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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전시장에서는] 아날로그 감성과 AI의 만남, 어느 전시 시니어 매니저의 생존기

9월 7일
2분 분량


전시 현장에서는 누구나 예상치 못한 순간과 마주한다. 전시저널은 전시산업인들이 그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갔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을 얻었는지 생생한 경험담을 소개한다.



글 | 김은파 엑스코 CX전시실 차장



전시산업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전시장과 전시회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산업을 둘러싼 환경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전시 현장에서 일해 온 저 역시 몇 년 전부터 ‘우리의 전시회와 전시장이 지금과 같은 방식만으로 계속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그 고민을 가장 현실적으로 체감한 순간이 코로나19 사태 때였습니다.

당시 대구에서 ‘국제그린에너지 컨퍼런스’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가 확산되며 행사를 포기해야 하나 고민해야 할 상황에 놓였습니다. 결국 줌(Zoom)을 활용한 온라인 콘퍼런스와 앱 채널 방송 송출을 결합해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행사를 치러 냈고, 이를 통해 익숙한 방식만 고집해서는 변화하는 환경을 버텨낼 수 없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이후 어느 날부터인가 동료들이 “GPT 써 봤어?”라고 묻기 시작했습니다. “써 보긴 했는데…”라며 얼버무리면서도, 나 혼자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 불안한 마음에 AI에 애먼 질문만 던져 보곤 했습니다. 최근 전시실로 복귀하기 전, 홍보실에 근무하며 AI 교육을 듣고 실전 경험을 쌓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언론 홍보 담당으로서 보도 자료를 작성하기 위해 자료를 정리하고 추려 내는 데 채 10분이 걸리지 않더군요. 속으로 ‘뭐야, 왜 이렇게 쉬운 거지?’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의 불안감을 떨칠 수 없어, 한국전시산업진흥회와 한국생산성본부에서 주관하는 AI 관련 교육부터 사내 교육까지 다양한 과정을 수강했습니다. 아주 기초적인 개념부터 마케팅 실전에 접목하는 교육까지 들었고, 회사에서 추진하는 디지털 혁신 TF에도 참여했습니다.

고백하건대, 저에게는 ‘디지털’이란 단어는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라는 막연한 로망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AI 기술과 앱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가 됐습니다. 전시업계를 조금만 벗어나 봐도 AI를 이용한 자동화 시스템 구축, 크롤링을 활용한 마케팅 분석, 심지어 개인이 뚝딱 만들어 낸 생성형 AI 앱들이 넘쳐납니다. 이쯤 되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시니어 매니저들에게는 ‘경험’이라는 무기와 ‘질문하는 힘’이 있습니다. 이것이 얼마나 강력한 무기인지는 AI와 직접 부딪쳐 보며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다시 전시실로 돌아와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제미나이(Gemini) 같은 AI가 없었다면 어떻게 제안서를 만들었을까 싶을 정도로 이제는 AI를 든든한 동반자처럼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 녀석은 마치 유능한 직원 한 명을 곁에 둔 것처럼 방대한 정보 수집과 자료 분석은 물론, 전시 부스 및 레이아웃 이미지 생성, 홍보 리플릿 샘플 제작, 각종 한국어 자료의 영문 번역까지 척척 해냅니다. 전문가들이 보기엔 다소 시시한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미 AI 시대가 도래했고, 우리는 이 배에 올라타 출항했다는 사실입니다. 이제는 거센 파도를 함께 헤쳐 나갈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첨단 AI를 제대로 활용하는 데 있어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주변 사람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아날로그적 경험이 그 어느 때보다 큰 도움이 됩니다. 이러한 일상의 경험들이 AI에 정확하고 예리하게 묻는 ‘질문 능력’과 본질을 꿰뚫어 보는 ‘사고력’을 키워 주는 가장 고마운 자양분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VOL.132(2026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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