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인사이트] 낯설어진 익숙함, 기업은 왜 로고를 바꾸는가
- 11시간 전
- 3분 분량
브랜드 로고 리뉴얼이 필요해지는 세 가지 신호
로고 변경의 성공 조건, ‘그래서 바꿨구나’의 납득
자주 쓰던 앱을 열었을 때 로고가 달라져 낯설게 느껴진 경험, 한 번쯤 있을 법하다. 최근 오늘의집과 무신사, 대한항공처럼 국내 주요 브랜드들이 잇달아 BI(Brand Identity) 리뉴얼에 나서며 이러한 변화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미니멀하고 비슷해 보이는 디자인 이면에는 변화한 시장 환경 속에서 정체성과 지향점을 다시 정의하려는 기업들의 전략이 담겨 있다.
글 | 김지헌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브랜드 심리학자

기업은 브랜드의 방향이나 시대 환경이 바뀔 때 그 변화를 드러내기 위해 로고를 바꾼다 © 오늘의집, AIRBNB, MORTONSALT
애플 로고를 떠올려 보자. 머릿속에 분명 그려지는 것 같지만, 막상 종이에 그려 보면 자신이 없어진다. 실제로 아이폰과 맥북을 매일 사용하는 대학생 100명에게 애플 로고를 직접 그려 보게 한 실험이 있었다. 결과는 의외였다. 정확한 형태를 그려 낸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여러 그림 중에서 정답을 고르는 문제에서도 절반 정도만 맞혔다.
우리는 매일 보는 브랜드의 로고조차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기억은 흐릿한데, 영향력은 또렷하다. 같은 커피라도 블루보틀(Blue Bottle) 컵에 담기면 더 맛있게 느껴진다. 로고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그동안 쌓여 온 경험과 감정을 한 번에 불러오는 ‘감각의 스위치’처럼 작동한다. 형태는 기억하지 못해도 느낌에는 즉각 반응한다. 로고가 브랜드 네임과 함께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로고를 바꾸는 세 가지 이유
이처럼 강력한 자산을 기업은 왜 바꾸려 할까. 로고 변경이 필요해지는 순간은 대체로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브랜드의 정체성이 변화할 때다.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이 좋은 예다. 초창기 로고는 집 모양을 떠올리게 하는 직관적인 형태였다. ‘인테리어 콘텐츠 서비스’라는 정체성을 한눈에 이해시키는 데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커머스, 시공, 가구, 라이프스타일까지 사업이 확장되자 문제가 생겼다. 집이라는 상징이 오히려 브랜드의 범위를 좁혀 보게 만든 것이다. 이후 로고는 설명적인 이미지를 덜어내고 단정한 워드마크(wordmark) 중심으로 정리됐다. 무엇을 하는 브랜드인지 말해 주던 로고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브랜드임을 암시하는 로고로 바뀐 셈이다. 로고가 바뀐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그릇이 커진 것이다.
전 세계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Airbnb)도 비슷한 변화를 겪었다. 초기에는 남는 방을 연결해 주는 단순 숙박 중개 플랫폼이었고, 로고 역시 기능적 워드마크 중심이었다. 그러나 숙박을 넘어 여행지의 생활 경험과 사람 간 연결까지 확장되면서 기존 로고는 ‘소속감’과 ‘연결’이라는 브랜드의 새로운 가치를 담기 어려웠다. 2014년 리브랜딩으로 탄생한 심볼 벨로(Bélo)는 사람·장소·사랑·A자를 동시에 상징한다. 무엇을 하는지 설명하던 로고에서 브랜드가 믿는 가치를 드러내는 로고로 전환했다.
두 번째는 로고가 ‘늙었을’ 때다. 로고도 시간을 입는다. 오래 사용할수록 친숙함은 쌓이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이때의 변경은 방향 전환이 아닌 현재의 감각에 맞춰 다듬는 작업에 가깝다. 미국 최대의 소금 기업 몰튼 솔트(Morton Salt)가 그렇다. 1914년 처음 등장한 ‘우산을 든 소녀’ 로고는 비 오는 날에도 소금이 굳지 않고 잘 쏟아진다는 제품 특성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후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소녀는 사라지지 않았지만, 한 번도 그대로였던 적도 없다. 초창기 소녀는 긴 치마에 무거운 실루엣을 지녔고 일러스트 표현도 복잡했다. 시대가 바뀌면서 치마 길이는 짧아졌고, 헤어스타일은 단정한 단발로 바뀌었으며, 얼굴과 손의 표현도 단순한 선으로 정리됐다. 소금이 흘러내리는 표현 역시 더 간결해졌다. 인쇄 기술, 패키지 디자인, 매대 환경이 바뀔 때마다 로고도 조금씩 조정된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변화’로 인식하기보다 ‘늘 보던 그 브랜드’로 받아들인다. 핵심 상징인 우산, 소녀, 흘러내리는 소금이라는 서사는 그대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로고가 살아가는 환경이 달라졌을 때다. 미국의 신용카드사 마스터카드(Master Card)의 리뉴얼이 여기에 해당한다. 오랫동안 사용된 기존 로고는 겹쳐진 두 개의 원과 그 위에 새겨진 브랜드명으로 표현되었다. 이는 오프라인 카드와 인쇄 매체 중심 환경에서는 문제가 없었지만, 디지털 환경으로 중심이 이동하며 지나치게 복잡해 보였다. 작은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텍스트가 들어간 로고가 선명하게 보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따라서 2016년 리뉴얼을 통해 마스터카드는 원 두 개라는 핵심 상징만 남기고 형태를 단순화했다. 이를 통해 작은 화면에서도 즉시 인식되고, 글로벌 어디서나 동일하게 작동할 수 있는 로고 체계를 새롭게 구축한 것이다.
디자인보다 중요한 ‘이유’의 힘
그렇다면 로고 변경은 어떻게 해야 성공할까. 디자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이유’다. 소비자는 ‘얼마나 달라졌는가’보다 ‘왜 달라졌는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를 잘 보여 주는 사례가 라코스테(Lacoste)다. 100년 가까이 악어 로고로 정체성을 유지해 온 이 브랜드는 ‘Save Our Species’ 캠페인을 통해 한 시즌 동안 상징적인 악어를 내려놓았다. 대신 국제자연보전연맹(IUCN)과 협업해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 10종을 새로운 로고로 적용했다. 코
뿔소, 원숭이, 앵무새 같은 동물들이 악어가 있던 자리에 대신 수놓였고, 각 디자인은 해당 동물의 야생 생존 개체수와 동일한 수량만 생산됐다. 제품은 한정판으로 판매됐고, 수익은 멸종 위기 동물 보호 기금으로 사용됐다. 브랜드는 단순히 로고를 바꾼 것이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선택’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행동으로 보여 준 것이다. 그래서 소비자는 이 변화를 낯선 시도가 아닌 ‘라코스테다운’ 결정으로 받아들였다. 공감할 수 있는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샤오미(Xiaomi)의 로고 변경은 다른 반응을 낳았다. 기존의 각진 사각형 로고를 부드러운 ‘스퀴클(squircle)’ 형태로 다듬는 작업이었는데, 이 프로젝트에는 약 200만 위안(한화 약 3억 원)이라는 비용이 투입되었다. 그러나 소비자는 무엇이 달라졌는지 체감하지 못했다. 변화의 의도와 맥락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디자인의 크기가 아니라 설명의 크기가 문제였다.
결국 성공적인 로고 변경은 시각의 문제가 아니라 이야기의 문제다. 이유 없는 변화는 기억되지 않는다. 브랜드가 지금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려 하는지를 충분히 설명할 때 사람들은 비로소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바꿨구나.” 그 한마디가 나오는 순간, 로고는 달라져도 브랜드는 오히려 더 선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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