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AI 시대, 전시회의 미래 경쟁력은 어디에서 결정되는가
- 10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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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O(최고디지털책임자), CTO(최고기술책임자)의 부상으로 읽는 전시산업의 구조적 전환
기술 도입 넘어 조직과 의사결정 구조를 재편하는 전환의 흐름
전시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은 더 이상 새로운 화두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도입했는가’가 아니라 그 전략을 누가, 어떤 위치에서 결정하고 있는가다. 글로벌 전시산업은 이미 AI와 데이터 플랫폼을 전시회 운영의 보조 수단이 아닌 비즈니스의 중심 전략으로 끌어올리고 있으며, 그 변화는 조직 구조와 리더십의 재편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본 고에서는 글로벌 전시 주최사들의 사례를 통해, 디지털 전환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전시산업의 사고방식과 의사결정 구조를 다시 묻는 과정임을 짚어 본다.
사진 및 원문 출처
The Rise of Trade Show Tech Chiefs:
How CDOs and CTOs Are Reshaping Events, TSNN

전시산업, 왜 지금 ‘디지털 전략’을 다시 묻는가
전시산업은 오랫동안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는 산업’이라는 정체성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전시장의 규모와 참가업체 수, 참관객 동원력은 전시회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로 활용됐다. 기술은 이러한 전시회 운영을 보완하는 수단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즉, 등록 시스템이나 현장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도구로 인식돼 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전시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데이터 분석, 개인화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전시회에 대한 기대 수준 자체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참관객은 자신에게 맞는 콘텐츠와 사람을 보다 쉽고 빠르게 찾길 원한다. 참가업체 역시 전시회 참가 성과가 실제 비즈니스 기회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를 데이터로 확인하길 요구한다. 이러한 흐름은 전시회를 단순한 ‘일회성 행사’가 아닌, 연중 지속되는 경험과 데이터가 축적되는 공간으로 재정의하도록 만들고 있다.
전시회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디지털 전략의 격상
이 같은 변화 속에서 글로벌 주요 전시 주최사들은 디지털 전략을 운영 차원의 과제를 넘어 최고경영진이 직접 다뤄야 할 핵심 의제로 간주하고 있다. 최근 다수의 전시 주최사가 최고디지털책임자(CDO), 최고기술책임자(CTO)와 같은 전담 직책을 신설하거나 그 역할을 강화하고 있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들은 IT 시스템을 관리하는 단순 관리자 그 이상으로, 기술 투자가 실제 전시회 성과와 투자 대비 효과(ROI)로 이어지도록 전략을 설계하고 조직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
전시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은 이제 ‘하면 좋은 선택지’를 넘어, 전시회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구조적 변화’로 자리 잡고 있다. 핵심은 기술 도입 여부가 아니다. 디지털 전략을 ‘조직 내 어느 수준에서, 어떤 관점으로 다루고 있는지’가 전시회의 미래를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
글로벌 전시산업은 이미 ‘조직 구조’부터 바꿔
글로벌 전시 주최사들이 디지털 전환을 바라보는 태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조직 구조에서 나타난다. CES를 주관하는 소비자기술협회(CTA)의 사례는 이와 같은 변화를 잘 보여 준다. CES 쇼 디렉터이자 부사장인 존 T. 켈리(John T. Kelley)는 전시회의 혁신이 전시장 내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참관객과 참가업체가 보다 쉽게 적합한 사람과 콘텐츠, 커뮤니티를 찾을 수 있도록 전시회 경험 전반을 지속적으로 진화시키는 것이 핵심이라는 의미다. 이는 전시회의 가치를 단발성 현장 경험이 아니라, 사전·사후를 아우르는 전체 여정에서 재정의하려는 전략적 접근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인식 전환은 결국 디지털 전략을 누가, 어떤 위치에서 다루느냐의 문제로 이어진다. 글로벌 전시주최사들이 CDO·CTO 직책을 신설하는 이유는 기술 그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는, 기술을 전시 비즈니스의 핵심 언어로 해석하고 조직 전반에서 실행력을 확보할 책임 주체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증명된 디지털 전략의 성과
디지털 전략을 전사 차원에서 추진한 글로벌 전시 주최사들은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다음은 디지털 전환이 실제 전시 성과로 이어진 대표 사례다.
- 클라리온 이벤트 북미지사(Clarion Events North America)는 AI 기반 리드 인텔리전스 시스템을 통해 전시회의 성과 측정 방식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통합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해, 전시회 종료 후 24시간 이내에 우선순위가 정리된 리드 데이터를 참가업체에 제공한다. 이를 통해 후속 영업 대응 속도는 약 30% 이상 개선됐다. 참가업체의 참여도를 높이는 동시에, 전시회 참가의 실질적 가치를 데이터로 입증한 사례로 평가된다. 클라리온의 CDO 나리사 와일드(Narisa Wild)는 자동화와 인텔리전스 기술이 전시회의 ROI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한다.
- CES 역시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전시회 운영에 집중하고 있다. 비콘(beacon)과 무선 접속 포인트로 구동되는 공식 앱의 블루닷(Blue-dot) 내비게이션 기능은 방대한 전시회 공간을 보다 직관적으로 탐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리고 분석 도구를 통해 참가업체와 스폰서는 현장 활동의 성과를 보다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기술이 주최사의 전시회 운영 효율을 넘어, 참관객과 참가업체의 경험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 북미 전시 주최사인 에메랄드(Emerald)는 전시회 기간에 국한되지 않는 ‘365 플랫폼’을 통해 또 다른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CDO로 승진한 대니얼 푸세타(Danielle Puceta)는 개별 솔루션 도입보다, 사용자 경험의 흐름을 하나의 통합 생태계로 연결하는 데 주력해 왔다. 전시회 전·중·후 전 과정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참가업체와 참관객을 연중 연결하며, 전시회를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다.
- RX 역시 디지털이 전시회의 부가 요소가 아닌 구조적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한다. 제품개발 총괄 부사장 제이미 해리슨(Jamie Harrison)은 2025년을 디지털이 전시회 전체 구조에 본격적으로 내재화된 시기로 규정했다. 이는 디지털 전략이 실험 단계를 지나 전시산업의 표준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들 사례가 공통적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글로벌 전시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은 기술 도입 여부의 문제가 아니다. 전시 비즈니스 모델과 조직 운영 방식 전반을 재설계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기술을 전략의 언어로 해석하고 실행으로 연결하는 디지털 리더십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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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들
❶ 협업 구조와 관리 역량
글로벌 전시 주최사들의 사례를 면밀히 살펴보면, 디지털 전환의 성과가 특정 기술의 우수성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동일한 인공지능과 데이터 분석, 플랫폼 기술을 활용하더라도 성과에는 분명한 차이가 나타난다. 그 격차를 만드는 건 조직 내부의 협업 구조와 변화 관리 역량이다. 디지털 전환의 핵심은 도입 시점이 아니라, 실제로 조직 안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정착되는지에 달려 있다. 아래의 사례는 전시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단기간에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조직 문화와 업무 관행을 함께 변화시켜야 하는 과정임을 시사한다. 기술이 앞서 나가도 조직이 따라오지 못하면 성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 클라리온은 새로운 디지털 도구와 업무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으나, 초기에는 내부 활용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교육과 동기 부여, 활용 방식에 대한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클라리온은 온보딩(onboarding), 조직 사회화 웨비나와 튜토리얼(시스템 사용 지침) 제공, 내부 챔피언 운영, 정기적인 피드백 설문 등을 도입해 운영 구조를 재정비했다. 그 결과 활용률은 약 70% 이상 개선됐고, 해당 시스템은 일회성 시도를 넘어 조직의 표준 업무 방식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 RX의 제이미 해리슨은 디지털 도구의 성패가 담당자들의 ‘사용 의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디지털이 전시 기획과 운영 전반에 내재화되기 위해서는 담당자들이 기술을 실질적 지원 수단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전시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기술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으로 설계돼야 함을 의미한다.
❷ 업무 영역 간 연계 강화
또한,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시 주최사들은 공통적으로 ‘부서 간 장벽 해소’를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기술 관련 의사결정이 IT 부서에만 국한될 경우, 현장의 실제 요구와 괴리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요 전시 주최사들은 디지털 프로젝트마다 마케팅과 운영, 콘텐츠 부서가 함께 참여하는 협업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 클라리온은 AI 기반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부서 간 운영위원회를 구성했다. 마케팅 부서는 데이터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운영 부서는 현장 적용 가능성과 확장성을 점검한다. 콘텐츠 팀은 참관객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기획을 맡는다. 격주 회의를 통해 대시보드를 공유하며, 기술 투자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점검한다. 이러한 협업 구조는 중복 투자를 줄이고, 새로운 기술 도입에 대한 의사결정을 보다 신속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왔다.
- 에메랄드 역시 기술 로드맵 수립 단계부터 각 부서가 깊이 관여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전시회 전·중·후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용자 경험을 하나의 흐름으로 설계하기 위해, 마케팅과 콘텐츠와 운영 부서가 상시적으로 소통하며 조정한다. 이는 개별 솔루션의 성능보다 전시회 전체 경험의 일관성을 우선시하는 접근 방식으로 평가된다.
❸ Simple is the best
글로벌 전시 주최사들이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디지털 활용 방식은 ‘눈에 띄지 않는 기술’이다. 기술이 전면에 나서기보다, 참관객과 참가업체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뒷받침하는 조력자로 기능할 때 가장 큰 효과를 낸다는 인식이다.
- RX는 AI 기반 데이터 분석과 통합 플랫폼을 통해 내부 프로세스를 단순화하고, 담당자들이 행정 업무가 아닌 사람과의 소통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리슨은 기술이 필요할 때에는 항상 곁에 있지만, 필요 없을 때에는 보이지 않는 ‘조용한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고 표현한다.
- CES 역시 디지털 도구를 통해 참관객이 보다 잘 준비된 상태로 전시장에 도착하고, 현장에서는 효율적으로 이동하며, 전시회 종료 후에도 유의미한 연결을 이어 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는 기술이 대면 만남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가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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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산업의 언어가 된 디지털
글로벌 전시산업의 사례가 공통적으로 보여 주는 결론은 명확하다. 디지털 전환은 특정 기술을 도입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전시 비즈니스의 구조와 운영 방식을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동했다. AI와 데이터와 플랫폼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전시회의 가치를 확장하고 참가업체와 참관객의 경험을 고도화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CDO·CTO와 같은 디지털 리더 직책의 부상은 전시산업에서 기술의 위상이 어디까지 올라왔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기술은 이제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할 시스템에 머무르지 않고, 전시회의 성과와 ROI를 좌우하는 경영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 디지털 전략을 누가, 어떤 위치에서 결정하느냐가 전시회의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으로 작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글로벌 전시 주최사들이 바라보는 2026년의 방향 역시 공통된다. 참관객과 참가업체의 여정을 데이터로 연결하고, 개인화된 경험을 확장하며, 기술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더라도 전시회 경험을 자연스럽게 뒷받침하는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전시회를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연중 지속되는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전환하려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팔로워에 머물 것인가, 전환의 주도자가 될 것인가
이러한 변화는 국내 전시산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디지털을 여전히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보조 수단으로만 인식하고 있다면, 글로벌 전시산업과의 간극은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전시회의 미래 경쟁력은 공간의 크기나 참가 규모가 아니라, 데이터를 해석하고 기술을 전략으로 전환하며 이를 조직 전반으로 연결할 수 있는 리더십에 달려 있다. 이제 전시산업이 마주한 질문은 분명하다. 디지털 전략을 도입할 것인가가 아니라, 그 전략을 얼마나 높은 수준에서, 얼마나 진지하게 다룰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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