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산책 1] 작심삼일 탈출법, 뇌과학에서 답을 찾다: 작심삼일을 극복하는 뇌과학의 비밀
- 준걸 김
- 1월 10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1월 13일
작심삼일을 극복하는 뇌과학의 비밀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어김없이 희망찬 계획을 세운다. 운동, 다이어트, 금연, 독서, 외국어 공부 등 다양한 목표들이 그 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채 가기도 전에 결심은 무너지고 흐지부지되고야 만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열정과 의지력이 점점 약해지면서 예전의 습관으로 돌아가고 마는 것이다. 이른바 ‘작심삼일’이라는 말처럼, 새해 첫날에는 헬스장이 사람들로 붐비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한산해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의 의지력은 지속되지 못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뇌과학적인 관점에서 이유를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글┃강은영 칼럼니스트
뇌 교육 전문 강사

출처 shutterstock
작심삼일은 의지력 문제가 아니다?
작심삼일은 의지력이 약한 사람한테 쓰는 말이다. 결심한 마음이 사흘을 가지 못하고 느슨하게 풀어진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작심삼일인 사람은 정말 의지력이 약할까?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끊임없이 실천하며 습관을 만드는 일이 불가능한 것일까? 필자 역시 오랫동안 작심삼일과 친하게 지내왔다. 작심 하루에서 끝난 적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뇌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새벽 기상과 글쓰기, 운동, 독서 등을 수년간 지속하고 있다. 의지력이 약한 사람도 뇌를 알고, 잘 활용하면 얼마든지 작심삼일과 이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작심삼일은 이미 뇌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이다. 이시형 정신과 의사의 저서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에는 부신피질 방어 호르몬 이야기가 나온다. 아무리 하기 싫거나 힘든 일을 하더라도 3일 동안 부신피질 방어 호르몬이 분비되어 참을 수 있다. 그런데 이 호르몬은 3일이 지나면 신기하게도 딱 멈춰 버린다. 새해 계획들이 번번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작심삼일이 뇌에서 일어나는 당연한 반응이란 걸 알았을 때 적잖이 놀라웠다.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니! 이 사실만 인정해도 마음의 짐이 덜어져 새 출발이 쉬워진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뇌가 변하는 성질인 ‘신경가소성(neuro plasticity)’이 있어서 평생 변화하고 발전한다. 즉 작심삼일도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다.
뇌가 원하는 목표 설정의 법칙
뇌는 가장 복잡한 신체 기관이지만 단순, 명쾌한 것을 좋아한다. 바라는 바가 명백하고 확실해야 헤매지 않고, 목적지를 향해 나아갈 수 있으며 달성 여부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구체적이면서 실현 가능한 목표와 방법을 계획해야 한다. 먼저 다이어트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몇 월 며칠까지 어떤 방법으로 몇 kg을 감량할지, 체지방과 근력을 얼마나 조절할지 명확한 숫자로 목표를 세운다. 단지 계획만 세우지 말고 메모지나 운동 앱에 기록해서 실천 여부를 체크하는 것도 잊지 말자.
다음으로 욕심내지 않고 작은 것부터 시작한다. 우리의 뇌는 신경 가소성이라는 변화의 속성이 있는데, 변화하지 않으려는 성질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래서 변하지 않으려는 속성 때문에 새해 목표를 이뤄내기가 어렵다. 뇌는 체중의 단 2.4%를 차지하지만, 신체 에너지 중 25%를 소모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최소화하려고 한다. 따라서 변화를 시도할 때는 에너지 소모를 줄임으로써 뇌의 저항을 최소화해야 한다.
일례로 다이어트를 위해 갑자기 탄수화물을 끊고 안 하던 운동을 무리해서 하면 에너지 소모가 커져 뇌의 저항이 증가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식사량, 간식, 야식을 먹는 횟수를 줄인 다음 끊는다거나 하루 10분 간단한 운동으로 시작해 서서히 운동량과 시간을 늘려 가야 한다. 갑작스러운 변화는 뇌의 저항을 일으켜 꾸준히 지속할 수 없고 힘들었던 기억으로 인해 다시 시작하기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 된다는 걸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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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회로로 만드는 지속 가능한 습관
마지막으로 새로운 뇌 회로가 생겨서 저절로 될 때까지 실천한다. 새로운 습관을 만들려면 초기에 의식적으로 생각과 행동에 변화를 주어야 하는데, 이는 뇌 신경망의 변화를 의미한다. 뇌는 외부로부터 들어온 정보를 백조 개 이상의 신경망을 통해 처리하는데 생각과 행동을 반복하면 굵은 신경망들이 생긴다. 굵은 신경망들로 이루어진 뇌 회로가 생겨야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익숙한 습관이 만들어진다. 좁고 구불구불한 비포장도로보다 뻥 뚫린 고속도로에서 운전하기가 훨씬 편한 것처럼 말이다.
그동안 ‘나는 의지가 약해, 해 봤자 또 실패할 거야’라며 자책해 왔다면 작심삼일이 뇌과학이라는 사실부터 인정하자. 그리고 뇌가 목적지를 명확히 인식하고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작게 시작해서 새로운 뇌 회로가 생길 때까지 지속해 보자. 새해에 가장 필요한 한 가지를 골라 구체적이면서 실행할 수 있는 목표를 세워 작은 것부터 꾸준히 실천한다면 누구든 작심삼일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작심삼일도, 그걸 넘어서는 힘도 결국 우리의 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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