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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의 조언] 밧‘데리’를 갈아 끼우며 일하는 사람, ‘대리’

  • 5월 8일
  • 2분 분량

전시 현장 경험은 커리어를 단단히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 전시저널은 선배들의 업무 노하우와 인사이트를 전해 오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광주광역시관광공사 양자영 대리가 현장에서 쌓아 온 경험과 그 속의 희로애락을 담담히 풀어낸다.



글 | 양자영 광주광역시관광공사 관광마케팅팀 대리



2025년 6월 23일 18시, ‘양자영, 전시팀에서 관광마케팅팀으로 인사발령.’

그 시각, 저는 이틀 뒤 개막을 앞둔 ‘광주미래산업엑스포’ 전시장에서 바닥 마킹 오류를 수정하고 있었습니다. 개막까지 43시간을 남겨 둔 상황에서 전시 담당자의 인사발령 공고가 났지만 당황할 여유도, ‘이제 내 일이 아니니까’라며 손을 놓을 배짱도 없었어요.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배터리(battery, 이하 밧데리)를 갈아 끼우면서 일하라고 해서 대리인가.”

겉으로 보면 저는 광주광역시 전략산업인 모빌리티 산업을 중심으로 225개 업체, 635부스가 참여하고 참관객 16,572명이 찾은 광주 대표 산업전의 담당자였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참가업체가 225개라면 준비 과정에서 “죄송합니다”를 225번쯤 말하는 사람이었고, 유관기관 관리자급이 모인 실무추진위원회에서는 발언이 무서워 서기를 자처하는 사람이었어요. 부스 위치에 대한 컴플레인 앞에서는 “제발 살려 주세요”가 먼저 나오고, 부대행사로 포럼을 기획하고 싶어도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관련 기관을 찾아다니며 “제발 도와주세요”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엑셀에 750mm 블록을 그려 가며 전시품 배치를 밤새 고민하고, 야간 개장에 사람이 오지 않을까 봐 악몽을 꾸고, 개막식 날 제가 초청한 VIP에게 “어떻게 오셨어요?”라고 묻고, 전시장에서는 참가업체와 마주칠까 봐 공벽 뒤로 다니는 사람이었죠. Project Manager라고 하기에는 한없이 부족하고 그렇다고 완전한 Member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를 부유(浮遊)하는 일개 대리였습니다.

전시 폐막 일주일 뒤 다른 팀으로 떠날 예정이었지만, 밧데리는 끝까지 전시장을 지켰어요.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유치 과정에서 참가업체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고, 저의 미숙함을 여러 번 배려해 주신 장치·마킹·전기·비품·지게차 업체 사장님들, 그리고 전시 사무국 직원들과 함께 만든 전시회를 끝까지 책임지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2005년 김대중컨벤션센터 개관 이후 20년이 넘게 주관전시의 기반을 만들어 온 선배들의 노력과 시간을 헛되게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전시 밧데리’로 3년을 보냈고, 지금은 관광마케팅팀에서 ‘MICE 유치 밧데리’로 일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밧데리라는 말이 저를 소모해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어딘가 씁쓸한 의미로 느껴졌지만 지금은 다르게 생각합니다. 밧데리는 소모되는 존재가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정확히 작동하는 존재이며, 대리는 그 밧데리를 상황에 맞게 갈아 끼울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시에서 관광으로, 운영에서 유치로, 현장에서 전략으로 역할은 바뀌어도 결국 중요한 것은 ‘지금 필요한 곳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금도 전국 곳곳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작동하고 계실 밧데리분들, 그리고 앞으로 작동하게 될 미래의 밧데리분들을 언젠가 한자리에서 만나뵐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 만남의 장소를 고민하고 계신다면 연락 주세요. 광주에서 제대로 충전해 드리겠습니다!



VOL.130(2026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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