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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산책] 뇌과학 마케팅, 소비자의 뇌를 읽다

  • 작성자 사진: 준걸 김
    준걸 김
  • 2024년 9월 9일
  • 3분 분량

뉴로 사이언스 관점에서 본 소비자 행동의 비밀


글┃김지헌 교수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먹다 남은 눅눅한 감자칩을 맛있게 먹는 방법은? 감자칩을 먹는 동안 헤드폰을 착용하고 ‘바삭, 바삭’ 소리를 들으면 약 15%가량 더 바삭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이를 밝혀낸 연구자들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괴짜 연구자들에게 수여하는 이그노벨상을 수상했다. 이처럼 맛의 평가는 혀가 담당할 것 같지만, 사실은 멀티 감각정보(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를 종합한 뇌가 판단한다. 우리의 미각은 뇌가 연출하는 다차원적인 감각의 교향곡인 셈이다. 어째서 그럴까?

뉴로 사이언스를 활용한 인간의 행동 분석

뇌는 질량기준으로 보면 몸의 2%밖에 되지 않지만, 전체 에너지의 약 25%를 쓰기 때문에 가장 탐욕적인 신체기관이라는 평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의 신체적 반응에 깊숙이 관여되어 있는 뇌의 역할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특정 자극에 왜 반응하고 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뇌의 인지 활동을 분석하는 학문이 바로 뉴로 사이언스(Neuroscience)다.

겉으로 드러난 인간 행동이 아닌 그 행동을 움직이는 뇌의 활동을 분석함으로써 과거에 결코 알기 어려웠던 새로운 진실들 이 밝혀지고 있다. 예를 들면, 혐오스러운 사진(예, 바퀴벌레)에 대한 보수와 진보 성향의 사람들은 어떻게 다른 감정적 반응을 보일까?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뇌를 스캔해 비교한 결과, 보수적 성향의 사람의 혐오 사진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더 큰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원초적 자아의 무의식적 반응이 학습된 자아와 다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렇듯 뉴로 사이언스는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새로운 결과들을 도출하고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특히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뇌파 측정(EEG) 등의 방법을 활용하여 소비자 행동의 이유와 원리를 연구하는 뉴로 마케팅(Neuro Marketing)은 상업적 가치가 더해지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코카콜라와 혼다로 본 뇌과학 마케팅의 성패

지금부터 신제품 개발, 프로모션 기획, 서비스 개선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에 뇌과학의 지식들이 활용된 사례들을 살펴보자. 뉴로 마케팅을 얘기할 때 가장 많이 회자되는 기업이 아마도 코카콜라(이하, 코크)일 것이다. 1975년 펩시의 도전에 위기감을 느낀 코크는 신제품 개발을 위해 소비자 19만 명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으며, 마침내 최적의 맛을 가진 ‘뉴코크’를 출시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이전 코크가 더 낫다며 원상복구를 요구하는 소비자의 항의가 빗발쳤고, 결국 기존 코크를 ‘클래식 코크’라는 이름으로 재출시했다.

뉴코크의 실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약 30년이 지난 후 펩시와 코크를 마시는 사람들의 뇌 스캔을 비교한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먼저 블라인드 테스트를 할 때의 뇌 스캔 결과는 두 브랜드 모두 달콤한 음식, 좋은 음악을 들을 때 보상감을 느끼는 복내측 전전두 피질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브랜드를 노출한 경우의 뇌 스캔 결과는 이전과 같은 부위가 활성화된 펩시와 달리, 코크는 정서적 판단과 기억을 담당하는 중뇌 부분이 함께 활성화됐다. 이는 어린 시절의 향수, 비밀공법의 신비로움과 같은 긍정적 연상들이 코크 브랜드에만 담겨있기 때문이라 해석된다. 따라서 뉴코크의 실패는 코크의 경쟁력이 맛이 아닌 ‘정서적 기억’이라는 사실을 간과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뉴로 마케팅을 적용한 또 다른 신제품 개발 사례는 혼다(Honda)의 ASV-3를 들 수 있다. 혼다는 인간의 뇌에 있는 안면 인식 신경회로가 얼굴 모습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오토바이의 앞면을 화난 사람의 얼굴 모양으로 만들었다. 이는 보행자가 약 43% 빠르게 오토바이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해 사고 예방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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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난 얼굴을 한 오토바이’로 유명한 혼다 ASV -3 출처 혼다코리아


뇌과학이 밝혀낸 소비자 행동의 비밀

한편 뉴로 마케팅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자신과 관련된 것들을 더 선호하는 암묵적 자기애(Implicit Egoism)를 가진다. 이는 내적 보상과 관련된 뇌의 영역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2012년 코크는 이러한 뇌과학의 지식을 활용한 ‘마음을 전해요(Share a Coke)’ 캠페인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세계 각지에서는 해당 국가에서 흔한 사람의 이름(예, 스페인의 Maria) 150개를 넣은 캔 제품을 출시했는데, 소비자들이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제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하면서 매출이 증가했다. 같은 맥락에서 우편으로 설문 참여를 요청할 때, 요청자의 이름을 수신자의 이름과 비슷하게 하면 응답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최근에는 소비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눈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아이 트래킹(Eye Tracking)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뇌스캔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가 선택한 대상과 그렇지 않은 대상을 볼 때 눈 움직임의 변화는 뇌 혈류량 변화와 높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소비자의 눈 움직임을 분석하면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고 선택을 유도할 수 있다. 과거에는 아이 트래킹을 위해 카메라가 달린 헬멧을 착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AI가 적용된 앱을 이용하면 인간의 눈 움직임 시뮬레이션을 통해 80%의 정확도로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버거킹 코리아는 3M의 VAS라는 아이 트래킹 앱을 이용해 주문 앱과 키오스크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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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이름을 인쇄해 화제가 된 코카콜라 한정 캔 출처 코카콜라 스페인

 

지금까지 뉴로 마케팅의 다양한 성공 사례들을 살펴보았다. 뉴로 마케팅이 소비자 행동을 보다 잘 이해하고 효과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데 유용한 방법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특히 연구 방법이 매우 비현실적이고 부자연스럽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음료 브랜드에 대한 반응을 뇌 스캔으로 확인한다고 가정해 보자. 우선 실험자는 참가자의 머리를 고정시키고, 입에 물고 있는 튜브 통해 음료를 조금씩 주입한 뒤 스캔을 진행한다. 이후 입을 헹구고 다음 음료를 넣어주며 다시 스캔하는 방식일 것이다. 이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음료를 섭취하는 방식과는 크게 다르다. 우리 뇌가 다양한 감각 정보를 종합해 반응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실험 결과를 일반화하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

앞으로 수많은 연구 결과와 성공 사례가 축적되고 AI 기술이 발전해 우리의 뇌를 보다 자연스럽게 모니터링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개발된다면, 뉴로 마케팅은 더욱 주목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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