도전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걸림돌을 치우는 데 있다.

정부는 전시산업발전위원회와 지역전시 얼라이언스 등을 통해 업계와의 소통 창구를 상시로 열어 둘 예정이다. 로드맵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랬듯, 실행 과정에서도 현장의 목소리가 가장 중요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 정책이 실제 산업의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가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긴밀하게 방향을 맞춰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전시산업 발전 로드맵 2030」은 한국 전시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새로운 출발선이다. 정부는 이번 로드맵을 바탕으로 2030년까지 국내 전시산업이 세계 각국의 기업과 바이어가 먼저 찾는 글로벌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업계와 함께 정책과제를 하나씩 실행해 나갈 계획이다. 


                                                




VOL.133(202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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