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트렌드] 불안한 시대의 소비 방식, 요즘 2030은 왜 ‘액막이 명태’를 살까
- 준걸 김
- 7일 전
- 3분 분량
액막이부터 사주까지… 2030 행운 소비 열풍
심리적 위안으로 기능하는 행운 콘텐츠 인기
경기 침체와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2030세대를 중심으로 정서적 안정을 추구하는 ‘불안 해소형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액막이 소품이나 사주·타로 콘텐츠까지 젊은 세대의 일상에 스며들며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2030세대의 심리를 반영한다.

액막이 명태 모습으로 출시된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인형들 © 카카오프렌즈
행운 소비로 마음 지키기
복을 불러들이고 액운을 막아 준다는 ‘액막이 명태’가 2030세대 사이에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천장에 말린 명태를 걸어 두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뜨개 인형이나 패브릭 소품, 나무 조형물, 도자기 오브제 등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재해석된 액막이 명태 굿즈가 일상 공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가구·인테리어 유통 플랫폼 오늘의집에 따르면 액막이 명태 관련 거래액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인다. 2024년 연말 기준 거래액은 두 달 전보다 약 40% 가까이 늘었고, 관련 키워드 검색량도 같은 기간 대비 1만4,000건을 넘어섰다. 2025년 2월에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리빙 카테고리 인기 순위 3위에 오르며 대중적 인지도 역시 빠르게 높아졌다. 성인 손바닥만 한 크기의 선물용 명태 인형은 ‘취업운 명태’ ‘애정운 명태’ ‘재물운 명태’ 등 목적에 따라 서로 다른 디자인과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네이버 쇼핑에서도 액막이 관련 상품의 클릭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는데, 구매층은 여성 비중이 약 70%로 높았고 연령대는 30대가 가장 많았다.
이 같은 흐름은 액막이 명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른바 ‘행운 굿즈’ 전반에 대한 소비 역시 확산되고 있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실제 네잎클로버를 코팅해 판매하는 홍대 노점상 위치를 공유하는 글이 올라오고, 신용카드 크기의 ‘행운 부적’을 서로 주고받아 휴대전화 케이스나 지갑에 넣고 다니는 문화도 유행 중이다. 생활용품 전문점 다이소 역시 네잎클로버를 테마로 한 ‘행운 가득 시리즈’를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다. ‘행운 만땅’ 문구가 담긴 부적 세트부터 네잎클로버 무드등, 뜨개 키링과 행운 인형 DIY 세트까지 익숙한 생활용품에 행운의 이미지를 더한 상품들이 잇따라 품절되며 인기를 입증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시대적 정서의 반영으로 해석한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불확실성 속에서 개인이 삶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감각이 커질수록, 상징적인 물건이나 행위를 통해서라도 심리적 안정을 얻고자 한다는 것이다. IMF 외환위기 당시 부적 문화나 달마상이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경제적 위기 국면에서는 마음을 다독이는 ‘상징적 소비’가 반복적으로 등장해 왔다.
불안을 달래주는 가치 소비
행운 소비가 확산되는 배경에는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판단의 기준’을 찾고자 하는 욕구가 자리한다. 사주·타로·운세 콘텐츠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거 운세가 미래를 예언하는 도구였다면 오늘날 2030세대에게 운세는 삶의 방향을 정리하고 감정을 정돈하는 참고 자료에 가깝다. 취업과 이직, 연애와 인간관계처럼 정답이 없는 선택의 순간에서 운세는 결정 자체보다 ‘지금 이 고민을 해도 괜찮다’는 심리적 허락을 제공한다. 이는 불안한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지나치게 몰아붙이지 않게 만드는 완충 장치로 작동한다.
특히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사회 구조적 불안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상황을 개선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강화했다. 그 결과, 합리적 계산이나 자기계발만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불안이 누적되고 그 빈틈을 정서적 콘텐츠가 메우는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운세 콘텐츠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완화하고 결과를 개인의 능력 부족이 아닌 ‘시기’나 ‘흐름’의 문제로 재해석하게 만든다. 이는 자존감 손상을 최소화하면서도 다시 시도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불확실성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지 않게 해 준다는 점에서 정서적 부담을 덜어 주는 효과가 있다.
또한 운세는 비용 대비 심리적 만족도가 높은 소비라는 점에서 가치소비의 성격도 지닌다. 큰 지출이나 장기적인 계획 없이도 즉각적인 위안과 몰입감을 제공하며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를 틈을 마련해 준다. 불안이 높은 시대에 운세 콘텐츠는 미래를 단정 짓기보다는 불확실성을 견디는 하나의 생활 기술로 기능하고 있다.
미신이 아닌 조용한 생존 전략
2030세대의 행운 소비는 단순히 미신적 믿음의 부활이라기보다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방식이 달라졌음을 보여 준다. 고용 불안, 자산 격차, 사회 이동성의 둔화는 미래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대신 현재의 안정과 감정 관리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이 과정에서 행운 굿즈나 상징적 소비는 삶을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는 최소한의 감각을 제공한다. 비록 현실을 직접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불안을 다루는 태도만큼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건네는 셈이다. 이는 무력감에 빠지지 않기 위한 하나의 자기 방어 전략으로 작용한다.
심리학적으로도 불확실성이 클수록 사람들은 의미와 패턴을 찾으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행운 아이템은 무작위적으로 느껴지는 현실을 일정한 흐름 속에서 이해하도록 돕고, 우연한 상황에 나름대로의 해석 기준을 부여한다. 이는 막연한 불안을 구체적인 대상으로 전환해 감정 소모를 줄이는 효과를 낳는다. ‘잘되기 위한 노력’보다는 ‘잘 버티기 위한 장치’에 가깝다는 맥락에서, 행운 소비는 자기관리의 한 형태로 이해할 수 있다.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직접 다루려는 태도라는 점에서 오히려 현실적이다.
아울러 이 소비는 과시나 물질적 성과를 쌓는 것보다 개인의 마음 상태를 중시하는 최근의 가치소비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성공보다 스스로를 다독이는 경험에 의미를 두는 선택인 셈이다. 작은 행운에 기대는 행위는 나약함의 표현이 아니라 불안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삶을 지속하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다. 결국 행운 소비는 2030세대가 시대의 압박 속에서 만들어 낸 조용하지만 분명한 생존 전략이다. 새해에는 이 작은 행운들이 2030세대의 일상에 조금 더 많은 여유와 희망으로 되돌아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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