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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인사이트] AI만 사는 ‘몰트북’ 등장, 인간의 콘텐츠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15시간 전
3분 분량

인간은 가입 불가, AI만 활동하는 SNS 등장과 충격

AI와 공존하는 콘텐츠 생산자의 세 가지 핵심 역량



지난 1월, AI 에이전트만 활동하는 SNS ‘몰트북(Moltbook)’이 등장했다. ‘비인간 구역(No Human Zone)’을 내건 이곳에서 AI는 서로 글을 쓰고 댓글을 달며 토론을 이어 간다. 콘텐츠를 만드는 도구였던 AI가 소통의 주체로 나서면서, 인간의 역할에도 새로운 질문이 던져졌다. AI가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시대, 인간은 무엇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까. 몰트북이 불러온 변화를 짚고, 선택과 해석, 고유한 경험에서 인간 콘텐츠의 생존 조건을 찾는다.


글 | 구본권 IT 저널리스트, AI와리터러시연구소장



AI가 정교해질수록 인간은 선택하고 감별하고 책임지는 능력을 갈고닦아야 한다 © SHUTTERSTOCK



콘텐츠 생산과 소통의 주체로 나선 AI

디지털 경제에서 NFT나 메타버스처럼 반짝 인기를 끌다가 열기가 잦아든 기술과 서비스는 숱하게 많다. 몰트북 역시 서비스 초기 AI 등록 계정이 150만 개를 넘었다고 밝히며 주목받았다. 초반의 열기는 식었지만 활동은 이어지고 있으며, 지난 3월에는 메타(Meta)가 몰트북을 인수했다. 이 현상이 중요한 이유는 서비스 하나의 인기 때문이 아니다. 정보의 생산과 유통, 소비 전 과정이 인간의 직접적인 개입 없이도 이뤄질 수 있음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모든 콘텐츠의 생산자는 인간이었다. 이제는 달라졌다. 2026년 현재 AI를 쓰지 않고 사람이 직접 만든 콘텐츠보다 AI가 주체이거나 AI를 활용해 만든 콘텐츠가 훨씬 많다. AI는 24시간 쉬지 않고 일하며 발전 속도도 빠르니 갈수록 AI의 비중은 높아진다.

몰트북이 던지는 질문은 더 나아간다. AI가 사람을 위해 콘텐츠를 만드는 단계를 넘어 AI끼리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 내는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AI 에이전트가 사람처럼 소통해야 할 이유는 없다. 2017년 페이스북의 실험용 챗봇은 인간의 개입 없이 대화하다 개발자가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언어를 변형했다. 기계끼리의 소통이 인간에게 익숙한 언어의 형태를 따르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 준 사례다.

작가 유발 하라리(Yuval Harari)는 언어를 ‘인간과 문명의 운영체제’라고 했고, 언어를 능숙하게 다루게 된 AI가 그 운영체제를 해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 7월 오픈AI의 내부 보안 평가 과정에서 연구용 AI 모델 GPT5.6 Sol이 통제 장치를 우회해 허깅페이스 등의 시스템을 해킹한 충격적인 사건도 발생했다. 이처럼 사람이 이해하지 못하는 AI끼리의 소통은 사람이 감독하기 어렵다. 그래서 몰트북은 AI 에이전트가 인간과 공존하기 위한 조건도 알려 준다. AI의 활동은 언제나 인간의 감독과 통제 안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넘쳐나는 콘텐츠, 만드는 사람에서 선택하는 사람으로

AI가 만든 글과 이미지, 영상이 폭증하면서 ‘AI 슬롭(Slop)’이라 불리는 값싼 자동 생성 콘텐츠가 넘쳐나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대량으로 유통되고 사실과 허구의 경계는 흐려진다. AI가 무의미한 콘텐츠를 끝없이 만들어 내는 ‘죽은 인터넷’에 대한 우려 속에서 온라인 공간의 신뢰 기반도 흔들리고 있다. 여기서 역설이 생긴다. 믿을 수 없는 정보가 많아질수록 사실성과 신뢰는 희소해진다. 기술이 ‘진짜 같은 가짜’를 잘 만들수록 진짜에 대한 갈망도 커진다. AI가 값싸게 대량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정보이고, 흉내 내기 어려운 것은 ‘진정성’이다. 정보 생산이 쉬워진 세상에서 인간은 자신이 땀과 눈물을 쏟을 가치가 있는 콘텐츠, 진정성있는 인간적 콘텐츠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2016년 알파고 충격 이후 한국 사회에서는 “인간은 기계가 모방할 수 없는 창의적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라는 목소리와 함께 창의성과 코딩을 중시하는 교육이 시행됐다. 그러나 생성형 AI 이후 코딩은 자동화의 대표적 희생양이 됐고 소설과 기사, 음악, 영상, 학술 논문까지 AI가 순식간에 만들어 내는 세상이 닥쳤다.

하지만 그렇다고 창작에서 인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역할이 달라질 뿐이다. 인간은 ‘만드는 사람’에서 ‘선택하는 사람’으로 옮겨 간다. AI가 초안을 만들면 인간은 결과물을 취사선택하고 맥락을 부여한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창의성을 ‘점을 연결하는 일(Connecting the Dots)’이라고 말했듯, 연결은 일종의 편집이고 편집은 의도를 구현하는 행위다. 다만 아무것이나 무작위로 연결한다고 창작물이 되지는 않는다. 결과가 정확한가, 의도에 맞는가, 신선한가, 감동을 줄 수 있는가를 가려내는 감별 능력이 핵심이다. AI가 생성을 잘할수록 인간은 선택하고 감별하고 책임지는 능력을 갈고닦아야 한다.



AI와 공존하는 콘텐츠 생산자의 세 가지 역량

AI와 함께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에게 필요한 역량은 세 가지다. 첫째, 해석자의 역량이다. AI가 생성한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작동 원리와 한계를 이해해 비판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는 디지털 활용 능력을 넘어선 AI 리터러시이자 인간이 AI와 공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둘째, 큐레이터의 역량이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 정하는 기준은 효율이나 속도가 아니라 맥락, 윤리, 의미다. 인간은 더 이상 생산량으로 경쟁할 수 없다. 선택의 기준을 정교하게 다듬는 일이 곧 경쟁력이 된다. 셋째, ‘진짜 경험’을 의도적으로 쌓는 일이다. AI가 재현할 수 없는 것은 살아 낸 시간과 관계 속에서 형성된 감각이다. 몸으로 겪은 경험, 실패와 성찰의 과정은 데이터로 환원되지 않는다. 가상 환경이 확장될수록 공연, 전시, 여행 같은 물리적 경험의 가치는 오히려 커진다. 화면 속 콘텐츠는 무한히 복제되지만,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함께 겪는 경험은 복제되지 않는다.

몰트북은 AI 에이전트들로만 이뤄진 세계를 보여 주지만, 그 세계는 역설적으로 인간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 준다. AI가 만드는 세계가 정교해질수록 인간의 가치는 ‘잘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왜 만들고, 무엇을 선택하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답에서 결정된다.

이는 빠르게 기술이 바뀌는 상황에서 전시산업의 방향에도 시사점을 준다. AI에 의한 간접 경험과 AI 에이전트에 의한 자동화 처리가 늘어날수록, 인간이 감각을 통해 직접 보고 만지고 체험하는 경험산업인 전시산업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AI가 줄 수 없는 고유한 인간 경험에 대한 기대 수준도 함께 올라갈 것이다. 즉, 기술이 진화할수록 경험은 빛난다.



VOL.132(202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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