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 메이커스] 재사용은 새로운 기본값, 쓰레기 없는 행사장이 가능할까?
- 11시간 전
- 3분 분량
ESG 앞장서는 다회용기 대여 업체, 트래쉬버스터즈
95% 회수율, 40톤 탄소 감축 기록하며 연 200% 성장 중

기후 위기로 ESG가 기업 경영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지만, 여전히 많은 현장에서의 변화는 ‘줄이자’는 선언에 머물고 있다. 전시저널은 ‘밸류 메이커스(VALUE MAKERS)’라는 신규 코너를 통해 이러한 간극을 좁히는 기업들을 조명하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는 다회용기 대여·회수·세척·재공급의 순환 모델로 행사장과 기업 공간의 운영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있는 트래쉬버스터즈를 소개한다.

트래쉬버스터즈의 다회용기는 200번 이상 재사용이 가능하고, 훼손되면 분쇄 후 재가공해 다시 사용한다. © 트래쉬버스터즈
쓰레기 더미에서 시작된 창업 스토리
지난 2019년, 기후테크 기업 트래쉬버스터즈 곽재원 대표의 창업 아이디어는 대형 축제 현장에서 시작됐다. 수만 명이 몰린 음악 페스티벌과 지역 행사장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무대도, 관객도 아닌 일회용 쓰레기 더미였다. 100L 종량제 봉투 수백 개가 행사 종료와 동시에 쏟아졌고, 플라스틱 컵과 음식 용기는 분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채 버려졌다. 공연기획자로 일하던 그는 이런 장면을 수없이 지켜보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했고 결국 직접 해결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그가 택한 해결 방향은 기존과 달랐다. ‘잘 버리자’가 아니라 ‘처음부터 쓰지 말자’로 잡았다. 다회용 컵과 식기를 대량 공급하고, 행사장 내 반납 스테이션을 설치해 사용 직후 회수하는 시스템을 설계했다. 회수된 용기는 전문 세척 설비를 거쳐 다시 현장에 투입되는 순환 구조였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이 모델은 여러 대형 페스티벌과 공공 행사에 도입되며 효과를 입증했다. 일회용 컵 수십만 개를 대체했고, 행사 종료 후 배출되는 폐기물도 눈에 띄게 줄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략 3,000명 정도 관객이 참여하는 행사를 기준으로 했을 때, 100L 종량제 봉투 350개가 필요하던 것이 8개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에 일부 지자체에서는 ‘친환경 축제’를 공식 홍보 포인트로 내세우며 도시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까지 거뒀다. 단순한 협찬이 아니라 행사 운영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은 셈이다.
관람객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다회용기를 직접 사용하고 반납하는 경험 자체가 하나의 환경 캠페인이 되었고, SNS에는 ‘쓰레기 없는 축제’라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확산됐다. ESG는 보고서 속 수치가 아니라 현장에서 체감되는 경험을 통해 설득력을 얻는다는 사실을 보여 준 사례다.
기업 공간으로 확장된 순환 모델
행사장에서 검증된 트래쉬버스터즈의 다회용 시스템은 이 제 기업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사내 카페와 구내식당, 임직원 대상 대형 행사 등에 다회용기 렌털 서비스가 도입되며 일상 속 ESG 실천 모델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예를 들어 사내 카페에서 점심으로 샌드위치와 음료를 다회용 용기에 담아 이용한 뒤, 층별 반납 스테이션에 뚜껑과 용기를 분리해 넣는다. 외근 중에는 드라이브 스루에서 다회용 컵을 선택하고 퇴근길 지하철 역사에 마련된 반납함에 컵을 투입한다. 이렇게 회수된 용기는 트래쉬버스터즈의 물류 차량을 통해 세척센터로 이동한다. 이후 초고압·고온 세척과 UV-C 살균, 자동 건조 과정을 거쳐 재포장돼 다음 날 다시 매장 창고로 공급된다. 사용부터 재공급까지 하나의 순환구조로 설계된 것이다.
이 시스템은 입소문을 타며 사옥 내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려는 기업들의 문의로 이어졌다. 임직원이 매일 사용하는 커피 컵을 다회용으로 전환할 경우, 연간 수만 개의 플라스틱 컵을 줄일 수 있다. 실제로 도입한 기업에서는 폐기물 처리 비용 절감은 물론, ESG 경영 지표 개선 효과도 확인됐다. 기업 행사와 콘퍼런스 현장에서도 효과는 분명했다. 대규모 세미나와 브랜드 론칭 행사에서 일회용 대신 다회용 컵을 적용해 친환경 이미지를 강화했고, 참가자 만족도 또한 높게 나타났다. 위생과 편의성을 동시에 확보한 운영 방식이 신뢰를 얻은 덕분이다. 이처럼 트래쉬버스터즈의 시스템은 ‘환경을 위한 희생’이 아닌 ‘더 나은 운영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시장도 이제 기본값을 바꿀 때
다회용 시스템의 핵심은 결국 위생과 물류다. 트래쉬버스터즈는 80~120bar 초고압 분사와 65~85도 온수 세척, UV-C 살균, 자동 건조를 결합한 세척 라인을 구축했다. 여기에 AI 기반 오염 감지 기술과 사물인터넷(IoT) 모니터링 시스템을 더해 전과정을 관리한다. 용기의 형태나 오염도와 관계없이 균일한 품질을 확보하고, 회수부터 재공급까지 모든 과정을 데이터로 추적할 수 있다. 매장에서는 반납량·세척 주기·재고 현황을 한 화면에서 관리하고, 행사장에서는 이동식 반납 스테이션을 운영해 회수 동선을 효율적으로 단순화했다.
이러한 트래쉬버스터즈의 기술력과 운영 역량은 공공기관 및 대기업 프로젝트 참여로 이어지며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 서울시 실증 사업에서 약 100만 개의 컵을 회수·세척해 회수율 95%를 기록했고, 약 40톤의 탄소를 감축하는 성과를 냈다(2025년 11월 기준). 현재는 매출의 80%가 기업 간 거래(B2B)에서 발생한다. 네이버, 카카오, KT, 하이브 등 주요 기업에 매일 사용할 다회용 컵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포츠 분야로도 영역을 확장해 일부 야구장과 축구장에서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며, 음료를 다회용 컵으로 제공하고 있다. 그 결과, 매출은 매년 약 200%씩 성장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0억 원에 육박했다.
전시산업 역시 이러한 테크 기반의 순환 모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시회는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 용기 등 대량의 폐기물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공간이다. 며칠 간의 행사 뒤에 남는 쓰레기와 탄소 배출 분량은 방대한 수준이다. 전시주최자가 다회용 인프라를 구축하고 참가업체와 관람객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를 설계한다면 전시 현장은 가장 실질적인 ESG 실천 무대로 거듭날 수 있다. 다회용품 재사용을 ‘선택이 아닌’ 기본값으로 삼는 전시산업의 적극적인 전환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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