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 메이커스]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전시부스, 이 관행을 바꿀 수 있을까?
버려지는 목공부스에서 모듈형 시스템으로 전환
포터블엑스, 비용과 탄소를 줄이는 전시회 솔루션 제시
전시부스의 경쟁력은 화려한 디자인과 공간 연출에만 있지 않다. 설치와 운송의 편의성, 재사용 가능성도 중요한 기준이다. 포터블엑스(PortableX, 대표 김종수)는 실용성과 환경적 가치를 결합한 모듈형 전시 시스템을 선보이는 기업이다. 전시회 준비 부담을 낮추고 자원의 쓰임을 늘리는 포터블엑스의 친환경 솔루션을 살펴본다.


포터블엑스의 모듈형 전시부스는 가벼운 구성품으로 이동과 보관이 편리하고 조립과 해체도 간편하다 © 포터블엑스
전시부스의 수명을 늘리는 새로운 발상
화려한 전시회가 막을 내리면 또 하나의 작업이 시작된다. 기업의 브랜드와 제품을 돋보이게 했던 부스가 해체되고 목재와 합판, 각종 마감재가 폐기물로 남는다. 특히 맞춤형 목공부스는 독창적인 공간 연출이 가능하지만, 전시회가 끝나면 상당 부분을 철거·폐기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다음 전시회에 참가하려면 다시 제작하고 시공해야 하므로 비용과 자원도 반복적으로 투입된다. 그동안 전시부스는 행사 기간에만 사용하는 임시 시설로 여겨졌다. 그러나 ESG 경영과 탄소 중립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전시 공간을 조성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친환경 자재를 선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작 단계부터 폐기물을 줄이며 구조물의 수명을 늘리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포터블엑스는 이러한 문제에 주목했다. 전시회가 끝나면 사라지는 공간이 아니라 다음 번에도 활용할 수 있는 부스를 만드는 것이다. 반복 사용이 가능한 모듈형 전시 시스템을 국내 시장에 공급하며 기존 목공 중심의 시공 방식에 대안을 제시해 왔다. 전시부스의 본래 기능과 공간 연출의 유연성을 유지하면서도 설치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 인력 부담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포터블엑스는 전시산업의 넷제로(Net Zero) 전환을 위한 논의에도 참여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글로벌 산업 전문 미디어 ‘에 이빙뉴스’, 기후테크 기업 ‘지구를구하는인간’과 함께 ‘CES 2026 리뷰 콘퍼런스: 넷제로 특집’을 공동 주최해 탄소 중립 솔루션의 산업 현장 적용 가능성을 모색했다. 지속 가능한 전시 환경에 대한 업계의 관심을 넓히려는 행보다.
가벼운 이동, 간편한 설치, 지속 가능한 쓰임
포터블엑스의 핵심 경쟁력은 부스를 구성하는 방식에 있다. 기존 목공부스가 현장에서 자재를 가공하고 시공하는 구조라면, 포터블엑스는 규격화된 부품을 조합해 공간을 만드는 모듈형 시스템을 활용한다. 기본 구조물을 해체해 보관했다가 다음 전시에서 다시 조립할 수 있어 매번 새로 제작할 필요가 없다.
주요 제품은 초경량 알루미늄 프레임과 고화질 텐션 패브릭(Tension Fabric)을 결합한 전시부스 시스템이다. 텐션 패브릭은 프레임에 그래픽 원단을 팽팽하게 고정하는 방식으로 매끄러운 이미지 표현과 깔끔한 마감이 가능하다. 프레임은 전시 공간의 크기와 목적에 따라 조합할 수 있으며, 브랜드 이미지에 맞춰 그래픽을 교체하거나 구성을 달리할 수도 있다. 모듈형 시스템이면서도 전시 연출의 유연성을 확보한 셈이다. 설치 과정도 간편하다. 복잡한 시공 도구나 별도의 전문 인력 없이 조립과 해체가 가능하도록 설계됐고 구성품을 경량화해 이동과 보관의 편의성을 높였다. 특히 해외 전시회에 자주 참가하는 기업에는 이러한 장점이 더욱 크게 작용한다. 해외 전시회는 부스 제작비 외에도 국제 운송비와 현지 설치 인건비, 철거 및 폐기물 처리 비용 등 고려해야 할 항목이 많다. 포터블엑스의 시스템은 운송 부담을 낮추고 설치 과정을 간소화하며, 반복 사용을 통해 장기적인 운영비 절감에도 도움을 준다.
포터블엑스는 부스 디자인과 설계, 운영을 아우르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김종수 대표는 35년간 쌓아 온 해외 전시회 마케팅 경험을 바탕으로 7년 전부터 관련 시스템을 국내에 공급해 왔다. 처음에는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는 국내 기업의 효율적인 전시 마케팅을 위해 도입했으나, 재사용이 탄소 중립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친환경 가치를 강화했다.
제품의 실용성을 알리기 위한 현장 활동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2026 한국국제기계박람회(KIMEX 2026)’에서는 모듈형 부스를, 8월 ‘K-PRINT 2026’에서는 조립식 전시 시스템과 초경량 배너 스탠드 등을 선보였다. 특히 K-PRINT에서는 부스의 조립·해체 과정을 시연하고 맞춤형 상담을 진행하며 제품의 활용 가능성을 알렸다.
전시의 미래를 바꾸는 자원 순환의 가치
포터블엑스가 추구하는 지속 가능성의 핵심은 자원을 한번 쓰고 버리는 구조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알루미늄 프레임과 모듈형 부품을 반복 사용하고, 제작부터 철거까지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자원 순환 모델을 지향한다.
환경적 효과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국내 기후테크 기업 ‘지구를구하는인간’이 2025년 36㎡ 규모의 부스를 기준으로 산정한 결과, 포터블엑스 시스템의 탄소배출량은 기존 조립 부스보다 약 57.7%, 목공부스보다 약 98%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두 차례씩 5년간 전시회에 참가한다고 가정하면 목공부스의 누적 탄소배출량은 18.38톤 CO₂eq(이산화탄소환산량), 포터블엑스 시스템은 0.37톤 CO₂eq로 산정됐다. 약 18톤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처럼 탄소 감축은 별도의 환경보호 활동이 아니라 부스의 설계와 운영 방식에서 비롯된다.
국내 전시산업에 이러한 시스템이 정착하려면 업계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해외에서는 친환경 실천을 전시회 운영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김종수 대표에 따르면 미국 CES는 행사 후 남은 부스 자재를 기부하거나 재활용하도록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프랑스에서도 부스 제작 자재와 재활용 비율 등을 확인하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친환경 실천을 개별 기업의 선택에 맡기지 않고 전시회 운영 전반으로 확대하려는 시도다.
포터블엑스 역시 전시회 현장에서 사용한 그래픽 원단을 에코백으로 재탄생시키며 자원 순환의 가치를 일상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국내 전시업계에도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앞으로는 부스의 디자인과 시각적 효과뿐 아니라 자재의 재사용 가능성과 환경적 영향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시주최자와 참가업체, 부스 제작업체가 자원 순환의 필요성을 공유하고, 기획부터 철거까지 친환경 실천을 이어 가는 협력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전시회가 끝나도 자원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다. 더 적게 버리고, 더 오래 사용하는 것. 지속 가능한 전시의 출발점은 여기에 있다.
VOL.133(202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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