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트렌드] 놓치는 것의 즐거움, JOMO: 어떻게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나
- 준걸 김
- 1일 전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2시간 전
건강 중시, Z세대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 확산
글로벌 웰니스 시장에 새바람 몰고 와
한때는 ‘놓치면 안 되는 것들’이 세상을 움직였다. SNS 피드 속 핫플레이스, 모두가 보는 드라마, 유행하는 챌린지까지 ‘FOMO(Fear Of Missing Out)’는 현대인의 마음을 지배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놓침’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 안에서 진짜 나를 찾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바로 ‘JOMO(Joy Of Missing Out)’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최근 SNS보다 독서와 휴식에 집중하는 JOMO 라이프스타일이 화제다 © SHUTTERSTOCK
FOMO에서 JOMO를 선택한 Z세대
최근 미국의 Z세대(1997~2012 출생 사이)에서 ‘JOMO(이하 조모)’라는 키워드가 급부상하며 전 세계에 확산되고 있다. 세계 인구의 30%를 차지하는 Z세대는 그동안 사회적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중요한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압박 속에 심한 FOMO(포모)를 겪어 왔다. 미국의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상당수의 Z세대가 뒤처지거나 소외될 것에 대한 두려움을 경험하며 이러한 불안이 외식, 쇼핑, 스포츠 및 공연 관람 등 다양한 경험에 대한 소비 지출로 이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조모 트렌드가 널리 퍼지면서 이들은 혼자만의 시간을 더욱 적극적으로 즐기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토론토에 거주하는 엘레나는 ‘JOMO: 놓치는 것의 즐거움’이라는 문구와 함께 집에서 차를 만들며 시간을 보내는 영상을 틱톡(Tiktok)에 게시했는데 이 영상은 2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공감을 얻었다. 틱톡 인플루언서 에탈리 컬버웰 역시 “집에서 보내는 조용한 밤이 더 좋다는 걸 깨달았고, 놓칠까 봐 두려워하던 마음은 사라졌다”며 “JOMO를 사랑한다”는 영상을 올렸고, 이 게시물 역시 100만 회 이상의 조회수와 공감수(하트)를 기록했다. 틱톡 내 해시태그 #JOMO는 약 530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이렇듯 조모 관련 콘텐츠가 높은 호응을 얻는 배경에는 Z세대의 가치관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이전 세대가 경쟁과 과잉 연결 속에서 ‘남들보다 앞서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다면, Z세대는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소셜 미디어에서도 과시보다는 진정성을, 과잉 활동보다는 비워 낸 시간 속에서의 ‘자기 발견’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브랜드들은 점차 속도보다는 균형과 쉼을 키워드 삼아 Z세대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제품과 메시지를 제안하고 있다.
조모를 겨냥한 브랜드 전략
미국의 뷰티 브랜드 제임스 앤 조이는 ‘조용한 밤을 위한 나만의 루틴’을 제안하는 홈케어 키트를 선보였다. 수면 마스크, 아이 마스크, 립밤 등으로 구성된 이 키트는 혼자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Z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정확히 겨냥해 큰 호응을 얻었다. 도미노 피자는 ‘조모의 공식 음식(The Official Food of JOMO)’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광고 캠페인을 통해 집에서 피자를 먹으며 조용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야말로 진짜 여유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호주의 커피 브랜드 모코나는 ‘Me-time’이라는 캠페인을 통해 ‘혼자 조용히 마시는 한 잔’이라는 콘셉트로 개인 아지트 문화를 제안하며 인기를 끌었다. 명품 패션 브랜드 프라다와 발렌시아가는 ‘계획 없는 주말(No Plans Weekend)’이라는 캠페인을 전개하며 조모 트렌드를 감각적으로 표현했다. 모델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는 이미지를 통해 느긋한 라이프스타일의 가치를 시각적으로 강조했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사교 활동보다 정신 건강과 자기 관리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면서 전 세계 웰니스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1월 비영리 기구 글로벌 웰니스 연구소(Global Wellness Institute)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 웰니스 시장은 약 2조 달러 규모로 세계 웰니스 시장(6.3조 달러)의 약 32%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고 그 뒤를 중국, 독일, 일본, 영국 순으로 잇고 있다. 2023년 기준 미국 웰니스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분야는 운동이었으며, 개인 관리 및 뷰티, 건강식·영양·체중감량 분야가 뒤를 이었다. 이는 조모 트렌드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과 소비 가치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 준다.
조모의 시대, 덜 하더라도 나답게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정신 건강을 챙기기 위한 활동으로 독서나 명문장 필사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틱톡에서는 ‘#BookTok’과 같은 해시태그를 통해 책과 관련된 콘텐츠가 활발히 공유되며 하나의 문화로 정착 중이다. 또한 자기 관리와 신체적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운동 관련 콘텐츠 역시 화두가 되고 있다. 특히 ‘#Running’ 해시태그에는 약 5천만 개 이상의 게시물이 올라와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확산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정신적·신체적 웰빙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미국 내 웰니스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Grand View Research)에 의하면 미국 웰니스 시장 규모는 2022년 184억 달러에서 연평균 약 3.8%씩 성장해 2030년에는 약 247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웰니스를 겨냥한 제 품과 서비스는 이제 단기적인 유행을 넘어 장기적인 소비 트렌드로 자리를 굳혀 가는 셈이다.
사실 이 같은 변화는 Z세대뿐만 아니라 전 세대의 공감을 얻고 있다. 조모를 비롯해 그동안 유행했던 슬로 라이프, 디지털 디톡스, 미니멀리즘 등 자극을 줄이고 삶의 본질을 돌아보려는 시도들은 더 이상 특별한 선택이 아닌, 일상 속 라이프스타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다. 따라서 어쩌면 ‘많이 보고, 많이 즐기고, 많이 경험하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오히려 ‘덜 하더라도 나답게, 천천히 그러나 깊이 있게’를 실천하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기 때문이다. 속도보다 방향을, 소비보다 만족을 중시하는 시대로 조용하지만 분명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참이다.


요즘 SNS에서는 독서나 필사, 러닝 등의 관련 콘텐츠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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