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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2025] 당신의 비즈니스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나?

  • 작성자 사진: 준걸 김
    준걸 김
  • 7월 10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7월 14일

얼굴로 소통하는 제품과 서비스 기술 트렌드

기술시대의 감성 전략, 제품에도 얼굴이 필요한 이유


전시저널은 국내 소비 트렌드의 흐름을 짚어 보는 『트렌드 코리아 2025』를 통해 올해 대한민국의 주요 소비 경향을 조망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표현 수단인 ‘표정’을 활용해 기술을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 ‘페이스테크(Face Tech)’를 소개한다. 얼굴과 표정을 통해 감정을 인식하고 이를 다양한 비즈니스 영역에 접목하는 페이스테크의 사례를 통해 기술 중심 사회에서 더욱 요구되는 ‘휴먼 터치(Human Touch)’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글 | 이혜원 연구위원, 트렌드코리아 소비트렌드분석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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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테크는 생체 인식과 감정 분석을 결합한 미래형 산업 기술로 급부상하고 있다. © SHUTTERSTOCK



계산대 앞에 선 고객들은 지갑도, 휴대폰도 꺼내지 않는다. 키오스크 위에 달린 카메라에 얼굴을 인식시키면 “결제 완료되었습니다”라는 안내음이 들린다. 고객이 미소만 지어도 결제가 끝나는 풍경이 일상이 될 날도 멀지 않았다. 인천공항 출국심사대에서 얼굴을 인식시키는 것만으로 여권 없이도 출국심사를 할 수 있고, K-pop 공연장에서 얼굴을 통해 입장할 수 있다. 얼굴이 곧 신분증이자 지갑이 되는 시대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이처럼 얼굴과 기술이 만났다. 얼굴(Face)과 기술(Tech)의 합성어 ‘페이스테크’는 무생물에 얼굴과 표정을 입히고, 사람의 얼굴과 표정을 정밀하게 읽어 내며, 나아가 사용자만의 얼굴을 구현하는 기술 트렌드를 말한다. 이는 단순히 신원을 확인하는 기능적 편의성을 넘어 기술과 인간 사이에 감성적 연결고리를 만드는 새로운 소통 방식이자 진화된 인터페이스다. 페이스테크는 기술에 인간적인 ‘표정’을 부여해 차가운 기계에 따뜻한 숨결을 불어넣고, 사용자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읽어 냄으로써 더욱 세심한 서비스를 가능케 한다. 이것이 페이스테크가 주목받는 핵심 이유다.


기계와 감성적으로 소통하는 법

요즘 식당에서는 서빙 로봇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서빙 로봇이 음식을 정확히 자리까지 가져다주는 것만으로는 손님에게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당연한 능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면 스크린에 눈과 표정이 나타나는 것을 보면서 서빙 로봇을 생명력을 가진 편안하고 친근한 존재라 여기며 감동한다. 서빙 로봇이 주행 중에 웃는 눈을 보이고 주문한 음식을 건넬 때 하트나 윙크를 보내며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면 사람들은 이러한 로봇의 표정 변화에 즉각적으로 반응을 한다. 분명히 로봇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기술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허물게 된다. 즉 표정을 가지고 있기에 소통이 원활해지고 이는 서비스 경험의 높은 만족도로 이어진다.

현대자동차는 운전자의 얼굴 표정과 눈동자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첨단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DMS)을 도입했다. 이 기술은 졸음, 피로, 분노, 불안 등 다양한 감정 상태를 감지하여 맞춤형 안전 운전을 돕는다. 졸음이 감지되면 휴게소를 안내하고 운전자의 기분에 따라 음악이나 공조 장치를 자동으로 조절하기도 한다. 이러한 기술은 운전자와 차량 간의 소통을 강화하며, 사고 예방은 물론 운전 경험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인간의 얼굴과 표정을 정확하게 읽는 페이스테크 기술은 이처럼 감정을 이해하고 더욱 인간적인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설명서 없는 시대를 위한 안내서, 어포던스(Affordance)

페이스테크가 이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요한 기술 커뮤니케이션이 된 배경에는, 기술 발전의 속도가 너무나 빨라지며 사용자가 매뉴얼을 읽고 익힐 시간조차 없이 새로운 기계와 서비스가 쏟아지는 데 대한 피로감이 자리한다. 빼곡하게 적힌 설명서를 정독하고 모든 기능을 학습할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우리에겐 없다. 기술이 복잡해질수록 역설적으로 그 기술을 ‘직관적으로’ 사용하고 싶어진다. 즉 ‘어포던스’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어포던스란 어떤 사물이나 환경이 특정 행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속성을 의미한다. 미국의 지각심리학자 제임스 깁슨(James J. Gibson)이 제시한 개념으로, 사용자가 처음 보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별다른 설명 없이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힘이다. 예를 들어, 문에 달린 손잡이를 보면 ‘당겨야겠다’고 직관적으로 느끼고 푹신한 소파를 보면 ‘앉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높은 어포던스를 지닌 제품은 사용자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며, ‘잘 만든 기술’이라는 인식을 심어 준다. 결국 어포던스가 높을수록 사용자는 기술을 쉽게 받아들이고 좋은 제품이라 평가한다.

 

0.1초의 과학, 얼굴은 최고의 언어

그렇다면 어포던스를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얼굴’에 있다. 인간은 생존과 사회적 소통을 위해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 미세한 표정 변화를 읽으며 의도를 파악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이를 담당하는 것이 뇌의 ‘방추상얼굴영역(FFA, Fusiform Face Area)’이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일반 사물을 인지하는 데 0.25초가 걸리는 반면, 얼굴은 단 0.1초 만에 알아차릴 수 있다. 또 아무 관련 없는 사물에서도 얼굴처럼 보이는 조합을 발견하면 얼굴로 인지한다. 얼굴은 가장 빠르고 본능적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커뮤니케이션 언어인 셈이다. 그래서 제품, 서비스, 메시지에 얼굴과 표정이 들어갈수록 사용자는 더 빠르고 깊게 반응한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기계가 얼굴을 갖추고 또 인간의 얼굴을 읽어 내는 기술은 더욱 정교해지고 있으며, 다양한 산업으로의 확장도 가속화되고 있다.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도, 어두운 환경에서도, 심지어 얼굴 일부만 보여도 정확히 인식할 수 있는 딥러닝 기반의 기술이 이미 상용화되고 있다. 기업은 직원의 표정을 통해 컨디션이나 업무 집중도를 관리하고,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는 가상 아바타가 현실의 표정과 감정을 그대로 반영해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한다.

결국 페이스테크는 ‘기술이 인간을 얼마나 닮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가장 설득력 있는 해답을 제시한다. 복잡하고 차가운 기술의 홍수 속에서 방향을 잃은 우리에게, 얼굴이라는 가장 본능적인 소통 방식은 오히려 가장 혁신적인 해법이 되고 있다. 앞으로 기술의 성패는 얼마나 빠르고 강력한 기능을 갖췄는지가 아니라 사용자와 얼마나 깊이 공감하고 정서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기술에 인간의 얼굴을 새기는 페이스테크의 진화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다양한 표정과 음성으로 고객과 상호 작용하는 서빙 로봇 ‘벨라봇’ © 브이디로봇
다양한 표정과 음성으로 고객과 상호 작용하는 서빙 로봇 ‘벨라봇’ © 브이디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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