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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전시회는 사흘, 비즈니스는 수년

9월 7일
5분 분량

경제지표 너머 전시회가 산업을 움직이는 방식

EIC 보고서로 읽는 전시회의 촉매효과



경제지표에 잡히지 않는 전시회의 성과는 과연 얼마나 될까. 전시회는 사흘간 열리지만, 현장에서 시작된 비즈니스는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이어지며 기업과 산업의 성과로 연결된다. 전시장에서 시작된 상담이 실제 계약으로 전환되고, 처음 만난 바이어가 장기 고객이 되며, 공개된 기술이 공동개발과 투자로 확장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전시회의 경제적 가치를 참가자 수나 개최기간의 소비액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벤트산업협회(Events Industry Council, 이하 EIC)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와 함께 발간한「2026년 비즈니스 행사의 글로벌 경제적 중요성」보고서는 이러한 성과를 ‘촉매효과(Catalytic Effects)’로 설명한다. 이는 행사를 기획하고 개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지출을 넘어 신규 고객과 시장 발굴, 지식 이전, 연구개발, 파트너십, 혁신과 후속 매출로 이어지는 광범위한 효과를 뜻한다. 문제는 이 촉매효과가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며 인과관계를 명확히 입증하기 어려워 기존 경제지표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전시회의 경제적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현장에서 무엇이 시작됐고, 그 만남이 이후 어떤 거래와 산업의 변화를 이끌었는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기사 원 출처 https://eventscouncil.org



© SHUTTERSTOCK



전시회가 움직이는 산업 생태계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비즈니스 행사는 1조2,920억 달러의 직접 지출(Direct Spending)을 창출했다. 또한 세계전시산업협회(UFI)와 투어리즘 이코노믹스(Tourism Economics)의 최신 자료를 인용해, 같은 해 전시회가 직접 뒷받침한 지출액이 1,80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시장 임대료나 참가비를 단순 합산한 금액이 아니다. 전시회 기획과 개최, 참가업체의 제품과 기술 전시, 참관객과 바이어의 현장 방문에 이르기까지 발생한 폭넓은 경제활동을 포함한 수치다.

전시회 한 건이 열리기 위해서는 전시주최자의 기획과 마케팅이 선행돼야 한다. 이어 전시장의 공간 운영과 시설 관리가 이뤄지고, 참가업체는 부스 디자인과 설치, 전시품 운송·통관·보관, 현장 인력 배치에 비용을 투입한다. 여기에 광고·홍보, 등록 시스템, 네트워크와 통신, 시청각 장비, 보안, 통역, 케이터링, 청소, 보험과 장비 임대도 필요하다. 해외 참가업체와 바이어가 참여할 경우 항공과 철도, 지상 교통, 숙박과 식음료 소비까지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2026년 비즈니스 행사의 글로벌 경제적 중요성」보고서 표지 © eventscouncil.org

 

 

촉매효과, 지출에서 거래로 확장되는 전시회의 가치

이 같은 구조를 고려하면 전시회를 단순한 모객(募客) 행사로만 보기는 어렵다. 전시회는 제한된 기간과 공간에 다양한 산업 서비스를 집약하고, 참가업체와 바이어를 연결해 새로운 거래의 가능성을 만들어 내는 복합 산업 플랫폼이다. 전시주최자와 참가업체가 집행한 비용은 전시디자인과 전시서비스 사업자의 매출이 되고, 다시 제조·물류·기술·전문 서비스업의 수요로 확산된다. 관련 종사자가 받은 임금은 주거와 교육, 의료, 식료품과 생활 서비스 등 지역 내 소비로 이어진다. 전시회 개최에 투입된 비용이 공급망과 지역 경제를 거치며 여러 차례 순환하는 것이다.

참가업체의 경제활동도 이 과정에 더해진다. 참가업체는 단순한 방문객이 아니라 전시 공간을 조성하고 제품을 운송하며, 바이어와 상담하고 새로운 거래를 준비하는 경제 주체다. 즉, 전시회의 직접 지출에는 소비뿐 아니라 참가업체의 마케팅과 영업, 시장 개척을 위한 투자 비용도 포함된다. 1,800억 달러는 이러한 전시산업 생태계의 규모를 보여 주는 지표다. 그러나 이 수치 역시 전시회의 가치를 모두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 부스 제작비와 물류비, 참가자의 이동·숙박비처럼 즉시 집계 가능한 항목과 달리, 전시회에서 확보한 고객 리드가 계약으로 이어진 규모나 새롭게 개척한 유통망이 창출한 매출까지 포함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1,800억 달러는 전시회가 만들어 내는 경제효과의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에 가깝다. 전시회 개최에 직접 투입된 지출이 첫 번째 효과라면, 현장에서 형성된 관계와 정보가 후속 거래, 수출, 투자와 기술협력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두 번째 효과다. 기존의 지출 중심 경제지표를 넘어 전시회의 산업적 가치를 설명하는 이 두 번째 영역이 바로 ‘촉매효과’다.

 

 

 


얼마를 썼는가보다, 무엇이 시작됐는가

EIC 보고서는 비즈니스 행사의 총 경제효과(Total Economic Impact)가 발생하는 분야를 크게 직접·간접·파급 활동세 부문으로 구분한다. 직접 활동(Direct Activity)은 행사 기획과 제작, 전시장 운영, 참가자의 이동과 체류, 참가업체의 참가 활동 등 행사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산업과 서비스를 의미한다. 간접 활동(Indirect Activity)은 공급망과 관련된 영역으로 부스 제작, 물류, 기술, 시설관리, 보험, 마케팅 등에 해당한다. 그리고 파급 활동(Induced Activity)은 이 과정에서 발생한 임금 등 소득이 다시 지역경제의 소비로 이어지는 파생적 소비를 뜻한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경제효과는 전시회를 개최하기 위해 발생한 금액과 참가업체·참관객의 관련 지출을 기준으로 산출돼, 전시회가 기업의 사업 활동에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까지는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현장에서 만난 해외 바이어와의 상담이 수출 계약으로 이어지거나, 공개된 기술이 공동 연구개발과 투자로 확장되는 성과는 개최 당시의 직접 효과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EIC는 이처럼 전시회를 계기로 발생하는 장기적이고 광범위한 영향을 ‘촉매효과’로 정의한다. 새로운 사업 기회와 고객 리드, 지식 이전, 향후 매출, 연구 협력, 기술 습득, 전문 네트워크 형성 등이 대표적이다. 직접효과가 ‘행사를 위해 얼마의 금액이 움직였는가’를 보여 준다면, 촉매효과는 ‘전시회를 계기로 무엇이 새롭게 시작됐는가’를 설명한다. 전자가 현재의 경제를 나타낸다면, 후자는 미래의 경제를 가리킨다.

문제는 촉매효과가 즉시 측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계약과 투자 성과가 수개월 또는 수년 뒤 나타날 수 있고, 시장환경과 기업 역량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전시회의 중요한 가치가 기존 성과지표에서 누락되거나 실제보다 낮게 평가될 수 있다. 따라서 전시회 성과는 참관객 수와 소비액뿐 아니라, 새롭게 확보한 고객과 파트너, 후속 계약과 수출, 기술협력과 시장 진입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전시회는 지출을 발생시키는 행사를 넘어 새로운 경제활동을 촉발하는 산업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전시회의 성과는 ‘얼마나 많이 모였는가’를 넘어 ‘그 만남이 무엇으로 이어졌는가’로 평가해야 한다 © SHUTTERSTOCK

 

 

만남을 넘어 계약으로, 대면 접촉이 만드는 비즈니스

전시회의 촉매효과가 거래와 협력으로 이어지는 출발점에는 대면 관계가 있다. EIC 조사에서 응답자의 70%는 비즈니스 행사를 통해 얻는 성과 가운데 ‘대면 상호작용을 통한 관계 구축’을 가장 대체하기 어려운 요소로 꼽았다. 공동체 의식과 신뢰, 정서적 유대감을 선택한 응답도 12%에 달했다. 이러한 관계의 가치는 경제적 성과와도 연결된다. 응답자들은 대면 행사를 개최하지 않거나 행사에 참가하지 않을 경우 평균적으로 매출의 28%를 잃을 수 있다고 봤다. 대면 행사에 참여했을 때의 인지도는 참여하지 않았을 때 보다 평균 37% 높았으며, 마케팅과 영업 비용은 평균 19% 절감되는 것으로 평가했다.

전시회에서는 제품과 기술을 직접 확인하는 동시에 거래 상대의 전문성과 대응 역량, 협력 의지를 짧은 시간 안에 판단할 수 있다. 온라인 정보 탐색이나 비대면 상담보다 훨씬 입체적인 검증이 가능하다. 처음 만난 기업 사이에도 신뢰 형성의 속도를 높여 후속 상담과 계약으로 나아갈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따라서 전시회의 경쟁력은 단순히 많은 사람을 모으는 데 있지 않다. 산업의 핵심 관계자를 한 공간에 연결하고, 기업이 새로운 고객과 파트너를 탐색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데 있다. 전시회가 단축하는 것은 물리적 거리만이 아니라 기업과 기업이 신뢰에 도달하기까지 필요한 시간이다. 디지털 기술도 대면 기능을 대체하기보다 확장하는 방향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EIC 조사 결과, 향후 온라인으로의 전시회 형태 전면 전환은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응답이 29%로 나타났다. 이는 온라인 플랫폼이 사전 정보 제공과 참가자 매칭, 사후 관계 관리의 효율을 높일 수는 있으나, 핵심적인 신뢰 형성과 거래 전환은 여전히 현장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결국 전시회의 촉매효과는 사람을 만나는 순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현장에서 형성된 신뢰가 후속 상담과 계약, 파트너십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장기적인 산업 성과가 된다.

 

 

다시 쓰는 전시회 성적표

촉매효과를 전시회의 핵심 가치로 본다면 성과 측정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참가업체 수와 참관객 수, 전시면적, 상담 건수와 상담액은 개최 규모와 현장 실적을 보여 주는 데 유용하다. 그러나 전시회 이후 이어 지는 거래와 관계의 성과까지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EIC 조사에서도 행사 성공을 판단하는 기준은 ‘단순 참가 규모’보다는 ‘비즈니스 성과’에 가까웠다. 응답자의 53%가 ‘관계 관리’를 측정 지표로 활용했으며, 인지도 향상 43%, 신규 고객 확보 42%, 신규 영업 리드 37%가 뒤를 이었다. 참가·전시 비용 대비 추가 매출을 측정한다는 응답도 31%를 차지했다.

국내전시회 역시 전체 참관객 수와 함께 유효 바이어 수 그리고 구매 의사결정권자의 비중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상담 건수는 후속 상담 전환율과 실제 계약액으로, 해외 참관객 수는 수출과 유통망 확보 성과로 연결해 평가해야 한다. 참가업체 만족도 역시 행사 직후의 인상에 머물지 않고 신규 고객 확보, 재참가의 향과 매출 기여도를 함께 확인하는 방향으로 확장해 가야 한다.

성과를 확인하는 시점도 중요하다. 계약과 투자, 기술협력은 전시회 종료 직후 완성되지 않으므로 개최 당해 연도의 조사만으로는 촉매효과를 포착하기 어렵다. 전시회 종료 후 일정 기간이 지나고 참가업체의 후속 상담과 계약, 수출, 파트너십을 추적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물론 모든 후속 성과를 전시회만의 기여로 환산하기는 어렵다. 다만 어떤 고객과의 만남이 거래로 발전했는지, 어떤 정보와 네트워크가 시장 진입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확인하면 전시회의 산업적 역할을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전시회의 성적표는 ‘얼마나 많이 모였는가’를 넘어 ‘그 만남이 무엇으로 이어졌는가’를 보여 줘야 한다.

 

 

전시산업, 성과평가 기준을 바꿀 때

이렇듯 전시회의 성과를 개최 실적만으로 평가하는 방식은 한계가 분명하다. 국내 전시산업도 마찬가지다. 전시회의 질적 발전과 양적 확장을 위해서는 참가업체 수와 참관객 수를 늘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전시회가 기업의 판로 개척과 기술 교류, 투자와 성장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살펴보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전시회는 단기간에 참관객을 유치하는 행사가 아니라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고 새로운 시장의 형성을 앞당기는 산업 인프라다. 따라서 한국 전시산업도 행사 종료 후의 계약과 수출, 파트너십과 기술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성과 체계를 갖추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제 전시산업의 그릇을 온전히 측정하기 위해선 던져야 할 질문을 바꿀 시점이 왔다.



전시회의 ‘촉매효과’란 ‘전시회를 계기로 무엇이 새롭게 시작되었나’를 의미한다 © SHUTTERSTOCK



VOL.132(2026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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