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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산책] 디지털 시대, 공간의 진화는 어떻게 혁신되고 있는가

  • 작성자 사진: 준걸 김
    준걸 김
  • 9월 6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9월 9일


다양한 상업 공간에서 리움까지, 공간이 던지는 혁신의 해답

멀티 센싱과 디지털 융합, 미래 전시 공간의 필수 조건



세계는 지금 디지털 혁신의 중심에 서 있지만, 오프라인 공간은 여전히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온라인 전환과 첨단 기술이 가속화되는 시대에도, 오프라인 공간은 단순한 제품 관람을 넘어 오감을 자극하고 철학적 체험을 제공하는 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플래그십 스토어 같은 상업 공간에서부터 국립중앙박물관, 리움미술관과 같은 문화예술 공간에 이르기까지, 오늘의 공간들은 디지털과 물리적 경험이 교차하는 최전선에서 새로운 혁신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글 | 이승윤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디지털 문화 심리학자, 『공간은 전략이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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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MZ세대 힐링 스팟으로 전례 없는 인기를 끌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유의 방’ © 국립중앙박물관




예술성과 철학을 담아내는 상업 공간들의 등장

최근 오프라인 상업 공간은 단순한 판매장이 아니라 브랜드 철학을 담아내는 실험적 무대로 진화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제품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에도 오프라인 공간은 사유와 예술적 경험을 전하는 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젠틀몬스터의 모기업 ‘아이아이컴바인드(IICOMBINED co. ltd)’다. 이들은 젠틀몬스터, 탬버린즈, 누데이크 세 브랜드를 전개하며 플래그십 스토어를 예술적 공간으로 연출한다. 2023년 문을 연 탬버린즈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는 미완의 건물처럼 콘크리트 골조를 드러낸 독특한 외관이 특징이다.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 중 실제로 활용되는 공간은 높은 층고의 지하 1층으로, 제품 진열보다 시기별 테마 전시에 초점을 맞춘다. 오픈 초기에는 ‘Viewer in the garden: 생경한 형태의 정원’을 주제로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제품의 영감을 예술적 형태로 풀어냈다. 비슷한 맥락에서 아모레퍼시픽은 북촌에 ‘설화수 북촌’을 열고 1930년대 한옥을 갤러리로 개조했다. 계절에 맞춘 테마 속에서 제품을 예술품처럼 선보이며 브랜드 스토리를 공간 속에 담아낸다.

이들 공간의 공통점은 제품을 단순히 진열하는 대신 예술적 오브제와 조화를 이루게 해 관람객이 마치 작품을 감상하듯 경험하도록 설계했다는 점이다. 결국, 오프라인 공간이 온라인을 넘어서는 힘은 예술과 철학에 기반한 깊이 있는 공간 경험에서 비롯된다.




 사유의 방, ‘멀티 센싱(Multi Sensing)의 실험장

이처럼 오프라인 공간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관람객의 오감을 다채로운 방식으로 자극하는 ‘멀티 센싱’ 전략이 필수적이다. 기업들은 이제 공간을 설계할 때 In(미각·후각을 자극하는, 먹고 마시는 경험), On(촉각을 자극하는, 만지고 착용하고 피부에 닿는 경험), Around(시각·청각을 자극하는 주변의 다양한 경험) 요소를 아우르는 멀티 센싱 자극 물을 전략적으로 구성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대표적인 멀티 센싱 성공 사례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유의 방’이다. 이 공간은 2021년 국보 반가사유상 두 점을 함께 전시하면서 단순히 불상을 눈으로 감상하는 방식을 넘어 관람객이 오감을 통해 작품을 체험하도록 설계되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외부와 단절되는 듯한 어두운 통로가 관람객을 맞이하고 이어지는 공간에서는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는 미디어 아트가 펼쳐진다. 전시실 바닥은 시각적으로는 평평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세하게 기울어 있어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불상을 올려다보도록 유도한다. 발끝으로 느껴지는 미묘한 기울기는 중력의 당김을 체험하게 하고, 현실 세계의 거리감과 높이감을 의도적으로 흩트려 놓는다. 그 결과 관람객은 일상의 감각에서 벗어나 고요한 다른 차원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

기존 전시가 작품의 설명문과 해설에 집중했다면, 사유의 방은 이를 최소화하고 오감을 통한 직관적 몰입에 방점을 두었다. 이러한 실험적 접근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개관 1년 만에 60만 명 이상이 다녀갔고 젊은 세대는 SNS에 ‘불멍’보다 더 좋다는 의미의 ‘반가사유상멍’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이 공간은 단순히 불상을 감상하는 자리를 넘어 ‘두루 헤아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을 오롯이 제공하는 철학적 경험의 장으로 높이 평가받으며, 국내 문화예술계의 최대 화제작으로 자리를 잡았다.




공간의 미래, 새로운 인터페이스로

물론 디지털 전환 시대에는 오프라인 공간만의 가치를 강조하는 것을 넘어 디지털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품고 소화하는 혁신적 케이스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2년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iF Design Award)’에서 수상한 리움미술관의 ‘디지털 가이드’ 앱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은 관람객은 리셉션에서 무료로 갤럭시 스마트폰을 대여해 앱을 실행하면 된다. 앱은 실내 위치 추적 기술(UWB, Ultra Wide Band)을 적용해 관람객이 서 있는 위치를 인식하고, 그 주변의 작품과 설명을 자동으로 안내한다. 특정 작가의 작품을 찾고 싶을 때에는 내비게이션 기능이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원하는 작품까지 쉽게 안내해 준다. 덕분에 관람객은 도슨트 프로그램 시작 시간을 기다리거나 오디오 가이드 기기를 대여할 필요 없이 ‘손안의 맞춤형 도슨트’를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젊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는 자신의 경험을 타인과 공유하기를 좋아한다. 리움미술관은 이러한 성향을 반영해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 SNS에 올릴 만한)’ 요소까지 놓치지 않았다. 서비스 초기에 앱은 관람객이 어느 위치에서 어떤 작품을 가장 오래 감상했는지를 데이터로 기록해 개인 맞춤형 ‘TOP 5 작품 영상’을 제작해 제공했다. 관람객은 미술관을 떠나기 전 ‘엔드 티켓(End-Ticket) 가져가기’ 옵션을 선택해 몇 번의 클릭만으로 자신만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SNS에 바로 공유할 수 있었다.

이렇듯 미래에는 화이트 큐브 역시 단순히 벽 안에 작품을 배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이 전달하는 문화와 디지털 기술을 매개하는 살아 있는 인터페이스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관람 경험이 점점 더 개인화되고 디지털과 오프라인이 긴밀히 연결되는 오늘, 박람회장 역시 어떤 방식으로 변주되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간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점차 역동적이고 확장된 문화 플랫폼으로 성장해 가고 있다.



실시간 사용자 위치를 인식하는 리움미술관의 디지털 가이드 UWB INDOOR MAP 앱 © 리움미술관
실시간 사용자 위치를 인식하는 리움미술관의 디지털 가이드 UWB INDOOR MAP 앱 © 리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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