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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2025] 세계로 번져 가는 그라데이션K, 당신의 K는 무슨 색입니까?

  • 작성자 사진: 준걸 김
    준걸 김
  • 9월 6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9월 9일


경계를 넘어 스펙트럼으로 확장하는 K-콘텐츠

IP를 넘어 EP로, 새로운 경험 재산권의 시대



전시저널은 국내 소비 트렌드의 흐름을 짚어 보는 『트렌드 코리아 2025』를 통해 올해 대한민국의 주요 소비 경향을 조망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한국적인 것’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그 스펙트럼이 확장되는 그라데이션K(Gradation K) 현상을 소개한다. 뷰티, 국악, 푸드 등 다양한 분야로 퍼져 나가는 그라데이션K의 사례를 통해, K-콘텐츠를 활용하는 전시산업이 단순한 트렌드 추종을 넘어 새로운 경험을 창출하는 주역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성을 모색해 본다.



글 | 이혜원 연구위원, 트렌드코리아 소비트렌드분석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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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부터 그릇까지 꼼꼼히 고증해 한국적 감성을 담아낸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한 장면 © 넷플릭스




‘한국적인가, 아닌가’의 이분법을 넘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가 전 세계적인 돌풍을 이어 가고 있다. 공개된 지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시청자 수는 오히려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8월 첫째 주에는 주인공 그룹 헌트릭스의 노래 ‘Golden’이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이는 K팝은 물론, 여성 그룹과 가상 아이돌 아티스트로서는 사상 최고 기록이다.

작품 속에는 한국의 무속 신앙과 저승사자, 민화 속 호랑이와 까치, 서울의 남산타워와 낙산 성곽 같은 실제 장소가 등장한다. 동시에 공연장과 무대 뒤 풍경, 아이돌 그룹의 활동과 팬덤까지 교차하며 전통적 세계관을 가장 현대적인 K팝 서사에 녹여 냈다. 결국 세계인의 보편적 서사인 성장물에 한국적 요소를 버무린 독특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한국 콘텐츠일까? 그렇지 않다. 미국 회사가 제작하고 글로벌 플랫폼이 배급했으며 영어로 만들어진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외국 콘텐츠라 단정하기도 애매하다. 작품의 성공을 견인하는 힘에는 분명 ‘K’라는 한국적 이미지가 작동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이다/아니다’라는 이분법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며, Made in Korea나 Made by Korea가 지닌 의미 역시 나날이 확장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적 정체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 색에서 다른 색으로 자연스럽게 번져 가는 그라데이션(Gradation) 개념이 필요해 졌다. 한국이 다인종·다문화 국가로 변화하고, 세계와 폭넓게 교류하며 경제적·문화적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 속에서 K라는 정체성이 계속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대적 트렌드를 우리는 ‘그라데이션K’라고 부를 수 있다.



스펙트럼을 넓히는 ‘한국적’ 감성

K가 스펙트럼을 넓히는 현상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K뷰티다. 파운데이션은 유색 인종 소비자에 맞춰 20여 가지 셰이드(shade)를 출시하고, 립스틱 역시 다양한 피부색과 화장법에 맞춰 빨강이나 분홍만이 아닌 검은색 계열도 적극적으로 선보인다. 덕분에 한국 방문의 필수 코스가 된 올리브영은 2025년 상반기 오프라인 매장의 외국인 매출 비중이 전체의 4분의 1을 넘어서며 세계인의 화장품 구매처로 자리 잡았다.

KBS <국악한마당> 프로그램에는 독일, 영국, 프랑스 등 다양한 국적의 소리꾼들이 무대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는 외국인이 한국의 소리를 흉내 내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이들은 모두 정식 전수자로서 각자의 문화적 배경과 감성을 담아 판소리와 민요를 재해석하며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K푸드는 김치, 불고기, 비빔밥 같은 대표 메뉴의 확산 차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최근에는 음식을 즐기는 ‘방식’의 공유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의 ‘꿀조합’ 문화는 전 세계 SNS 사용자들 사이에서 하나의 놀이처럼 번진다. 즉석 라면에 자신만의 재료를 추가하거나 편의점의 여러 음료를 섞어 새로운 맛을 만들고, 꿀떡에 우유를 부어 시리얼처럼 먹기도 한다. 그 경험을 숏폼 영상으로 공유하며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까지가 꿀조합의 완성이다. K푸드는 더 이상 정해진 레시피에만 안주하지 않고, 전 세계 소비자들이 각자의 취향에 맞게 변주하고 재창조할 수 있는 하나의 플랫폼이다.

K콘텐츠의 핵심 경쟁력은 한국의 일상적 감성을 얼마나 섬세하게 담아내느냐에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도 식당에서 수저 밑에 냅킨을 깔고, 대중목욕탕에서는 바나나 우유를 마시는 장면이 등장한다. 무심한 일상 속 한국적 습관이 세계 소비자들에게는 낯설지만 친근한 정서로 다가가며 보편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그라데이션K 시대의 전시 기획

바로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역동적으로 확장하는 그라데이션K의 흐름 속에서 K전시는 어떤 함의를 얻을 수 있을까? 글로벌한 전시회를 위해 인기 있는 K콘텐츠를 수동적으로 활용하거나 외국 바이어의 참석자 수를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지금 전시업계에 필요한 것은 ‘재해석’과 ‘확장’을 적극적으로 꾀하는 기획력이다.

이를 위해 우선 전시장은 ‘경험 설계의 장’이 되어야 한다. 전시장은 물건을 보여 주는 공간을 넘어, 콘텐츠의 세계관을 경험하는 체험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에 기획자 역시 단순히 오브제를 나열하는 큐레이터에서 관람객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듯한 몰입형 환경을 구축하는 경험 설계자로 변신해야 한다. 즉, 인간의 오감을 극대화하는 실감형 콘텐츠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관람객과의 상호작용을 강화해야 한다.

다음으로 관람객을 ‘공동 창작자’로 인식하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K콘텐츠의 확산은 수용자의 자발적인 2차 창작과 공유에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전시장은 완성된 결과물을 일방적으로 보여 주는 종착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 관람객이 콘텐츠를 재해석하고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 내는 플랫폼으로 기능해야 한다. 참여형 이벤트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챌린지 공간으로, 전시 부스는 제품과 상호 작용하며 자신만의 경험을 만들어 가는 장으로 확장될 수 있다.

결국, K전시는 기존 K콘텐츠의 지적재산권(IP)을 단순히 활용하는 단계가 아니라 새로운 ‘경험 재산권(EP, Experience Property)’을 창출하는 창작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라데이션K 시대에 K전시가 나아갈 길은 콘텐츠의 인기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그 서사를 공간의 언어로 번역하고 확장하는 데 있다. K콘텐츠와 함께 호흡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갈 때, K전시는 세계 문화 트렌드를 이끄는 또 하나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 SNS에서 놀이처럼 확산되고 있는 한국 편의점 ‘꿀조합’ 문화를 소개하는 뉴스 장면 © KBS NEWS
전 세계 SNS에서 놀이처럼 확산되고 있는 한국 편의점 ‘꿀조합’ 문화를 소개하는 뉴스 장면 © KBS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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