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2025] 이제는 토핑경제 전성시대, 크록스와 요아정의 열풍 요인은?
- 준걸 김
- 1월 10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1월 13일
개인화된 선택이 만드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
전시저널은 국내 소비 트렌드의 방향을 제시하는 ‘트렌드 코리아 2025’를 통해 올해 우리나라의 소비 트렌드를 조명하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는 소비자들이 자신의 필요와 취향에 따라 제품과 서비스를 맞춤화하는 새로운 경제 활동인 ‘토핑경제(All About the Toppings)’를 중심으로, 이와 관련된 기업의 역할과 대응 방안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
글┃이혜원 연구위원
트렌드코리아 소비트렌드분석센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인기에 힘입어 무신사에서 선보인 크록스 출처 무신사
‘어글리 슈즈’에서 전 세계 히트상품이 된 크록스
요즘 길거리, 사무실, 카페 등 다양한 곳에서 크록스를 신은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크록스는 2002년 캐나다 퀘백에서 세계적인 보트 경주 선수였던 스콧 시먼(Scott Seamans)과 그의 친구 린든 듀크 한슨(Lyndon Duke Hanson), 조지 보데커 주니어(George Boedecker Jr)가 ‘물이 잘 빠지는 신발이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 2005년, 창립자들이 경영에서 물러난 후 새롭게 부임한 론 스나이더(Ron Snyder) CEO는 크록스를 세계적인 히트 상품으로 성장시키며 브랜드의 도약을 이끌었다. 하지만 크록스가 처음 출시되었을 당시에는 패션업계에서 큰 혹평을 받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당시 업계 전문가들은 크록스를 ‘어글리 슈즈(Ugly shoes)’라고 부르며 외면했고, 미국 잡지 맥심은 이를 ‘2007년 남성 패 션에 등장한 최악의 10가지(The 10 Best and Worst Things to Happen to Men in 2007)’ 중 하나로 꼽았다. 심지어 타임지는 크록스를 ‘2010년 세계 최악의 발명품 50가지(50 Worst Inventions of the World 2010)’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초기에는 조롱의 대상이었던 크록스가 어떻게 현재와 같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을까. 전문가들은 크록스의 성공 요인으로 ‘지비츠(Jibbitz)’를 꼽는다. 지비츠는 크록스의 신발 구멍에 끼워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액세서리로, 본래 크록스 장식품을 생산하던 액세서리 제조업체의 이름이었다. 크록스는 2006년 이 회사를 인수해 지비츠를 브랜드의 핵심 상품으로 내세웠다. 소비자들은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의 지비츠를 활용해 자신의 취향을 표현할 수 있게 되면서 크록스를 단순한 신발이 아닌,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캔버스’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차별화 전략 덕분에 크록스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랑받는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요아정부터 뾰루지 꾸미기까지, 토핑경제의 확산
크록스 지비츠처럼 이제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본질적인 부분보다 추가적이고 부수적 요소인 ‘토핑’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토핑은 새로운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고 있는데, 토핑이 이렇게 제품의 가치를 좌우하는 트렌드를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는 ‘토핑경제’라고 명명했다.
과거에는 꾸미지 않은 듯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하는 스타일이 유행했다면 이제는 ‘꾸미고, 꾸미고, 또 꾸미는’ 이른바, ‘꾸꾸꾸’ 스타일이 대세다. 가방에 거는 형형색색의 키링, 취향에 맞춰 재질과 색감을 선택해 씌우는 핸드폰 케이스 등은 대표적인 토핑 아이템이다. 최근에는 뾰루지를 꾸미는 새로운 트렌드도 등장했다. 피부과 치료 후 붙인 살색 밴드 위를 보석 스티커로 장식해 오히려 돋보이게 하는 방식이다.
식음료 분야에서도 토핑경제의 흐름은 두드러진다. 정해진 메뉴를 그대로 주문하기보다, 자신의 취향에 맞게 토핑을 추가해 나만의 메뉴를 만들어 먹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요거트 아이스크림 위에 시리얼, 견과류, 과일, 시럽 등을 다양하게 올려 먹는 ‘요아정(요거트 아이스크림의 정석)’은 이미 대세 디저트로 자리 잡았다.

다양한 토핑과 생과일들을 활용해 나만의 조합으로 먹을 수 있는 ‘요아정’ 출처 요아정 홈페이지
동조와 개성의 조화, 토핑경제가 주목받는 이유
그렇다면 토핑경제가 올해의 트렌드 키워드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소비자 효능감’이라는 개념을 살펴봐야 한다. 효능감이란 ‘내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심리’인데, 요즘 소비자들은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내가 이 제품을 완성시켰다!’는 성취감을 느끼고 싶어한다. 완벽히 마무리된 제품을 구매해 정해진 방식대로 사용하는 것보다, 미완성된 제품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튜닝하고 나만의 스타일로 소비하며 처분까지 해야지만 완성된 만족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또한 소비의 가장 큰 동기는 ‘동조’다. 사람들이 특정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 중 상당 부분은 ‘남들이 다 사니까’라는 심리에 기인한다. 하지만 동시에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소비하고 싶어 하는 차별화 욕구 또한 중요한 동인으로 작용한다. 즉, 같은 제품을 구매하면서도 나만의 개성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마음이 강하다. 토핑경제는 이러한 동조와 차별화 욕구를 모두 충족시킨다.
소비자는 특정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동조 욕구를 충족하고자신만의 토핑을 추가해 차별화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록스를 구매하는 행위 자체는 동조의 결과일 수 있지만, 어떤 지비츠를 선택해 신발을 꾸미느냐는 온전히 개인의 개성을 표현하는 과정이다.
브랜드 성공의 열쇠, 토핑경제가 기업에 주는 시사점
토핑경제가 기업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기업은 고객에게 제공하는 제품, 서비스, 혹은 커뮤니케이션 메시지에 어떤 ‘가치(토핑)’를 더해 소비자의 참여를 유도하고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피자의 이름이 페퍼로니 피자, 포테이토 피자 등 ‘토핑’으로 기억되듯이, 토핑은 단순히 맛을 더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의 선택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베이컨 토핑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토핑은 ‘호불호’를 결정짓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마찬가지로 기업이 제공하는 토핑은 소비자 경험의 마무리를 완성하는 역할이다. 소비자는 자신이 선택한 토핑을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더욱 ‘내 것’으로 여기게 되고, 브랜드에 대한 관여도가 높아진다. 이는 곧 높은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진다. 따라서 토핑경제 시대에는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소비자가 상품을 재해석하고 참여할 수 있는 ‘토핑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