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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리포트 1] 모바일 기술의 전환점, 그 중심에 선 MWC 2025

  • 작성자 사진: 준걸 김
    준걸 김
  • 2일 전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11시간 전

CES가 ‘산업 쇼’라면 MWC는 실질적인 ‘거래의 장’

MWC에서 본 변화의 본질과 한국 기업의 과제


모바일 산업은 이제 모든 기술과 산업을 연결하는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지난 3월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MWC(MOBILE WORLD CONGRESS)는 그 변화의 현장을 집약해 보여 주는 글로벌 무대였다. 이번 행사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생존을 넘어 도약하기 위해 어떤 전략과 준비가 필요한지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시간이기도 했다. 혁신이 숨 쉬던 그 뜨거운 현장의 열기를 생생하게 전해 본다.

글·사진┃ 이성학 과장 KOTRA 마드리드 무역관

MWC 2025가 열린 ‘피라 데 바르셀로나’ 전시장의 외관 모습
MWC 2025가 열린 ‘피라 데 바르셀로나’ 전시장의 외관 모습

연결을 넘어서 창조로: 기술의 전환점에 선 MWC 2025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이하 MWC)’가 지난 3월 3일부터 6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미국의 CES, 독일의 IFA와 함께 세계 3대 기술 전시회로 손꼽히는 MWC는 모바일 산업에 특화된 만큼 전 세계 다양한 모바일 관련 기업들이 대거 참석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올해 행사에는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 통신사, 반도체 기업, 스타트업 등 약 2,900개 기업이 참가해 최신 기술과 제품을 선보였다. 205개국에서 10만9,000명의 방문객이 찾았고, 이 중 디렉터급 이상이 50%, C-레벨 이상은 21%에 달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전시를 넘어 업계 리더들이 모이는 실질적인 비즈니스 교류의 장임을 보여준다.

MWC의 핵심 주제가 지난 10년간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살펴보면 모바일 산업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진화해 왔는지 가늠할 수 있다. 2016년 주제였던 ‘모바일이 전부다(Mobile is Everything)’는 통신 산업의 중심축이 유선에서 무선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후 5G 상용화의 원년으로 평가받는 2019년에는 ‘지능형 연결(Intelligent Connectivity)’이라는 주제가 채택돼 무선 통신 네트워크의 진화와 더불어 AI, IoT 등과의 융합 가능성이 부각됐다.

2025년 올해의 주제는 ‘융합, 연결, 창조(Converge, Connect, Create)’였다. 대중화된 5G 위에 AI, 클라우드, 엣지 컴퓨팅 등의 기술이 유기적으로 결합되고, 더 많은 사람과 디바이스, 산업이 연결되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혁신이 창출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행사 기간 중 여러 글로벌 모바일 산업 리더들은 기조연설을 통해 산업의 향후 방향성과 주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마츠 그란리드(Mats Granryd) 사무총장은 5G와 AI가 향후 통신 산업은 물론 세계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전 세계 약 300개의 5G 네트워크 중 단독모드(Standalone)로 운용 중인 경우가 61개에 불과하다며, 향후 단독모드로 전부 전환될 경우 글로벌 기업들이 2030년까지 최대 4.7조 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을 기대했다. 또한 맥킨지 조사를 인용해 생성형 AI가 앞으로 연간 세계 경제에 최대 5조 달러, 통신 산업에는 1천억 달러의 부가가치를 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며, 기술 발전이 불러올 파급효과에 주목했다.

개인적으로는 스페인과 중남미 지역의 최대 통신사인 텔레포니카(Telefonica, S.A.)의 마크 무르트라(Marc Murtra) 회장의 기조연설이 인상 깊었다. 그는 유럽 통신 산업이 미국과 중국에 비해 기술 경쟁력에서 점차 뒤처지고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급진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유럽 내 대형 통신사들이 통합해 규모와 기술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하며, EU도 이에 맞춰 규제와 정책 목표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MWC가 유럽에서 열리지만 실제 기술 트렌드와 주도권은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럽 업계의 위기의식을 드러낸다.


생성형 AI에서 에어 택시까지, 기술이 바꿀 삶의 풍경

올해 MWC에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AWS, 델, 에릭슨, HPE, 화웨이, 노키아, 퀄컴, 보다폰, 샤오미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참가했다.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SK텔레콤, KT 등 한국 기업들도 참여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알리바바 클라우드, 지멘스, 데이터브릭스는 올해 처음으로 MWC에 참가해 새로운 얼굴로 주목을 받았다. 다만 엔비디아나 애플같이 글로벌 반도체 및 스마트 디바이스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이번 전시회에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남았다.

이번 MWC에 참가한 모든 전시업체들을 아우를 수 있는 단 하나의 키워드는 단연 AI였다. 이는 우리가 이제 완전히 AI 시대에 진입했음을 확실히 보여 주었으며 앞으로 통신산업의 효율성, 개인화,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기 위해 AI가 더욱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에 따라 AI 강화 칩AI-enhanced chips이나 생성형 AI 애플리케이션, 온디바이스 AI 등과 같은 기술이 방문객들에게 크게 주목을 받았다. 5G의 다음 단계인 5G Advanced 기술도 이번 MWC의 주요 화두였다. 더 나아가 일부 기업들은 6G 기술의 초기 시연을 통해 미래의 무선 연결성이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또한 통신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을 위한 위성 연결(Satellite Connectivity) 솔루션이 주목 받았다. 이는 디지털 격차 해소와 음영 지역의 안정적인 연결을 가능하게 하며, ‘언제 어디서나 연결되는 사회’라는 비전을 구체화했다.

몰입형 기기와 스마트폰도 이번 MWC의 주요 관전 포인트였다. 특히 게임, 교육, 헬스케어, 원격 근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확장현실XR,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기반 솔루션이 크게 늘어나, 관련 제조사·통신사·콘텐츠 기업 간 협력 확대가 기대됐다. 스마트폰 경쟁은 CES에 이어 MWC에서도 이어졌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카메라 혁신, 생성형 AI 탑재, 폴더블 및 초슬림 디자인이 두드러졌다. 이는 단순한 스펙 경쟁을 넘어 사용자 경험 중심의 차별화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AI와 5G-Advanced의 결합으로 인간과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진화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감정 표현, 자연어 대화, 실시간 학습 등 기능 향상으로 서비스 산업은 물론 일상생활에서의 실제 활용이 기대됐다. 또한 AI와 초저지연 통신이 결합되며 배송용 드론, 에어 택시, 자율주행 대중교통 등 미래 모빌리티의 도시 적용 가능성도 구체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 MWC에는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참가해 성황을 이루었다
올해 MWC에는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참가해 성황을 이루었다

GLOMO 어워드로 읽는 모바일 산업 지형도

MWC에서는 매년 GLOMO 어워즈(Global Mobile Awards)를 통해 모바일 산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기업을 선정해 시상한다. 2025년에는 총 7개 카테고리, 33개 부문에서 시상이 이뤄졌으며 25개는 경쟁 부문으로 사전에 후보자가 발표됐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올해 경쟁 부문 중 22개 부문에 중국 기업들이 이름을 올렸고 이 중 3개 부문은 후보 전원이 중국 기업이었다. 최종적으로 화웨이, 차이나모바일, ZTE 등 중국 기업이 14개 부문을 수상하며, 기술적 경쟁력과 글로벌 시장 주도 의지를 다시 한번 볼 수 있었다.

한국 기업들은 총 10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으며 중 4개 부문을 수상했다. 특히 SK텔레콤은 3개 부문을 단독 수상했고, 스타트업 야타브엔터와 아동 및 청소년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최우수 모바일 혁신상을 공동 수상하며 국내 중소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

GLOMO 어워드에서 총 3개 부분을 수상한 SK텔레콤 부스 모습
GLOMO 어워드에서 총 3개 부분을 수상한 SK텔레콤 부스 모습

KOTRA 한국관, 기술로 말하고 성과로 응답하다

KOTRA는 올해도 국내 9개 기관과 협력해 MWC에서 통합 한국관을 운영했다. 2009년부터 16회째 운영 중인 한국관은 행사 전 MWC 2025 트렌드와 출장 정보를 제공하는 사전 설명회를 열어 참가 기업들의 준비를 지원했고 유럽지역 무역관을 통해 제품과 기술 홍보를 강화했다. 올해 한국관에는 32개사가 참가했으며 5G, 모바일, 사이버보안, AI, 에듀테크 등 다양한 품목을 전시해 다수의 유럽 기업과 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번 MWC에서 만난 참가 기업들은 대부분 CES 경험도 있어 MWC와 CES의 차이에 대해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공통적으로 CES는 일반 대중 비중이 높고 MWC는 산업 전문가 중심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CES가 제품 홍보에 적합한 ‘산업 쇼(show)’라면, MWC는 실질적 상담과 비즈니스 미팅이 활발한 ‘거래의 장’에 가깝다는 것이다. 특히 MWC에서는 다양한 지역의 산업 전문가들과 기술력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혔다. KOTRA 한국관 역시 전시장 내 유동 인구가 많은 위치에 자리해 우수한 전시 효과를 거뒀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16회째 한국관을 운영 중인 KOTRA의 부스 모습
16회째 한국관을 운영 중인 KOTRA의 부스 모습

변화의 물결 앞에서, 한국 기업이 마주한 질문

이번 MWC 2025를 통해 모바일 산업이 더 이상 통신기기나 네트워크 기술에 국한되지 않고 생성형 AI, 몰입형 콘텐츠, 미래 모빌리티 등 다양한 산업과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MWC는 산업 간 경계가 사라지고, 기술 융합이 일상이 된 시대에 미래를 체험하고 예측할 수 있는 장이다. 글로벌 트렌드와 기술 변곡점을 선도하려는 기업들은 반드시 경험해야 할 무대가 됐다.

또한 이번 전시회에서는 중국 기업들의 뚜렷한 존재감이 주목됐다. 다양한 부문에서의 수상과 전시를 통해 기술력뿐 아니라 치밀한 글로벌 시장 공략을 엿볼 수 있었다. 한국 기업들도 기술력과 창의성으로 주목 받았지만 치열한 국제 경쟁 속에서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고민은 여전히 필요하다. 단순한 기술력만이 아닌 시장 선도 전략과 글로벌 협업 네트워크 구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지금 MWC는 한국 기업의 전략적 진화가 시작되어야 할 무대임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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