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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의 조언] 16년 전, 신입사원 정슬에게

  • 작성자 사진: 준걸 김
    준걸 김
  • 1월 12일
  • 2분 분량

전시저널은 업계 베테랑들의 업무 노하우와 전시산업의 핵심 인사이트를 전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킨텍스 전시사업2팀 손정슬 팀장이 신입사원 시절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업계 초년생의 희로애락과 성장을 담아낸 글을 소개한다.



글┃손정슬 킨텍스 전시사업2팀 팀장



그날로부터 16년이 흘러 두 아이의 엄마이자 전시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너의 모습을, 지금의 너는 상상하기 어렵겠지.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그날의 네가 그러했듯 나는 여전히 자유로에서 킨텍스IC로 접어들 때마다 매끈하게 펼쳐진 킨텍스 건물을 보면 꿈만 같아. 내가 전시회를 기획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순간이 있어. 정말 넌 그렇게 되었어.

전시팀에서 일하게 되었다는 낭만적인 꿈에 금이 가기 시작한 날은 바로 내 첫 전시회 개막일이었어. 지금도 그날 쓴 일기를 보면 눈물이 핑 돌아. 정말 끔찍하고 처참하게 망해 버렸거든. 참가업체들과 약속한 것들이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어. 오기로 한 해외 바이어들이 오지 않았고, 사흘 내내 전시장에는 참관객보다 참가업체들이 더 많았지. 게다가 예산 관리를 제대로 못 한 바람에 적자가 났고, 당시 나의 팀장님은 사장님께 어려운 보고를 해야 했어. 그때 사장님께서 하신 말씀은 지금도 전시회 개막일 출근길마다 늘 떠올라.

“이 실패를 겪고 난 손 대리는 미래 킨텍스 주관 전시회에서 큰 성과를 낼 거니, 적자가 아니라 플러스가 되는 사업일 겁니다.”

돌이켜 보면 사장님의 말씀은 정확히 맞아떨어졌어. 여러 전시회를 만들면서 내가 겪은 크고 작은 실패들이 경쟁력으로 쌓였고, 그 덕분에 언젠가부터는 회사에 실적을 가져다주는 좀 더 괜찮은 전시 기획자로 명함을 내밀 수 있게 되었거든. 전시사업을 하면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 것 같아. 내가 만들어 나가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인 것이고, 그 과정 속에서 성장한다는 사실을 배웠으니까. 또 조직에는 훌륭한 오답 노트가 될 수도 있지. (실패에 따라 성과급은 줄어들지만 인생에서 돈이 전부는 아니잖아?)

매년 전시회를 만들어 오며 배운 게 있어. 미래의 기회, 즉 무형의 가치를 언급하고 팔아야 하는 우리에게는 확신과 믿음이 꼭 필요한데 그건 결코 나 혼자에게서만 나오는 게 아니야. 참가업체들뿐만 아니라 내 주위의 동료들, 그리고 고마운 협력사들이 함께 만들어 나가는 일이거든. 우리 모두가 하나의 전시회를 위해 노력하고 채워 나가며 마무리하면서 든든한 자신감을 얻게 돼. ‘함께 뭔가를 해냈다’는 감각. 보통 고3 체육 대회 이후로 어른이 되면 이런 느낌을 받기 참 힘들잖아. 그런데 나는 전시회를 만들 때마다 매번 이 감각을 통과해. 이렇게 좋은 동료들이 곁에 있음에 늘 감사하고, 나도 그들에게 좋은 동료가 되고 싶어. 나 혼자 잘나면 된다고 생각하던 이기적인 내가 전시회 일을 하면서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야.

우리가 만든 전시회에 참가한 중소기업들이 현장에서 바이어들을 만나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도 해. 나는 판을 깔아 준 것뿐인데도 진심 어린 감사 인사를 받았을 때에는 문득 부자가 된 것 같기도 했지. 누군가의 주머니만 불리는 일이 아니라 이렇게 산업계와 사회에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나에게 큰 보람을 안겨다 줘. 월급보다 더 소중한 정신적 보상이지. 업계에서는 ‘전시회 마약’이라고도 해(웃음).

이 길에 들어선 너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이 편지를 썼어. 치열한 전시회 현장에서도 늘 다정함을 잃지 않기를 바라며, 이만 총총.


- 2026년의 정슬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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