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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리포트] 전시장의 경계를 허물다, 하이록스(HYROX)가 송도에서 성공한 이유

9월 7일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9월 8일


하이록스가 바꾼 전시장, 확장되는 플랫폼의 가치

4회 만에 12.5배 성장, 숫자로 증명한 가능성



전시장은 전시회만을 위한 공간이어야 할까. 코로나19 직후 국내 전시장들은 가동률과 수익성이라는 공통의 과제 앞에 섰다. 특히 지역 전시장일수록 전통적인 전시회 유치만으로는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안녕하세요,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 ‘하이록스(HYROX, 이하 하이록스)’를 한국에서 개최하고자 준비 중인 담당자입니다.” ‘무슨 전시장에서 스포츠 이벤트를 하겠다는 거지?’라는 의구심을 품은 것도 잠시, 행사 소개서를 읽는 순간 이것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라 송도의 포지셔닝을 바꿀 콘텐츠라는 확신이 섰다. 송도컨벤시아(Songdo Convensia)의 하이록스 유치는 단순한 대관 유치를 넘어, 시대적 요구에 맞춘 ‘전시장의 역할 재정의’를 위한 실험의 시작이었다.



글 | 박현우 송도컨벤시아 사업단 전시사업팀 과장

사진 | HYROX



올해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렸던 실내 피트니스 대회 ‘하이록스 인천’ 현장 © HYROX



팬데믹의 그림자, 회복을 향한 돌파구의 모색

언론은 지난 2023년, 코로나19를 거치며 전시장들의 위기를 우려했다. 사회적 공공재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한 채 만성 적자와 가동률 저하에 시달리는 전시장들을 ‘하얀 코끼리(White Elephant)’에 빗대기도 했다. 공급자 중심의 ‘공간 임대 모델’에서 참가자 중심의 ‘경험을 창출하는 플랫폼’으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송도는 국내 최초 ‘국제회의 복합지구’로 B2B 전시회와 국제회의 중심의 고품격 비즈니스 공간으로 포지셔닝을 다져 왔지만, 도시 전체를 역동적으로 브랜딩할 ‘메가 이벤트’는 부재했다. 마침 대중의 관심이 성취감을 공유하는 ‘피트니스 라이프스타일’로 이동하고 있었고, 하이록스는 이 흐름에 정확히 부합했다. 기둥이 없는 송도컨벤시아의 무주(無柱) 공간은 하이록스의 레이아웃을 소화할 수 있는 최적지였고, 전 세계 28개 도시를 휩쓸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이 대회의 국내 첫 번째 개최지가 된다는 것은 송도를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 도시의 반열에 올릴 절호의 기회였다.

 

 

전시장을 넘어 복합 이벤트 플랫폼으로의 확장

하이록스는 전용 모듈과 운동 기구 일체가 컨테이너에 실려 배를 타고 전 세계 개최 도시를 순회하는, 기존 전시회와는 완전히 다른 물류·운영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행사 일정은 선박의 항적(航跡) 일정에 맞춰 조율해야 했고 바닥 하중과 스크래치 관리, 브랜드 가이드에 맞춘 홍보물 배치까지 많은 협의가 이어졌다. 이 같은 노력으로 2024년 2월 약 2천 명 규모로 시작한 ‘하이록스 인천(HYROX Incheon)’은 불과 4회 차 만에 2만5천 명까지 참가 규모를 확대하며 약 12.5배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 냈다. 이제 하이록스 인천은 전세계 피트니스 마니아들 사이에 반드시 거쳐 가야 할 ‘성지’로 자리매김했다고 볼 수 있다.

전시컨벤션센터는 단순한 비즈니스의 장을 넘어 지역 주민의 삶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공공 인프라다. 대형 MICE 행사가 남기는 ‘레거시(Legacy)’는 개최 도시의 이미지를 바꾸는 동력이며(Hiller, 1995), 전시장의 패러다임 역시 ‘그 공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가치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김봉석, 2015). 결국 전시장이 지속 가능하려면 단순한 물리적 공간(Space)이 아닌 주민이 애착을 갖는 ‘장소(Place)’로 전환되어야 한다(김현지, 2021; 이지연 등, 2024).

하이록스의 송도 유치는 이 전환을 실제로 증명했다. 대형 비즈니스 행사가 열릴 때 대개 방관자였던 주민들의 생각은 ‘저 화려한 행사는 뭐지?’, ‘센트럴파크에 왜 이렇게 외국인 러너가 많지?’라는 호기심을 거쳐, ‘우리 동네 식당과 호텔이 북적이네. 지역에 도움이 되는 행사구나’라는 긍정적 자각으로 연결됐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야말로 물리적 ‘공간’이 생명력을 얻어 ‘장소’로 진화하는 순간이었다.

 


하이록스 대회를 통한 지역 생산 유발효과는 약 201억 원으로 추정된다 © HYROX

 

 

유치·운영 과정에서 얻은 성과와 인사이트

해외 글로벌 스포츠 IP를 국내에 지속 가능한 메가 이벤트로 안착시킨 결정적 요인은 ‘제도적 기반의 변화’였다. 2024년 첫 대회 성공 이후, 송도컨벤시아는 행사를 연례화하기 위해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6개월간 협의해 기존 개최지원제도의 대상과 예산을 아래와 같이 확대했다.

 


송도컨벤시아 융·복합 MICE 지원 제도 변화

 


이러한 재정적·행정적 변화는 송도컨벤시아가 공간을 빌려주는 사업자가 아니라 ‘성공을 함께 만드는 파트너’로 자리를 잡게 했고, 이는 곧 주최 측의 신뢰로 이어졌다. 또한 ‘HYROX Incheon’이라는 공식 명칭 확정을 통해 글로벌 마케팅 채널과 기념품, SNS 콘텐츠에 송도의 도시 전경과 ‘Incheon’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노출되도록 했다. 전 세계 참가자들이 올린 수만 건의 소셜미디어 피드는 별도의 광고비 지출 없이도 송도와 인천의 도시 브랜드를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이제 송도컨벤시아는 하이록스의 공식 스폰서인 푸마(PUMA)를 비롯해 인플루언서·연예인과 연계된 다양한 브랜드들이 전시장 내·외부에서 브랜드를 홍보하고 네트워킹하는 무대가 됐다. 스포츠 대회 하나를 유치한 데 그치지 않고, 대회를 둘러싼 브랜드·미디어 생태계 전체를 전시장 안으로   끌어들인 셈이다.

2026년 대회 기간에는 53개국에서 온 외국인 참가자와 국내 피트니스 애호가 2만5천 명이 송도컨벤시아와 센트럴파크 일대를 채웠다. 참가자 대다수가 평균 2~3일간 체 류하며 지역 내 소비를 이끌었고, 이렇게 발생한 생산 유발효과는 한국관광공사(KTO)의 측정 산식 기준 약 201억 원으로 추정된다.

 

 

앞으로의 전시장 운영 전략과 새로운 가능성

전시장 가동률이나 단기 수익성 같은 정량적 수치만으로 전시컨벤션센터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는 시대는 지났다. 김영선(2020)은 개인적 경험의 강도와 사회적 당위성 인식이라는 두 축에 따라 전시컨벤션센터에 대한 지역 주민의 인식을 ‘멀티플랫폼형’, ‘여가중심형’, ‘아고라형’, ‘무장소형’으로 분류하는 ‘전시컨벤션센터 사회적 역할 모델(ECSRM: Exhibition & Convention Center’s Social Role Model)’을 제시한 바 있다.

이 모델이 주는 시사점은 명확하다. 전시컨벤션센터가 지역에 남기는 가치는 단순한 경제적 지표가 아니라 주민이 체감하는 정체성의 변화에 있다는 것이다. 하이록스 유치는 과거 정적이고 닫혀 있던 비즈니스 공간을 여가와 문화를 향유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이를 통해 양적 성장에서 질적 가치 창출로 패러다임 전환이 실체화될 수 있음을 보여 줬다.

하이록스 유치 이후 여러 스포츠 이벤트들의 문의가 쇄도했고, 전시주최자들도 송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바꿔 갔다. 송도컨벤시아는 2024년에는 지역 주민과 호흡하는 공간으로, 2025년에는 MICE 융·복합 문화 비즈니스 공간으로 포지셔닝을 넓혔다. 그 결과 2025년에는 개관 이래 최대 실적과 2년 연속 흑자 경영을 달성했다. 2026년에도 완전 가동률 60%를 이미 넘어섰으며, 3단계 확장을 준비 중이다.

전국적으로 전시컨벤션센터의 신규 건립 및 확장 경쟁이 이어지는 지금, 잊지 말아야 할 본질이 있다. 단순한 공간 확장만으로는 전시장의 한계가 명확하다는 점이다. 하이록스의 성공 방정식이 모든 전시장에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의 유일한 강점은 무엇인가’, ‘주최자를 파트너로 대할 유연성이 있는가’라는 두 질문은 전국 모든 전시장에 공통된 숙제로 남을 것이다.

송도컨벤시아가 하이록스를 품은 것은 하나의 대형 이벤 트를 성공시킨 사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전시장을 둘러싼 정적인 ‘비즈니스 장벽’을 허물고, 유연한 ‘인간 중심의 복합 플랫폼’으로도 전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준 사례다. ‘도시와 전시장, 시민이 함께 성장하는 플랫폼.’ 하이록스가 송도에 가져온 변화와 우리가 앞으로 걸어 가야 할 길이 바로 그곳에 있다.

 


하이록스 유치는 전시장을 MICE 융·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 HYROX

 

 

<참고문헌>

김봉석(2015). 국제전시경영론, M esse M eister P ublishing Co., Seoul.

김영선(2020). 지역주민의 전시컨벤션센터 정체성 인식에 관한 연구, 경희대학교 박사학위논문

김현지(2021). 컨벤션센터 사회적 책임활동이 신뢰, 자주적 관여 및 장소애착에 미치는 영향 관계. 『무역전시연구』, 13(1), 47-67.

이지연·김봉석·김인영·이은영(2024). 신규 전시컨벤션센터 운영 방안에 대한 탐색적 고찰. 『무역전시연구』, 19(1), 99-119.

Harry H. Hiller.(1995). A n ew model for convention-host city relationships. Tourism Management, 16(5), 375-379.



VOL.132(2026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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