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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2025] 디지털과 기후위기 시대, 기업이 고려해야 할 생존 전략은?

  • 작성자 사진: 준걸 김
    준걸 김
  • 3월 18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3월 19일

물성매력과 기후감수성, 기업 경쟁력의 새로운 기준

감각을 살리고 환경을 고려하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


전시저널에서는 매호 한국의 다양한 사회, 문화, 경제적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는 책인 『트렌드 코리아 2025』에 담긴 주제 키워드를 소개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물성매력(Appeal of Materiality)’과 ‘기후감수성(Climate sensitivity)’이라는 두 가지 소비 트렌드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와 그 시사점을 자세히 살펴본다.


글┃이혜원 트렌드코리아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에너지 효율성을 극대화한 소형 모듈러 주택 ‘LG 스마트코티지’ 외부 모습 © LG전자 뉴스룸


물성매력, 디지털 시대의 차별화된 가치

물성(物性)이란 사전적으로 ‘물질이 가지고 있는 성질’을 의미한다. 하지만 물성매력은 단순히 제품의 물리적인 특징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등 다중 감각이 조화롭게 충족될 때 비로소 깊은 만족과 감동을 느낀다. 즉 여러 감각을 자극해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물성매력의 핵심이다. 이는 ‘만지고 느끼려는’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을 충족시키는 요소이기도 하다.

물성매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난해 초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파묘>의 팝업 스토어가 있다. 이 팝업 스토어는 영화 속 주요 배경인 무덤을 실제 젖은 흙과 풀을 사용해 재현하고 음산한 분위기까지 연출했다. 관람객들은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묘지를 찾아 산을 오를 때 느꼈을 법한 냄새와 촉감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나아가 삽을 이용해 직접 흙을 파 보는 경험까지 제공해 영화에 대한 몰입도를 한층 높였다.

기술과 물성을 결합한 사례도 있다. LG전자는 충북 진천에 소형 모듈러 주택 ‘LG 스마트코티지’를 조성했다. 복층 원룸 구조로 설계된 이 주택은 침실, 부엌, 거실 등 일반적인 주거 공간을 갖추고 LG전자의 다양한 가전제품과 스마트홈 솔루션을 완벽하게 구현해 놓았다. 또한 지붕의 양광 패널(PV), 공조 시스템, 에너지 저장 장치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해 에너지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소비자들은 이 공간에서 스마트홈과 에너지 순환 시스템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기술이 실생활에서 얼마나 유용한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처럼 디지털 시대에도 물리적 경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갈망은 여전히 강력하다. 책을 읽는 인구가 줄어들면서 출판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지난해 서울국제도서전에는 약 15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 록 음악의 전성기가 지나갔다지만 록 페스티벌은 여전히 성황이다. 클래식 음악이 위기라고 해도 조성진과 임윤찬 같은 젊은 연주자들의 공연은 연일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현대 소비자들이 소유보다 체험을 중요시하며, 하나의 감각으로 문화를 소비하기보다 오감을 통해 ‘느끼길’ 원한다는 점을 잘 보여 준다.

그렇다. 가상 세계가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은 현실 세계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3차원적 존재다. 물성매력은 디지털과 AI가 주도하는 현대사회에서 ‘물리적 실체’에 대한 본능적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디지털과 현실 세계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소비자들은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한다. 그러나 그 새로움은 단순히 콘텐츠의 변화뿐만 아니라 감각적으로 얼마나 실감 나는 물성을 제공하는지에 달려 있다.


기후감수성,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살아남기

기후 변화는 오랫동안 논의된 주제다. 과거에는 다가올 기후 변화에 대비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당위적, 규범적 접근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미 현실로 닥친 문제에 ‘대응’하는 것이 핵심 메시지로 자리 잡았다. ‘역대 최악의 폭염’ ‘몇십 년 만의 폭우’ ‘예년 대비 최저 기온’ 등 불쾌한 신기록들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기후위기는 더 이상 북극곰이나 남극 빙하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되었다.

이제 지구의 온도를 되돌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가 알고 있던 계절의 개념은 무너졌고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기후에 대한 ‘감수성(感受性)’이 필요하다. 감수성이란 외부 자극을 받아들이고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을 의미하는데, 현재 인류가 직면한 가장 강력한 자극이 바로 기후 변화다.

그 변화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 중 하나는 수능 한파의 소멸이다. 매년 11월 중순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출제 경향과 난이도가 주요 뉴스였지만, 2024년 수능에서는 날씨 관련 보도가 특히 많았다. 서울 기준 최저 기온이 11도를 기록하며 과거와 달리 온화한 날씨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제 수능 당일 시험장 앞에서는 따뜻한 차 대신 시원한 물을 제공하는 풍경이 연출될 정도다.

농업에서도 기후 변화의 영향을 실감할 수 있다. 과거 대구·경북 지역의 대표 농산물이었던 사과는 이제 강원도로 재배지가 북상했다. 지난 10년간 강원도의 사과 재배 면적은 3배 이상 증가했으며, 농촌진흥청은 2070년대에는 강원도에서도 일부 지역에서만 사과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제주도 특산물이었던 망고, 한라봉, 천혜향 등의 재배지는 내륙으로 확대되면서 경북 포항에서도 활발하게 재배되고 있다.

이제 기후감수성은 비즈니스 전략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날씨에 따라 매출이 급변하는 산업은 적극 대응하고 있다. 에버랜드는 비 오는 날 방문객에게 재방문권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통해 SNS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편의점 CU 역시 우천 시 즉시 시행할 수 있는 행사 프로세스를 구축했고, GS리테일은 장마철과 겨울철의 매출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배달 서비스를 강화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기후감수성이 높아질수록 역설적인 문제도 발생한다. 예를 들어 폭염을 견디기 위해 에어컨을 가동하는 것은 개인의 건강을 위한 필수 대응이지만, 실내의 열을 실외로 방출하는 원리 때문에 결국 도심 열섬 현상을 심화시키고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 기업 차원에서도 기후감수성이 중요한 역량으로 떠오르고 있으나, 단기적인 매출과 실적에 집중하다 보니 장기적인 리스크 대응이 미흡한 경우가 많다.

결론적으로 물성매력과 기후감수성은 디지털 혁신과 기후위기 속에서 기업이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모색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러한 트렌드를 고려해 보면 어떨까.


기후감수성을 반영한 CU 편의점의 우천 시 이벤트 행사 © 포켓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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