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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리포트 1] 기술, 사람, 도시가 만나는 곳: MWC 2026이 보여 준 전시산업의 미래

  • 5월 8일
  • 5분 분량

최종 수정일: 5월 13일


CES는 쇼케이스, MWC는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진화

MWC 사례를 통한 국내 전시산업이 나아갈 방향은?



세계 최대 ICT 산업 전시회인 MWC(Mobile World Congress, 이하 MWC)는 이제 단순한 기술 전시회를 넘어 글로벌 산업 전략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매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이동통신 산업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데이터 인프라, 스마트 모빌리티, 디지털 헬스케어 등 다양한 디지털 산업을 포괄함으로써 글로벌 ICT 생태계를 연결하는 핵심 무대로 기능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MWC 2026의 생생한 전시 현장을 들여다보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전시업계가 나아갈 방향을 함께 짚어 본다.


글·사진 | 김소민 한국전시산업진흥회 전시사업본부장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6’ 현장



MWC 2026 개요 및 주요 아젠다

2026년 MWC를 관통하는 가장 분명한 키워드는 역시 AI였다. 전시장 곳곳에서 AI 기반 네트워크 운영, 차세대 통신기술, 데이터 인프라, 산업별 AI 적용 사례 등이 소개되었다. 많은 기업은 ‘AI는 이제 기술이 아니라 인프라’라고 언급하며 산업 구조가 AI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다만 이번 행사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단순한 기술 경쟁이라기보다 AI가 실제 산업과 비즈니스 모델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탐색하는 논의가 활발했다는 이다.

현장에서는 MWC와 CES를 비교하는 이야기도 자주 들렸다. CES가 소비자 기술과 혁신 제품을 중심으로 한 쇼케이스 형태의 B2C 성격의 행사라면, MWC는 통신 인프라와 플랫폼 기업들이 모여 글로벌 B2B 의사결정을 논의하는 장에 가깝다. 실제로 전시장에서는 신제품 공개보다 기업간 협력, 투자, 공동 프로젝트 논의가 더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많은 기업들이 부스 내부에 프라이빗 미팅룸이나 별도의 상담 공간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었다. 외부에서는 기술 시연과 제품 전시가 이루어지지만, 내부 공간에서는 사전 예약된 바이어나 파트너 기업 미팅이 진행되는 구조였다. 일부 부스에는 스타트업 IR(Investor Relations) 피칭이나 투자 상담을 위한 별도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고, 이러한 운영 방식은 전시회가 실제 비즈니스 협력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화웨이 전시관의 경우, 이 같은 특징이 더욱 두드러졌다. 전시관 내부에는 일반 참관객이 접근할 수 있는 공간과 기업 관계자들이 이용하는 공간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었으며, 사전 등록된 미팅 참가자 외에는 특정 구역 이상 접근이 제한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글로벌 ICT 기업들이 전시회를 단순한 기술 홍보 공간이 아니라 파트너십과 거래 논의를 위한 B2B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 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파트너십 플랫폼’으로서의 MWC

MWC의 또 다른 특징은 전시회가 글로벌 파트너십 플랫폼으로 기능한다는 점이다. 행사 내내 통신사, 빅테크 기업, 스타트업, 투자기관 등 다양한 산업 주체가 한 공간에 모이며 활발한 비즈니스 교류가 진행된다. 공식 프로그램뿐 아니라 부스 내 대화, 콘퍼런스 이후 이어지는 네트워킹, 행사장 주변에서 이루어지는 비공식 미팅 등 다양한 접점에서 협력 논의가 이어진다.

특히 스타트업과 투자자를 연결하는 프로그램인 4YFN(4 Years From Now)은 MWC가 단순한 전시회가 아니라 혁신 생태계를 연결하는 플랫폼이라는 점을 잘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4YFN은 ‘지금으로부터 4년 후’를 의미하며, 향후 MWC 본 전시에 진출할 가능성을 가진 유망 스타트업을 소개하고 글로벌 투자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프로그램이다. 스타트업 전시, 투자 피칭, 네트워킹 행사 등이 함께 운영되며 혁신 기술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과 연결되는 창구 역할을 한다. 실제로 최근 행사에는 600여 개의 스타트업과 1,000명 이상의 투자자가 참여했으며, 참가 투자자들이 운용하는 자금 규모도 약 600억 유로 이상에 달하는 것1)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규모는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4YFN이 발휘하는 영향력을 보여 주는 지표로 평가된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기업과 협력 기회를 찾고 투자 유치 가능성을 모색하며, MWC 역시 이러한 혁신 기업과 투자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최근 일부 기업들이 MWC를 단순한 참관이 아니라 전략 학습의 장으로 활용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실제로 국내 한 금융 그룹2)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MWC 현장 전략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참가자들은 팀을 나누어 전시장을 탐방하며 산업 트렌드를 분석하고, 각 조직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마지막에는 토론을 통해 기업 전략에 적용할 아이디어를 정리했다고 한다.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끼며 전략을 고민하는 경험이 기존의 강의식 교육보다 훨씬 효과적이었다는 평을 받았다.

 

1) 출처: GSMA, 4YFN Official Statistics, https://www.4yfn.com/tracks/investors

2) 한경협 MWC 기업연수단(https://imi.or.kr/edu/edu_info.html?code=CD0313&utm_source=chatgpt.com) 운영 등


 

MWC는 스타트업과 투자자를 연결하는 ‘4YFN’을 통해 글로벌 파트너십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시회 운영과 개최 도시의 역할

MWC는 전시회 운영 방식에서도 글로벌 산업 전시회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 준다. 전시장은 단순히 기업별 부스를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산업 분야와 기술 트렌드 중심으로 공간이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네트워크 인프라, 인공지능, 클라우드, 스마트모빌리티, 디지털 헬스케어 등 주요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전시가 이루어지도록 배치되어 있다. 이 같은 방식은 특정 산업 분야의 기술 흐름을 한 공간에서 비교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참관객 입장에서는 동일 분야의 기업과 기술을 한 번에 살펴볼 수 있고, 참가기업 입장에서는 관련 산업 파트너와 협력할 기회를 찾기 쉬운 구조가 된다. 또한 다양한 국가가 국가관 형태로 참가해 자국 기업의 기술력을 소개하고 글로벌 협력과 투자 유치를 추진한다. 여기에 글로벌 ICT 기업 최고 경영 자와 정책 관계자가 참여하는 대규모 콘퍼런스가 함께 운영되면서 전시와 지식 교류가 결합된 복합 플랫폼이 형성된다.

그러나 MWC를 단순히 전시장 내부의 행사로만 이해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MWC의 경쟁력은 행사가 개최되는 도시 바르셀로나의 문화와 역사, 관광 콘텐츠와 전시회 경험이 긴밀하게 연결된다는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바르셀로나는 가우디 건축과 미술관, 역사적 도시 공간 등 풍부한 문화 자산을 보유한 도시다. 구도심의 골목이며 건축물 사이에서 느껴지는 예술적 분위기와 도시의 공간적 매력은 방문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실제로 많은 참가자들은 행사 일정 사이에 피카소 미술관, 카탈루냐 미술관, 구엘 공원,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등 도시 곳곳의 문화공간을 방문하며 도시의 역사와 예술을 경험한다.

이러한 경험은 전시회에서 느끼는 기술 혁신의 분위기와 묘하게 겹친다. 기술과 산업을 이야기하는 MWC의 전시장, 그리고 인간의 창의성과 예술을 보여 주는 도시의 풍경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결국 혁신이라는 것도 인간의 상상력에서 출발한다’라는 점이다. MWC와 같은 글로벌 전시회를 관통하는 것은 기술뿐 아니라 사람과 도시, 문화가 결합된 경험이다. 이는 참관객들이 전시회를 기억하고 다시 방문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MWC 2026 현장 모습

 


국내 전시산업에 주는 세 가지 시사점

MWC 사례는 대한민국 전시산업에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전시회의 전략 플랫폼화다. 글로벌 산업 전시회는 단순히 제품을 홍보하는 공간을 넘어 기술 트렌드와 산업 전략을 공유하고 기업 간 협력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장으로 발전하고 있다. MWC에서도 기업들은 신제품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 투자 협력, 공동 프로젝트 논의 등 다양한 비즈니스 활동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특히 통신사, 플랫폼 기업, 스타트업, 투자기관 등 다양한 산업 주체가 한 공간에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협력 기회를 모색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이러한 흐름은 전시회가 단순한 마케팅 행사라기보다 산업 생태계를 연결하는 전략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국내 전시회 역시 단순한 전시 공간 제공을 넘어 산업 협력과 비즈니스 네트워크 형성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둘째, 대면 기반 B2B 마케팅의 중요성이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고 온라인 협업이 확대됐지만, 글로벌 기업 간 협력과 전략적 파트너십은 여전히 사람이 직접 만나면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전시회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와 네트워킹은 단순한 정보 교환을 넘어 신뢰와 관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과정이 된다. 특히 AI 중심의 기술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는 시대일수록 이러한 대면 교류의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 기술에 대한 정보는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산업 전략과 협력 방향은 결국 사람 간의 대화를 통해 구체화되기 때문이다. MWC 현장에서 던지는 질문도 결국 이와 연결된다. “우리 기업들은 이 기술 흐름을 전략에 반영하고 있는가?”, “글로벌 기술 변화가 우리 산업에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해석하고 있는가?”

셋째, 도시와 전시회의 결합 전략이다. MWC는 지난 20여 년 동안 ICT 산업의 기술 변화와 글로벌 협력 구조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해 왔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는 기술뿐 아니라 사람과 네트워크, 개최 도시의 매력이 함께 작용했다. 전시회를 관통하는 주제는 AI와 같은 기술 트렌드일 수 있다. 그러나 참관객들의 전시회 경험을 완성하는 요소는 결국 현장에서 이뤄지는 만남과 교류, 그리고 개최 도시가 가진 역사와 문화의 힘에 대한 체험이다. 이러한 요소들이 결합할 때 글로벌 전시회는 단순한 산업 행사를 넘어 하나의 플랫폼으로 기능하게 된다.

MWC는 바로 그 가능성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같은 경험은 국내 전시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고민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MWC 2026 현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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