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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리포트 1] 전시산업으로서의 ‘전시디자인’의 의미와 발전 전략

‘전시디자인’ 전시, 컨벤션 및 행사대행업의 예시에 포함

전시디자인 전환에 따른 생태계 조성과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통계청은 한국표준산업분류 제11차 개정 고시(통계청 고시 제2024-2호, 2024년 7월 1일 시행)에서 전시, 컨벤션 및 행사대행업(표준산업분류번호 75992)의 예시에 전시디자인(전시장 및 전시회 등 관련지원서비스에 한함)을 포함함으로써 그동안 건설업의 아류로 취급받고 있던 전시디자인에 대해 전시산업으로서의 가치와 정체성을 확인해 주었다. 이러한 변화가 전시디자인 산업에 어떤 의미와 발전가능성을 제시하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이성우 전무

한국전시디자인협회


출처 shutterstock


전시산업으로서 전시디자인의 분류 전환의 의미

전시디자인이 전시, 컨벤션 및 행사대행업(표준산업분류번호 75992)의 예시에 포함된 것은 매우 작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작은 변화는 지금까지 전시디자인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여러 가지 제약의 굴레에서 벗어나 독자적 생태계가 조성된 자생적 산업으로서 비약적 발전의 기회를 얻게 된 획기적인 변화이다.

지금까지 불합리한 관행 및 제도에 의해 전시디자인의 본질과 관계없이 건설업으로 적용되어 정부로부터 많은 규제와 과다한 세금, 각종 신고 의무에 관련된 과태료 부과 대상이었다. 또한 금융권의 대출 기피업종으로 분류되는 등 유·무형의 불이익이 산재해 왔다. 심지어 코로나19로 인한 산업 붕괴의 위기에서조차 지원 대상 업종에서 제외되어 생존의 근간을 위협받기도 했으며 전시산업의 태동과 함께한 유수한 전시디자인 사업체가 도산하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따라서 건설업으로부터의 탈피, 그 자체만으로도 전시디자인은 큰 산업 경쟁력을 갖게 되었으며 지식 서비스 산업인 전시산업으로서 다양한 발전의 기회도 함께 확보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 2022년 기준 산재보험료(추정) 감소 가능액 (①+②): 업계 111억 원, 개별기업 2,100만 원

① 직원 4,891명(통계) × 평균 급여 4천만 원(추정) = 1,957억 × 2.9% = 57억(업계) ÷ 532업체(통계) =1,100만 원(개별업체)

② 업체당 임시인력 연평균 지불액 3.5억(추정) × 2.9% = 1,000만 원(개별업체) × 532업체(통계) = 54억 원(업계)


이러한 산업 경쟁력 확보와 함께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는 전시디자인 산업 종사자가 높은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것이다. 즉 산업 자체의 명칭에 ‘설치’가 포함되어 기피 대상으로 치부될 수 있는 3D 업종의 종사자에서 굴뚝 없는 고부가가치 전시산업의 하나로서, 지식서비스산업 종사자로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전시산업의 전시디자인 전환 과정

우리 업종이 건설업을 탈피하여야 하는 절대적 필요성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으며 2008년 전시산업발전법 제정과 함께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특히 2014년과 2015년에는 산업부 및 통계청과 다각적 협의를 하고 제10차 표준산업분류 개정에 (당시) 장치산업의 독자적 산업 분류 코드를 신설하기 위해 한국전시산업진흥회(이하 진흥회)와 한국전시디자인협회(이하 협회)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UN이 권고하는 국제표준분류체계(ISIC)와 일체성의 대원칙에 따라, 새로운 산업분류 코드의 신설은 불가능하다는 통계청의 단호한 입장으로 인해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에 2022년부터 시작된 제11차 표준산업 분류 개정에서는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했다. 바로 전시디자인을 전시산업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하는 전략으로, 전시·컨벤션 및 행사대행업(표준산업분류 75992)의 예시에 전시디자인을 포함한 것이다. 해당 내용을 가지고 통계청과의 1차 업무협의에서 전시산업발전법에 명시된 산업의 정의에 의거해, 전시디자인 설치를 전시산업의 예시에 포함하는 것을 제안했다. 놀라운 반전은 통계청이 먼저 전시디자인 산업의 명칭에 설치가 붙는 것은 건설업의 의미를 내포하는 문제점이 있으니 새로운 산업 명칭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주었다는 점이다. 논의 과정을 거친 후, 통계청과 협회는 ‘전시디자인’이라는 새로운 산업 명칭에 동의하게 되었다.

이는 일본표준산업분류(JSIC)에서 우리나라의 전시디자인 산업에 해당하는 ‘디스플레이서비스’라는 별도의 표준 분류 코드가 있으며, 건설업은 ‘디스플레이서비스’와 전혀 연관이 없는 부적합 업종이라고 명시되어 있다는 사실의 적극적인 설명과 설득이 받아들여진 결과였다. 이로써 통계청에서도 우리의 전시디자인 산업을 건설업과는 산업의 특성이 전혀 다른, 전시 공간 디자인을 주 업무로 하는 별도의 산업으로 인정하게 되었다.

이후에도 몇몇 고비가 있었으나 통계청 표준산업분류 담당자의 격려를 받으며, 함께 각종 사안에 대하여 협회 차원에서 잘 준비하고 대응한 결과 무사히 극복하고 전시디자인이 전시산업의 한 분야로서 인정받는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출처 shutterstock

 

전시디자인, 자생적인 생태계 조성을 위한 기반 구축 3가지

전시디자인 산업의 독자적이고 자생적인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3가지의 기반이 구축되어야 한다. 첫째는 가장 기초적이고도 중요한 사항으로서 법(고시)과 산업현장의 제도 및 관행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전시디자인산업은 통계청의 표준산업분류에서 전시산업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명확한 유권해석(有權解釋)을 받았으나 산업현장에서는 지난 35년에 걸쳐 관행적으로 건설업을 기준으로 하는 제도로 정착되었다. 전시산업의 전시디자인으로서의 정체성에 상응하도록 전환되어야 하는 대표적 제도는 ‘전시장 지정업체 등록’과 공공기관의 입찰을 위해 ‘건설업 면허’를 제출해야 하는 제도이다. 건설업 면허의 제출과 건설업 관련 기술자 2인 혹은 3인을 전시디자인 사업자등록증과 전시디자이너 자격증 소지자 2인 혹은 3인으로 대체하는 등의 제도 전환은 전시디자인 산업의 생태계 조성에 기반이 되는 가장 중요하고 첫 번째가 되는 요건이다.

특히 전시장 지정등록업체와 관련, 건설업 면허와 건설 기술자 보유 요건을 전시디자이너 자격증 소지자로 대체하는 것은 산업부의 제2차 전시산업발전 5개년 계획(2019년) 내 ‘전시장 협력업체(지정등록업체) 등록 시 전시디자이너 자격증 보유를 요건화’한다고 명시적으로 표명한 정책과 일치되는 제도 변화라 할 수 있다.


전시디자이너들은 전시회의 이미지와 부합하는 브랜딩 및 기업 정체성에 맞도록 3D 목업 작업을 먼저 진행한다. / 출처 shutterstock

 

둘째는 정당한 노력의 대가를 지급받을 수 있는 제도 구축이다. 현재의 전시디자인 용역의 대가는 심지어 20년 전과 동일한 수준이라고 이야기된다. 국내 시스템 부스 가격은 20만 원대 수준이다. 미국의 300~350만 원에 달하는 가격은 논외로 하고 진흥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태국 60만 원, 말레이시아 50만 원, 베트남 40만 원 등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가격 차이를 우리나라와 각국의 경제 규모를 고려해 비교하면 국내 전시 부스 단가는 지나치게 낮은 가격임을 파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진흥회와 조달청 조달연구기관의 공동연구로 ‘시스템 부스 표준 단가 38만 원’이라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이 부분은 즉시 가격고시를 통해 공공기관에 우선 적용되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전시주최자들도 표준단가의 용어를 ‘전시부스 조달단가제도’로 변경 추진하는 것에 이의가 없음을 밝혀, 가격고시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는 사항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우수한 디자인 역량을 지닌 인재의 진입을 유도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다. 기업이 발전하기 위한 핵심 요소 중 하나로 우수한 인재 확보를 지적한다. 이는 전시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 전시디자이너 자격증을 국가 공인화하여 대학의 디자인 관련학과와 과정 평가형 자격증 시스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또한 산업디자인진흥법의 지원 대상에 전시디자인을 포함해 적정 노임단가를 산정한 후 우수한 역량을 갖춘 전시디자이너에게 적합한 대가를 지급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전시디자인 산업의 독자적 생태계 조성의 숙원을 이루기 위한 이 모든 걸음에 한껏 힘을 보태준 산업부와 진흥회에 감사한 마음을 다시 전하며 전시업계가 열린 마음으로 지원해 줄 것을 기대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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