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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의 조언] 전시업계 후배에게 전합니다

  • 작성자 사진: 준걸 김
    준걸 김
  • 2일 전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11시간 전


전시저널은 매호 업계 베테랑에게 그들의 업무 노하우를 들어 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이번 호에서는 벡스코(BEXCO) 하미영 부장의 조언을 들어 본다.


글┃하미영 벡스코 전시전략실


내 머릿속 도화지 한 장

지난 2월, ‘DSK(드론쇼 코리아 2025)’ 행사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니 책상 위에 전시저널이 놓여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목차만 슬쩍 훑고 지나쳤을 테지만,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고 찾아온 잠깐의 여유 때문이었을까. 업계 이야기를 찬찬히 읽다가 ‘멘토의 조언’ 페이지에서 잠시 멈추었다. ‘나라면 어떤 이야기를 할까?’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쳤고, 신기하게도 며칠 뒤 한국전시산업진흥회 담당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원고 수락은 했지만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후배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할까, 아니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까, 20여 년간의 직장생활에서 건져 올린 무용담을 풀어 볼까, 처세에 익숙지 않은 선배로서의 처세술을 이야기할까, 아니면 진심을 전하는 나만의 방식이나 비법에 대해 써볼까.

전시업무를 담당한 이후로 생긴 습관이 있다. 언제든 펼쳐 볼 수 있는 ‘머릿속 도화지 한 장’을 지니고 다니는 것. 그 도화지엔 전시장 도면이 그려지기도 하고, 체크리스트 속 무수한 과업들이 사전 설계되어 있기도 하다.

대기업을 측면과 후면에 배치하고 중소·스타트업 기업을 전면과 중앙에 배치해 볼까, 참가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알짜 공간을 휴게 라운지나 네트워킹 장소로 꾸며 볼까, 전시회에 향을 입혀 보면 어떨까, 우리 전시회만의 굿즈를 제작해 볼까, 행사명을 새롭게 브랜딩해도 될까, 과연 성공적으로 론칭할 수 있을까 등 이런 수많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그 해답을 도화지 위에 그림처럼 하나씩 그려 나간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면 자신의 생각에 대한 ‘확신’과 그것을 현실로 옮길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순간은 무수히 지우고 다시 채워 나간 도화지 한 장 속에서 결국 발견하게 된다. “악기 없이도 연주하는 상상을 수없이 했다”는, 전신마비에서 회복한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Mischa Maisky)의 오늘 아침 신문 인터뷰를 읽으며 DSK 행사를 준비하던 내 모습이 겹쳐졌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머릿속으로 수 없이 그려 본 이미지들이 떠올랐던 것이다. 한 유명 축구선수가 말했던 것처럼 “경기 전에 이미 내가 골을 넣는 장면을 보면, 실제로 그 장면이 경기장에서 펼쳐진다”는 믿음처럼 나 역시 머릿속에서 그렸던 전시회의 모습들이 실재가 되는 순간을 경험했다.

물론 일과 생활의 구분이 없어지고 눈을 감아도 눈앞에 어른거리는 도화지 탓에 밤을 하얗게 지새우는 폐해도 있다. 하지만 자신만의 색깔로 특색 있는 전시회를 펼쳐 보고 싶은 후배님이 계시다면 꼭 추천하고 싶다. 내 머릿속 도화지 한 장을 그려 보라고. 그 도화지 위의 구상이 현실로 구현되고 관객의 열렬한 호응을 맛보게 된다면 아마 행사 기획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울지도 모른다(웃음).

그러므로 서로의 도화지에 의미를 더해 줄 후배님과의 멋진 콜라보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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