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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산책] 케미 중심 브랜딩 시대, 브랜딩 전략에도 케미가 중요한 이유는?

  • 작성자 사진: 준걸 김
    준걸 김
  • 7월 10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7월 14일

브랜드 케미, 공감에서 충성으로 가는 마케팅 열쇠

좋은 모델보다 중요한 건, 잘 맞는 케미스트리


“셀린느가 뷔를 입었다”는 말은 패션 브랜드 셀린느와 BTS 뷔(김태형)의 강력한 시너지를 상징한다. 뷔는 파리 패션 위크 참석 이후 공식 앰버서더로 활동하며 ‘셀린느보이’와 ‘뷔 이펙트’라는 신조어를 낳았고, 약 2억7,400만 달러(한화 약 3,663억 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했다. 이처럼 브랜드와 소비자 간 관계에서 모델의 존재감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으며, 브랜드의 정체성과 감성을 함께 구축하는 ‘브랜드 케미(Brand Chemistry)’가 핵심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글 | 김지헌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브랜드 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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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이슬 최장수 모델인 아이유가 참여한 ‘참이슬 후레쉬 제주 에디션’ 포스터 이미지 © 하이트진로



소비자 마음 사로잡는 브랜드 케미

최근 마케팅 업계에서 브랜드 케미라는 표현이 주목받고 있다. 케미는 영어 단어 ‘chemistry’에서 파생된 말로, 우리말로는 ‘궁합’ 정도로 해석된다. 브랜드 케미는 브랜드, 모델, 소비자 간의 궁합이 잘 맞아 시너지를 발휘하는 관계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브랜드를 자신과 동일시할 때 더 높은 호감을 느끼며, 이를 ‘브랜드 동일시 효과(Brand Identification)’라고 부른다. 브랜드 케미는 이 동일시 효과에서 모델이 매개체로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강조한 개념이다. 다시 말해, 브랜드와 잘 어울리는 모델은 소비자와 브랜드 간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어떤 모델이 브랜드와 궁합이 좋은 모델일까? 우선 브랜드의 목표 고객과 관련성이 높아야 하며,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이미지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여기에 가치 전달이 용이한 비주얼적 요소와 스토리텔링이 뒷받침된다면 더욱 이상적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참이슬의 광고 모델인 아이유 사례를 살펴보자. 아이유의 깨끗하며 맑고 투명한 이미지는 참이슬이 추구하는 브랜드의 차별적 가치와 일치한다. 특히 목표 고객층인 3040세대에게 아이유의 청순한 외모와 맑은 목소리, ‘국민 여동생’이라는 대중적 이미지는 브랜드에 풍부한 서사를 입히는 데 강점을 갖는다. 주류업계 최장수 모델인 아이유는 단순한 브랜드의 홍보 모델이 아닌 브랜드의 페르소나로 자리매김했으며, ‘이슬요정’이라는 별명처럼 소비자와 브랜드를 연결하는 상징적 존재로 활약하고 있다.


반전의 조합이 만든 케미의 즐거움

여기서 잠깐. 효과적인 광고 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아이유처럼 참이슬의 핵심 가치를 반영하는 유사한 이미지를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미지의 유사성이 아니라 모델의 이미지가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되느냐’이다. 오히려 궁합이 예상 밖의 조합에서 발견되는 ‘반전의 케미’는 소비자들에게 더 큰 호기심과 신선한 즐거움을 줄 수 있다.

대표 사례로는 롯데리아가 힙합 프로듀서인 코드쿤스트와 진행한 ‘힙&핫 치킨버거’ 캠페인을 들 수 있다. 얼핏 보면 평소 소식가로 알려진 코드쿤스트와 햄버거의 조합은 절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롯데리아는 이 ‘불일치’를 해학적으로 승화시킴으로써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동안 롯데리아는 ‘양이 적다’ ‘맛이 없다’ 등의 부정적 이미지로 햄버거 프랜차이즈 중에서 고객 만족도가 유독 낮았다. 이에 코드쿤스트가 하루 종일 여러 번 나눠서 먹는 모습을 보여 주면서, 성인 한 명이 한 번에 먹지 못할 만큼 푸짐한 양이며 여러 번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이라는 제품의 핵심 메시지를 유머러스하게 전달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코드쿤스트가 실제로 한 입 크기의 작은 미니버거를 만들어 나눠 주는 팝업 스토어를 진행했는데, 이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며 다양한 언론 보도까지 이어졌다. 그 결과 롯데리아에 대한 브랜드 호감도는 무려 42.6% 상승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모델 간 케미가 주는 마케팅 효과

한편, 광고 캠페인에 여러 명의 모델이 함께 참여하는 경우, 브랜드와 모델 간 케미뿐 아니라 모델들 간의 케미도 캠페인의 성공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롯데칠성의 ‘칠성사이다 제로’ 광고 캠페인에는 최현석 셰프와 함께 넷플릭스 요리 대결 프로그램인 <흑백요리사>에서 우승한 권성준 셰프(나폴리 맛피아)가 출연해 티키타카 호흡을 선보였다. 두 셰프의 호흡은 소비자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며 광고의 바이럴 효과를 높였다. 광고 속에서 권성준 셰프는 유명 예능 요리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최현석 셰프가 보여 준 허세 가득한 모습을 열심히 따라 하고 배우려는 자세를 보여 주며 시청자들을 웃음 짓게 했다. 이어서 최현석 셰프는 웃음기 없는 진지한 표정으로 <흑백요리사> 에서 자신이 했던 명대사인 “주방에서 셰프보다 높은 것은 재료”를 패러디해,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재료가 아닌 제로”라는 언어 유희를 선보였다. 이 재치 있는 한마디는 제품의 핵심 메시지인 ‘제로 칼로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소비자의 이목을 끌었다.

AP신문 광고평론가들은 이 광고에 대한 최현석 셰프의 모델 적합성을 8.7점(10점 만점)으로 매우 높게 평가했는데, 만약 권성준 셰프의 역할이 없었다면 최현석 셰프가 이처럼 자연스럽게 자신의 캐릭터에 브랜드 콘셉트를 녹여 낼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즉, 모델들 간 케미가 브랜드와 모델 간 케미를 강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브랜드 케미가 중요한 이유와 성공에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마지막으로 『오픈 브랜드(The Open Brand)』의 저자인 켈리 무니(Kelly Mooney)가 한 말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소비자들과 함께, 그들 안에서 협력하는 새로운 브랜드 관리법을 배워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브랜드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갈 사람들로서 소비자를 대하는 것이다.” 결국 브랜드 케미의 성공 비결은 좋은 모델을 선택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핵심은 소비자를 대하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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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석·권성준 셰프의 찰떡 케미로 화제를 모은 ‘칠성사이다 제로’ 광고 장면 © 롯데칠성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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