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2026] AI라는 말과 인간이라는 기수: 2026 병오년, 붉은 말에 올라타자
- 준걸 김
- 1월 12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6일 전
말의 역사와 상징으로 읽는 2026 트렌드
AI 위에 올라탄 켄타우로스형 인간의 조건
병오년(丙午年) 신년을 맞아 인류 문명의 동반자였던 말(午)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 도약과 에너지의 상징인 말처럼, 2026년은 변화의 속도와 방향을 함께 고민해야 할 해다. 『트렌드 코리아 2026』의 주요 키워드를 통해 AI와 인간이 공존하는 시대의 흐름을 살피며, 말이 지닌 상징을 출발점으로 기술과 삶, 소비와 가치가 만들어 갈 2026년의 트렌드를 조망해 본다.
글 | 이혜원 트렌드코리아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말은 힘의 기준이자 문명의 확장을 가능하게 한 존재였다. © SHUTTERSTOCK
가장 강력하고 가장 인간적인 존재
문명의 지평을 바꾼 동물이 있다. 말이다. 더 빠르거나 힘센 동물도 있었지만, 인간과 함께 살아갈 수 있었던 동물은 말뿐이었다. 이로 인해 말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권력과 위엄의 상징이 되었고, 전근대 사회에서 높은 지위의 인물은 반드시 말을 탔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는 말의 해부학을 연구하며 그 완벽한 구조에 매혹돼 ‘말은 자연의 기계적 걸작’이라고 극찬했다. 하루 수십 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는 체력과 지구력, 속도와 힘을 겸비한 말은 그 자체로 ‘파워’의 상징이었다. 제임스 와트(James Watt)가 증기기관의 성능을 설명하기 위해 ‘마력(馬力)’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말 한 마리가 내는 힘을 기준으로 삼았을 만큼, 말은 당시 가장 강력한 힘의 척도였다. 이 개념은 산업혁명 이후 기계 문명의 기본 단위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말은 단지 강력한 존재에 그치지 않는다. 겁이 많고 예민하지만, 인간과 신뢰를 쌓으면 깊은 애착을 보이는 감정적인 동물이기도 하다. 주인의 목소리와 감정을 인식하고, 위험 앞에서는 몸을 던져 보호했다는 기록이 역사 곳곳에 남아 있다. 말은 단순한 운송 수단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교감하는 진정한 동반자였던 것이다. 가장 강력하면서도 가장 인간적인 이 역설적 존재는, 문명과 함께 달려온 상징 그 자체였다. 전쟁과 통신, 교역과 확장의 중심에는 언제나 말이 있었다. 왕과 장군, 상인과 농부에 이르기까지 인류 문명의 확장과 발전은 늘 ‘말의 힘(horse power)’과 함께 이루어져 왔다.
AI와 인간의 변증법적 합일
『트렌드 코리아 2026』에서는 2026년 말의 해를 맞아 AI와 인간이 공존하는 시대, 기술의 폭발적 진화와 인간 본연의 가치가 충돌하고 융합하는 전환기를 담아내는 키워드로 여러 가치관과 행동 양식의 방향성을 가늠해 보았다.
먼저 AI 적용과 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트렌드들이 있다. 검색 결과를 클릭할 필요 없이 AI가 제시한 답으로부터 정보를 소비하는 ‘제로클릭’, AI 트랜스포메이션을 주도할 수 있도록 조직의 업을 재정의하고 유연성과 자율성을 핵심 DNA로 삼아 끊임없이 진화하는 조직 구조와 문화를 나타내는 ‘AX조직’, 불확실성을 극도로 회피하며 무엇이든지 미리 준비하고 선제적으로 계획해 수치적으로 예상하고자 하는 ‘레디코어’, 제품의 가격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구성을 해석하고 분석하는 ‘프라이스 디코딩’, 그리고 거대 서사가 사라지고 수많은 마이크로 흐름으로 작고 많게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생활을 드러내는 ‘픽셀 라이프’가 그것이다. 이 다섯 가지 키워드는 AI가 우리 삶과 비즈니스를 어떻게 재편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드러내며, 변증법으로 말하자면 시대의 정(正)을 나타낸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기술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인간 본연의 가치가 조명된다. 맥락 없는 마음의 움직임인 ‘기분’이 소비의 동인이 되는 ‘필코노미’, 전통적 가족 형태를 넘어서 개인의 자율적 삶(1)을 중심으로 새로운 연결성(0.5)이 형성되는 현상을 의미하는 ‘1.5가구’, 단순한 건강 관리를 넘어 삶의 질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지혜를 뜻하는 ‘건강지능’, 그리고 AI가 모든 것을 생성할 수 있기에 오히려 진짜의 가치가 부상하며 안정감을 추구하는 ‘근본이즘’ 등이 그러한 트렌드다. 이 네 가지는 AI 시대에도 오히려 더욱 중요해지는 인간적 통찰과 감성, 그리고 공동체적 가치를 강조하는 반(反)에 해당하는 키워드들이다.
이러한 변증법적 합일은 ‘휴먼인더루프(Human in the Loop)’로 수렴한다. 휴먼인더루프는 AI라는 강력한 힘으로 업무의 루프(일)가 수행되는 과정에서 인간이 반드시 개입해 완성도를 높이고 의미를 부여하는 구조를 뜻한다. 기계가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해 내면 인간은 옥석을 가려 가치를 창출한다. 이것이 AI 시대의 진정한 협업이며, 정과 반이 만나 이루는 합(合)이다.
붉은 말의 해를 맞이하는 자세
인공지능이라는 압도적 기술력과 인간 고유의 감성이 만나는 지점에서 그리스 신화 속 켄타우로스(Centauros)를 다시 떠올릴 수 있다. 켄타우로스는 상체는 인간, 하체는 말인 반인반마(半人半馬)다. AI 시대의 켄타우로스형 인재란 인간 고유의 지혜(What & Why)와 AI의 막대한 정보력(How)을 완벽하게 결합해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차원의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진정한 승자는 가장 빠르고 강력한 기계를 가진 자가 아니라, 그 기계 위에서 가장 깊이 사유하고 가장 ‘현명한 질문을 던지는 인간’이 될 것이다.
변화의 고삐를 놓지 말아야 하고, 민첩하게 움직여야 하며, 과감하게 도전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방향을 잃지 않아야 한다. 말이 아무리 빨라도 기수가 없으면 제 길을 찾지 못하듯, AI가 아무리 강력해도 인간의 지혜 없이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다. 『말의 세계사』의 저자 피타 켈레크나(Pita Kelekna)가 지적했듯, 말은 문명의 확산을 가속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AI라는 시대적 ‘말’을 만난 우리 또한 마찬가지다. 이 강력한 도구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정치 갈등과 경기 침체로 지쳐 있던 대한민국이 2026년, 다시 한번 재도약의 발판을 딛는다. 기술의 힘과 인간의 지혜를 결합한 켄타우로스형 인재들이 각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하고, 기업과 조직은 유연하고 민첩하게 변화에 대응하며, 개인은 자신만의 건강하고 의미 있는 삶을 설계해 나간다면 새해마다 외치는 ‘혁신’은 결코 한때의 구호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문명사적 성장의 중심에 언제나 ‘말’이 있었던 것처럼, 새해에도 ‘Horse Power’와 동행하기를 바란다. May the Horse Power be with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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