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의 조언] 전시업계 후배에게 전합니다

전시저널은 업계 베테랑들의 업무 노하우와 전시산업의 핵심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수원컨벤션센터 컨벤션뷰로팀 김소연 팀장이 전하는 실무적 통찰을 소개한다.

글┃김소연 수원컨벤션센터 컨벤션뷰로팀 팀장

창조보다 연결, 전시기획자의 진심

전시업계에서 ‘기획’이란 단어는 언제나 반짝인다. 하지만 그 반짝임 뒤에는 수많은 시행착오, 관계의 조율, 그리고 현장에서 쌓인 고민의 흔적이 있다. 오늘도 현장을 누비는 한 명의 기획자로서, ‘무(無)에서 유(有)를 만든다’는 통념을 넘어 진짜 기획의 본질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신입 시절에는 늘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한다’는 부담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독창적인 기획을 쏟아내려 애썼다. 하지만 수많은 프로젝트와 예기치 못한 상황들을 거쳐 오며 조금은 다른 진실을 마주하게 됐다. 진정한 기획은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일이 아니라, 업계 전반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사람들(참가기업, 협력사, 주관기관, 관람객 등) 각자가 쥐고 있는 ‘구슬’을 한데 모아 실과 바늘로 의미 있게 엮어 내는 과정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각자의 구슬은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를, 누군가는 특별한 경험을, 또 누군가는 성과와 네트워킹의 순간을 품고 있다. 전시기획자는 바로 이 다양한 구슬들이 조화를 이루며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다. 즉, 기획이란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가치와 욕구를 발견하고 연결하는 과정이 곧 기획의 시작이자 완성인 셈이다.

서로의 니즈를 잇는 힘, ‘경청’

전시기획의 본질은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다. 참가자와 주관기관의 ‘니즈’를 공평하게 듣고, 그 간극을 섬세하게 메우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주최기관은 성과와 영향력 확대를, 참가자는 투자한 시간과 비용에 상응하는 실질적 가치를 기대한다. 이때 기획자는 이들의 요구를 분석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다시 묻고 진심으로 들어야 한다. 주최기관엔 “왜 이 요구가 중요한가”를, 참가자에겐 “왜 이 경험이 필요한가”를 되묻다 보면, 서로 다른 목소리 속에서도 공통된 목표나 혁신적 연결점을 발견하게 된다. 예컨대 기술 산업 전시회에서 기관은 네트워킹을, 참가자는 사업 기회를 중시할 때에는 맞춤형 비즈니스 매칭이나 라운지 공간을 기획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결국 기획자의 역할은 각자의 요구가 자연스럽게 만나는 지점을 설계하는 일이며, 그 시작과 끝에는 언제나 ‘경청’이 있다.

함께 엮어 완성된 순간을 즐기시길

처음엔 흩어진 구슬들 앞에서 방향을 잃은 듯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젠가 그 조각들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져 반짝이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때 느껴지는 성취감과 기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람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그 구슬을 잇고 엮어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해 가는 과정을 마음껏 즐기시길 바란다. 그 즐거움이 쌓여 한 명의 전시기획자가 완성되고, 또 하나의 전시가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