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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트렌드] ‘크린지 마케팅’의 시대, 낯설고 이상한 매력에 빠지다

  • 작성자 사진: 준걸 김
    준걸 김
  • 7월 10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7월 14일

브랜드를 팬덤으로 바꾸는 유쾌한 B급 감성

오글거림도 전략, 크린지 마케팅이 뜨는 이유


‘너무 오글거려서 웃긴다.’ ‘이게 뭐지 싶다가도 끝까지 보게 된다.’ 최근 SNS와 유튜브 숏츠에서 화제를 모은 광고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크린지 마케팅(Cringe Marketing)’이다. 낯설고 과장된 유머와 위트를 활용해 강한 인상을 남기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이다. 크린지 마케팅의 대표 사례들을 통해 그 매력을 살펴본다.


‘항아리맨’ 크린지 마케팅 효과로 16만 명의 모객을 모은 울산옹기축제 홍보 영상 © 울주군 공식 유튜브



크린지 마케팅은 의도적으로 ‘오글거리는’ 콘텐츠를 통해 이질감을 유도하고 당혹스러움과 웃음을 동시에 자아내는 전략이다. 세련된 연출이나 고퀄리티 영상미보다는 허술한 편집, 과장된 연기, 진부한 설정을 전면에 내세워 반전의 재미를 노리며 소비자와의 감정적 접점을 만든다. 특히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하는 숏폼 콘텐츠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등에서는 전통적인 광고보다 ‘이게 뭐지?’ 싶은 B급 감성의 콘텐츠가 더 쉽게 주목을 받고, 공유와 밈(meme)을 통해 자연스럽게 확산된다. 또한 크린지 마케팅은 적은 예산으로도 높은 파급력을 기대할 수 있어, 완성도보다 콘셉트와 타이밍이 중요한 디지털 시대에 소규모 브랜드에서도 효율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MZ세대 사로잡은 B급 감성

지난 5월 개최한 울산옹기축제 홍보 영상은 공개 직후 ‘이게 무슨 일이냐’는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화제를 모았다. 항아리에 들어간 남성이 도끼를 든 채 멈춰 있는 모습과 다양한 카메라 앵글이 이어지다 축제 일정으로 마무리되는 이 영상은, 유명 인디 게임 ‘항아리 게임’을 패러디한 콘셉트로 제작됐다. 더 놀라운 점은 주인공이 전문 배우가 아닌 울주군청 소속 공무원이라는 사실이다. ‘항아리맨’으로 불리는 정확석 주무관은 지난해 ‘울주배’ 홍보 영상으로 1,500만 뷰를 기록한 인물로, 이번에도 몸을 아끼지 않는 연기로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촌스러운 CG, 황당한 설정, 진지한 표정까지 갖춘 이 영상은 SNS에서 밈으로 빠르게 확산됐고, ‘이제 울산은 유잼도시’ ‘군수님 센스 대단’ ‘옹기축제 존재를 처음 알았다’ 등 누리꾼들의 댓글과 함께 단기간에 유튜브 12만 뷰를 돌파했다. 실제 축제에는 약 16만 명이 방문해 크린지 마케팅이 지역 홍보에도 효과적이라는 점을 보여 주는 대표 사례가 됐다.

CU 편의점은 편의점 알바생이 좀비가 되어도 근무를 멈추지 않는다는 과장된 설정의 광고를 선보였다. 시트콤 형식으로 구성된 이 영상은 엉뚱한 설정과 과한 분장, 진지한 연출로 크린지를 노골적으로 극대화했다. ‘이건 공포물도, 광고도 아니고 뭐냐’는 반응 속에 영상은 웃픈 상황극으로 입소문을 탔고, ‘알바생 공감 콘텐츠’로 확장되며 파생 밈을 만들어 냈다. 롯데리아는 디저트 메뉴를 귀여운 미니 캐릭터로 의인화한 ‘위떼한 떼리앙’ 캠페인을 통해 B급 감성 마케팅을 시도했다. 치떼링, 팥떼링, 양떼링 등 모든 메 뉴 이름에 ‘떼’를 붙여 유쾌한 통일감을 주고, 웅장한 내레이션과 느릿하게 몰려오는 작은 캐릭터들의 대비를 활용해 웃음을 유도했다. ‘작아서 귀엽고, 떼로 몰려와서 더 웃긴다’는 반응과 함께 숏폼 콘텐츠, 굿즈 이벤트 등으로 MZ세대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었다.


크린지 마케팅의 힘과 양면성

크린지 마케팅의 영향력은 전 세계적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세계적인 언어 학습 앱 듀오링고(Duolingo)도 전통적인 교육 콘텐츠의 틀을 깨고 SNS에서 ‘기묘하고 유치한’ 마케팅 전략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공식 마스코트인 초록색 부엉이 ‘듀오(Duo)를 활용한 크린지 콘텐츠는 틱톡과 트위터를 중심으로 MZ세대에게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듀오는 사무실을 휘젓거나 엉뚱한 댄스를 추며 유쾌한 혼란을 연출하고, ‘앱을 안 쓰면 찾아가겠다’는 농담성 협박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이런 B급 감성 콘텐츠는 젊은 세대와의 정서적 거리를 좁히며 브랜드에 대한 친밀감을 높였고, 듀오링고의 틱톡 계정은 수백만 팔로워를 확보하며 글로벌 팬덤을 형성했다.

남성용 데오드란트 브랜드 올드 스파이스(Old Spice)는 ‘진짜 남자의 향기’를 콘셉트로, 과장된 연출과 말장난이 가득한 광고를 선보이며 브랜드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전환했다. 롱테이크 기법을 활용한 이 광고는 주인공이 해변, 욕실, 배 위를 넘나드는 초현실적 장면을 진지한 표정으로 소화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유튜브 6억 뷰를 기록한 이 캠페인은 크린지 마케팅의 대표 사례로 꼽히며, 올드 스파이스를 젊고 유쾌한 브랜드로 탈바꿈시키는 전환점이 됐다.

반면 실패한 사례도 존재한다. 애플(Apple)은 대학 입학생을 겨냥해 ‘부모님을 설득하는 프레젠테이션’이라는 콘셉트의 8분짜리 맥북 광고를 공개했지만 지나치게 오글거리는 81장 분량의 슬라이드와 어색한 연출로 혹평을 받았고, 공개 하루 만에 공식 유튜브와 홈페이지에서 영상을 삭제하는 사태를 맞았다. 크린지 효과는 있었지만 메시지 전달에 실패하면서 역풍을 맞은 사례다. 또한 AI 인력 서비스 스타트업인 AI 아티산(AI Artisan)은 뉴욕 타임스퀘어에 ‘사람 고용은 그만’이라는 도발적인 문구의 옥외광고를 내걸며 시선을 끌었다. ‘AI는 휴가를 가지 않는다’ 등 자극적인 문구는 일부에겐 불쾌함을 주었지만,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노동계의 반발 속에서도 브랜드 인지도를 단숨에 끌어 올렸다.

이처럼 오글거림을 전략으로 삼은 크린지 마케팅은 분명 양날의 검이다. 성공하면 강한 팬덤과 화제성을 얻지만 과하면 피로감이나 반감을 불러올 수 있다. 관건은 불편함 속에서 유쾌함을 끌어내는 감각이다. 어색함마저 브랜드의 스타일로 승화시킨다면, 새로운 브랜드 언어가 되어 소비자와의 진정한 연결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세계적인 언어 앱 ‘듀오링고’의 마스코트 초록색 부엉이 ‘듀오’는 다양한 크린지 마케팅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 DUOLINGO YOUTUBE
세계적인 언어 앱 ‘듀오링고’의 마스코트 초록색 부엉이 ‘듀오’는 다양한 크린지 마케팅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 DUOLINGO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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