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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2025] 무해력과 아보하, 소비자는 왜 평범함에 끌릴까?

  • 작성자 사진: 준걸 김
    준걸 김
  • 5월 14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5월 16일

순수함과 평범함에 끌리는 소비자 심리 트렌드

자극 과잉의 시대, 지친 마음이 선택한 새로운 위로


‘무해력(Do-No-Harm)’은 귀엽고 순수한 존재에 마음을 두는 심리,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는 특별한 성취보다 평범한 하루에 가치를 두는 태도를 말한다. 한동안 유행했던 과시적 소비에 대한 피로가 누적된 지금, 사람들은 자신을 해치지 않는 관계와 내면의 안정을 줄 수 있는 일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글 | 이해원 연구위원, 트렌드코리아 소비트렌드분석센터


‘내가 돌볼 수 있는 존재’로 더욱 인기를 얻고 있는 애착 인형 브랜드 ‘젤리캣’ © JELLYCAT




순수함과 귀여움에서 얻는 심리적 위안

무해력은 해롭지 않고 순수한 것들이 오히려 힘을 갖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사방이 적처럼 느껴지는 험한 세상, 자극과 갈등이 넘쳐나는 일상 속에서 사람들은 단지 ‘해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도 안정을 느끼고 위로를 받는다. 이런 심리의 바탕에는 ‘아기 도식(baby schema)’이라는 개념이 자리하고 있다. 둥근 얼굴, 큰 눈, 작은 체구처럼 유아적인 특징을 가진 존재를 마주했을 때, 인간은 본능적으로 보호하며 돌보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이는 진화 과정에서 형성된 생존 메커니즘으로 연약한 존재를 돌보는 행동을 통해 종의 존속을 도모하려는 무의식적 반응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본능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작동한다. 귀엽고 소박한 캐릭터나 작은 사물을 향한 애정은 바로 이 심리적 메커니즘에서 기인한다. 예를 들어, 모든 것을 작게 만드는 디자인 굿즈 브랜드 ‘미물즈(MIMOOLS)’, 사용자의 품에 감기듯 안기는 영국의 애착 인형 브랜드 ‘젤리캣(JellyCat)’, 무생물을 감정의 대상으로 삼는 ‘반려돌’ 열풍, 일부러 어설프게 만든 이모티콘의 인기는 모두 무해력의 사례다. 이들은 작고 미성숙하며 약한 특성 덕분에 ‘내가 돌봐 줄 수 있는 존재’로 인식되며, 사용자에게 심리적인 안정과 위안을 제공한다.

무해력은 단순히 작고 귀엽고 순수한 것을 선호하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자극적인 세상 속에서 해롭지 않고 부담 없는 존재에 자연스레 끌리는 현대인의 심리적 욕구를 반영한다. 넘치는 정보와 경쟁, 사회적 갈등에 지친 사람들은 이제 강한 카리스마나 과시적인 영향력보다는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순수한 에너지를 전하는 존재에 더 큰 매력을 느낀다. 본질적으로 영향력이 없어 보이지만 그 ‘무해함’ 자체가 오히려 힘이 되는 이 아이러니는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통제와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사라지는 시대에, 사람들은 자신이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작은 존재를 통해 조용한 권력감을 느끼고 그 안에서 위로를 얻는다.

무해력에 끌리는 감정은 무의식적이고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내면의 반응이다. 그렇기에 무해함이라는 특성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할 때, 단순히 밋밋하거나 평범한 이미지에 기대서는 안 된다. 다소 투박하거나 모난 부분이 있더라도 그 안에 진정성이 담겨 있다면 사람들은 오히려 더 쉽게 마음을 열고 공감하게 된다.


평범함이 주는 진짜 위로

아보하는 ‘아주 보통의 하루’를 줄인 말로, 특별한 성취나 과시적 행복보다 무탈하고 평온한 일상 자체에 가치를 두는 태도를 의미한다.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지금 이 단어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한때 유행했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등장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소소함’은 작지만 값비싼 사치로, ‘확실함’은 타인에게 보여 주기 위한 특별함으로 변질되었다. 결과적으로 SNS를 통한 과시와 소비 피로를 부추겼고 이제는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한 특별함보다 나만의 평범함에 집중하려는 흐름이 강해졌다.

이를 보여 주는 대표적 사례가 바로 치약이다. 남에게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사용하는 필수 소비재인 만큼 소비자들은 향, 질감, 성분 등 개인적인 만족에 더 집중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2024년 치약의 온라인 매출은 전년 대비 25% 이상 증가하며 제품의 고급화와 다양화가 두드러졌다. 러닝, 뜨개질, 필사처럼 혼자 몰입할 수 있는 취미가 인기를 끄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평범한 일상은 반복적인 활동 속에서도 의미를 찾는다. 도쿄 시부야의 공중화장실 청소원의 일상을 그린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단조로운 하루 속에서도 충실함과 감동을 보여 주며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또한 긍정적인 태도 역시 일상의 힘이 된다. ‘럭키비키’라는 유행어로 주목받고 있는 아이브의 장원영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자세는 시대가 원하는 정서적 자세로 평가받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애써 좇아야만 얻을 수 있는 ‘행복’보다, 열심히 살아가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행운’을 기다린다. 네잎클로버처럼 행운을 상징하는 디자인 요소가 브랜드 마케팅에 적극 활용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롯데웰푸드는 최근 껌 포장을 네잎클로버 디자인으로 바꾼 ‘럭키 롯데껌 에디션’을 출시하며 일상의 간식에 응원의 메시지를 담았다.

이처럼 무해력과 아보하는 모두 ‘지금, 여기’에서 얻는 평온함과 소소한 위안에 주목한다.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 소비자는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만족을 추구하며 해롭지 않고 진정성 있는 대상에 마음을 연다. 평범한 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논란 없이 감성을 자극하는 제품과 서비스는 소비자와 깊은 공감을 나누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되고 있다.




네잎클로버 모티프로 아보하 트렌드를 공략해 출시한 ‘럭키 롯데껌 에디션’ © 롯데웰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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