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트렌드] 이제는 로컬이 경쟁력, 로컬은 어떻게 트렌드가 되었나
- 준걸 김
- 11월 9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6일 전
로컬이 브랜드 자산이자 경쟁력이 되는 시대
가치소비 확산으로 식품업계 ‘로코노미’ 열풍
‘로코노미(Loconomy)’는 지역(Local)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로, 지역의 특산물·문화·사람을 중심에 둔 소비 트렌드를 뜻한다.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이 지역의 이야기’를 함께 소비한다는 점에서 MZ세대의 가치 소비 흐름과 맞닿아 있다. 기업들은 이 변화를 빠르게 읽어 내며 지역과 손잡고 ‘로컬이 곧 브랜드가 되는 시대’를 만들어 가고 있다.

지역 농가와 협력해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함께하는 맥도날드의 ‘한국의 맛’ 프로젝트 광고 © 한국맥도날드
로코노미의 진화, 로컬이 곧 브랜드
로코노미는 코로나19 이후 본격적으로 주목받았다. 비대면 문화 확산과 근거리 소비의 정착으로 관심의 중심은 대도시 상권에서 ‘생활 속 로컬’로 옮겨 갔다. SNS를 타고 지역 브랜드와 작은 가게 주인의 철학과 손맛, 그 안에 담긴 지역 삶의 이야기가 퍼지면서 소비자들은 단순한 상품보다 그 이야기에 공감하고 지역의 가치를 직접 경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이러한 소비자의 심리를 재빠르게 감지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식음료 업계였다.
맥도날드는 로코노미를 가장 활발히 실천하는 대표 주자로 꼽힌다. 2021년 경남 창녕 마늘을 활용한 ‘창녕 갈릭 버거’를 시작으로 ‘진도 대파 크림크로켓 버거’, ‘진주 고추 크림치즈 버거’ 등 지역 특산물을 전면에 내세운 시즌 메뉴를 꾸준히 선보여 왔다. 올해에는 전북 익산의 고구마로 만든 ‘익산 고구마 모짜렐라 버거·머핀’과 전남 순천의 매실을 활용한 ‘순천매실 맥피즈’를 출시하며 그 폭을 넓혔다. 스타벅스 역시 몇 년 전부터 로코노미를 브랜드 전략의 한 축으로 삼고 있다. 제주 매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제주 말차 앤드 애플망고 블렌디드’는 지역 한정판의 상징이 되었고, ‘고흥 유자 패션 피지오’, ‘이천 햅쌀 라떼’, ‘공주 보늬밤 라떼’ 등 지역명을 전면에 내세운 음료들도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
편의점 업계도 ‘지역 상생’을 핵심 키워드로 삼아 로코노미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GS25는 지난해 대전 지역 한화이글스와 협업해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하고 지역 한정 상품을 선보이는 한편, 지난봄 서울 경동시장과 손잡고 전통시장 식재료를 활용한 간편식 4종을 선보였다. CU는 강원도 두백 감자 44톤으로 만든 간편식을 약 40만 개 판매한데 이어, 진도 곱창김 삼각김밥 판매도 누적 60만 개를 돌파했다. 이는 모두 지역의 이야기를 일상 속 소비 경험으로 확장한 로코노미 전략의 결과다.
지역도, 기업도 웃는 상생의 선순환
기업들이 로코노미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해법을 찾기 위해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이 확산되면서 지역과의 상생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 됐다. 로코노미 제품은 지역 농가의 판로를 넓히고 기업에는 신뢰와 긍정적인 이미지를 안겨 준다. 실제로 한국맥도날드는 이러한 전략을 통해 2023년 매출 1조 원을 돌파했고 2024년에는 8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역 경제 효과도 뚜렷하다. 2021~24년 맥도날드에 마늘을 공급한 창녕군은 약 170톤의 납품을 통해 15억 원의 추가 매출을 올렸고, 농가 소득은 3억9천만 원 늘었다. 진도군은 대파 매출로 14억5천만 원의 소득 상승을 기록했다. 제품명에 지역 이름을 직접 넣는 전략은 홍보 효과를 극대화했다. ‘익산 고구마 모짜렐라 버거’, ‘진주 고추 크림치즈버거’처럼 전국 매장 간판에 지역명이 노출되면서 지자체의 브랜드 인지도는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창녕군의 경우 맥도날드 협업 이후 약 425억 원 규모의 인지도 상승 효과를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로코노미는 기업과 지역이 서로의 성장 동력이 되는 구조를 만든다. 기업은 지역의 진정성을 빌려 브랜드 신뢰를 강화하고, 지역은 전국적인 유통망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확보한다. 과거 대량 생산이 경쟁력이던 시대가 끝나고, 지금은 지역의 이야기가 브랜드 자산이자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로코노미는 그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 주는 현상이다.
반짝 유행을 넘어, 지속 가능한 로코노미로
물론 로코노미에도 과제는 있다. 시즌 한정 제품이 많다 보니 일시적 유행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고, SNS 화제성이 식으면 관심이 빠르게 사그라드는 것도 사실이다. 국내산 농수산물 가격 상승으로 인해 제품 가격이 일반 메뉴보다 높은 점 역시 부담 요인이다. 그럼에도 로코노미의 성장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치 소비는 이미 하나의 문화가 되었고, 소비자들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철학을 산다. ‘내가 이 상품을 구입함으로써 지역 농가를 돕는다’라는 인식은 소비를 참여의 행위로 확장시킨다. 특히 MZ세대는 브랜드의 진정성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브랜드에 강한 애착을 보인다. 로코노미가 단순한 상품 트렌드를 넘어 사회적 감수성으로 발전하는 이유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구조다. 반짝 이벤트가 아닌 지역과 기업, 소비자가 함께 성장하는 순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지역 원료를 쓰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의 자원을 브랜드의 정체성과 결합해 지속 가능한 관계를 설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 단체와의 장기 협약, 생산 인프라 개선, 지역 인력의 참여 같은 실질적 연계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시산업도 로코노미의 전략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로코노미는 단순히 소비 트렌드가 아니라 지역의 고유한 자원과 이야기를 경제적 가치로 전환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전시는 바로 그 가치를 가장 입체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플랫폼이다. 로컬 전시회가 지역 기업의 제품을 소개하고 지역 생산자와 창업가의 이야기를 담아낸다면 그것은 단순한 산업 이벤트를 넘어 지역의 정체성과 가능성을 공유하는 장으로 발전할 수 있다.
결국 로코노미는 상품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공간과 사람,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다. 이제 전시산업이 그 구조의 중심에서 지역과 함께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해 한층 더 힘차게 나아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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