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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트렌드 1] 규모는 줄었지만 관람객은 늘었다? ‘서울국제도서전’ 성공 요인 알아보기

  • 작성자 사진: 준걸 김
    준걸 김
  • 2024년 9월 9일
  • 3분 분량

5일간 관람객 15만 명, 전년 대비 15.4% 증가

흥행 주역은 2030 MZ세대 독서 애호가 몰려

요즘 출판계가 화제다. 지난 6월, 대한출판문화협회 주최로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서울국제도서전(SIBF, Seoul International Book Fair)’이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5일 동안 진행된 이 도서전에는 15만 명 이상의 유료 관람객이 역대급으로 몰리면서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이는 지난해보다 약 2만 명이 늘어난 수치로, 판매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던 출판계에 ‘독자가 살아있다’는 희망을 안겨주었다. 디지털 매체가 넘쳐나는 시대 속에 종이책의 부활을 알린 이번 전시회의 성공 요인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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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간 15만 명의 유로 관람객을 모은 국제도서전에 사람들이 붐비고 있다. 출처 서울국제도서전

 

홀로서기에 성공한 서울국제도서전

서울국제도서전(이하 도서전)은 출판산업 발전과 독서문화 확산을 위해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판협회)가 매년 6월경 서울에서 개최하는 국제도서전으로, 매년 1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참여하는 국내 최대 규모 도서전이다. 1954년 ‘전국도서전시회’로 시작해 1995년 광복 50주년을 기념하여 국제도서전으로 격상됐다. 도서전에서는 국내외 출판사들의 도서 전시와 함께 유명 저자의 강연, 사인회, 다양한 특별 전시와 부대행사가 펼쳐진다. 2008년부터는 주빈국을 초청하여 주빈국의 도서를 비롯한 문화에 대해 특별 전시를 진행하며, 이제는 명실공히 세계 주요 도서전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올해 도서전의 준비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도서전은 출판협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서 후원하는 행사인데, 지난해부터 문체부에서 출판협회의 도서전 수익금 처리를 두고 의견 차이를 보이며 충돌했다. 결국 두 기관은 행정 소송을 벌였고, 문체부는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이번 도서전에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 이에 출판협회는 부스비, 티켓비 등을 부득이하게 인상하고 초청 국가 수도 줄여야 했다.

이렇게 복잡한 과정에서 개최된 도서전은 놀랍게도 선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 지원금 없이 홀로서기에 성공했다고 입을 모았다. 작년 대비 약 15.4% 관람객이 증가하며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특히 주말에는 입장하는 데만 1시간이 걸리는 등 문전성시를 이뤘고, 출판사 부스마다 준비된 이벤트 용품들도 조기에 동났다.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많은 이들이 2030 MZ세대의 참여를 꼽는다.

 

MZ를 매료시켜야 흥행으로 연결

MZ세대가 산업 영역에서 흥행 지표가 되는 이유는 그들이 소비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들은 소셜 미디어를 활발히 사용해 전시회 방문 경험을 공유하고 홍보하며, 최신 트렌드를 선도해 전시회를 ‘힙’하고 ‘핫’한 행사로 인식시킨다.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소비 성향과 독특한 경험을 중시하는 태도로 인해 전시회의 여러 부대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관련 상품 구매 및 현장 이벤트에 높은 매출을 기대할 수 있게 한다. 따라서 MZ의 반응이 곧 행사의 흥행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 도서전은 볼거리, 살 거리, 즐길 거리가 넘쳐났다. 무엇보다 SNS에 ‘퍼다 나를 거리’까지 풍성해 MZ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독립 부스를 마련한 출판사들은 지난 해보다 더욱 강렬하고 독창적인 부스 디자인을 선보여 마치 팝업 스토어를 방불케 했다. 이는 행사를 좋아하고 인증샷을 즐기는 젊은 층들에게 어필 포인트가 되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굿즈를 무료로 나눠주고 즉석에서 시 써주기 등 재미있는 이벤트도 많이 진행됐다. 뭐니 뭐니 해도 예쁜 디자인으로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책들이 많아 책 애호가들의 주머니를 탈탈 털었다고 한다. 유튜브에서 도서전 하울(Haul) 영상이 심심치 않게 보이는 연유다.

책 소개를 전문으로 하는 ‘북뷰어’의 영향력도 컸다. 24만 구독자를 가진 민음사TV의 민음사 부스는 연일 팬들로 붐볐고 팬들은 출판사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며 팬심을 드러냈다. 이를 통해 책을 매개로 한 출판사 팬덤도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지나치게 ‘핫플(Hot Place)’이 된 도서전에 실망했다는 이들도 있었다. 진득하게 책을 고르고 싶었지만 사람에 치여 피로도가 높았다는 지적이다. 잠시 쉴 수 있는 휴식공간이 필요하다는 피드백도 눈에 띄었다.

 

책 읽는 국민을 만드는 전시회

이번 도서전은 해외에서 18개국 122개 출판사와 출판 관련단체가 참가하고, 국내 350여 개 출판사가 참여해 도서 전시와 강연, 사인회, 세미나, 마켓, 현장 이벤트 등 총 450여 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도서전의 테마는 ‘후이늠(Houyhnhnm)’으로 풍자소설 ‘걸리버 여행기’에서 걸리버가 여행한 네 번째 나라이자 일종의 유토피아를 칭한다. 주최 측은 현재에도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평화의 가치와 이성의 중요성을 살펴보자는 취지로 테마를 선정했음을 밝혔다. 주빈국은 사우디아라비아였다. 동 나라의 부스에서는 책, 전통 의상, 전통 악기 등의 전시와 함께 아랍어로 이름을 써주고, 강연도 진행돼 타국의 문화를 다양하고도 흥미롭게 엿볼 수 있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 10명 중 6명이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94년 실태 조사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저치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도서전의 흥행을 두고 일각에서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보여주기식 독서 문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는가 하면, 베스트셀러 위주의 서점과 달리 다양한 출판사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흥행으로 이어졌다는 의견도 있다.

흥행 이유가 무엇이든, 종이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도서전의 높은 관람객 수와 활발한 참여는 여러 우려를 불식시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책읽기라는 어려운 허들을 도서전을 통해 낮출 수 있다면 독서 문화의 확산에도 전시회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확신할 수 있지 않을까.

 

걸리버가 본 완벽한 세계 ‘후이늠’을 주제로 한 2024 서울국제도서전 포스터 출처 서울국제도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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