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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리포트 1] 세 개의 전시를 융합한 FIX, 글로벌 혁신 플랫폼으로 진화하다

  • 작성자 사진: 준걸 김
    준걸 김
  • 9월 6일
  • 5분 분량

최종 수정일: 9월 9일


글로벌 미래 기술 생태계의 설계도 그린 FIX 탄생기

FIX 2024의 성과와 과제, FIX 2025의 도전과 전망



2024년 새해 벽두,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불어온 혁신의 바람은 순식간에 전국을 휩쓸었다. 서울에서 부산, 광주에 이르기까지 도시마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졌고, 대구 역시 그 물결 속에서 빠르게 움직였다. 특히 모빌리티, AI, 로봇, 의료 등 대구의 5대 미래 신산업을 중심으로 거대한 변화의 흐름이 준비되고 있었다. 이 흐름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그해 2월 대구시와 주요 정부 부처, 산하기관의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각기 다른 목소리가 뜨겁게 부딪치는 자리였지만, 논의는 단순한 행사 통합을 넘어 미래 산업 패러다임을 전환할 ‘혁신 기술 플랫폼’ 구축이라는 공동의 목표로 모였다. 이날 열린 킥오프(KICK-OFF) 회의는 합병 선언이 아니라, 대구가 새로운 혁신의 중심으로 도약하겠다는 결연한 약속이었고, 여기서 미래혁신기술박람회(FUTURE INNOVATION TECH EXPO, 이하 FIX)의 탄생이 선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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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 김석범 EXCO 전시전략실 실장



‘FIX 2024’ 개막식 모습
‘FIX 2024’ 개막식 모습


융합으로 태어난 FIX, 혁신 브랜드의 창조

이렇게 출범한 FIX는 2024년 10월 개최를 앞두고 쉽지 않은 준비 과정을 거쳤다. 전시 담당자들의 작업은 마치 영화 <아바타> 속 나비족 전사와 이크란(Ikran)이 신경망(Neural Connection)으로 연결되는 장면처럼, 복잡하고 정교한 상호작용을 요했다. 단순히 서류를 조율하는 수준이 아니라 각기 다른 행사들의 역사·규모·예산·인지도를 모두 아우르며 하나의 유기적 체계로 ‘싱크(Sync)’를 맞춰 나가야 했다.

지난 30년간 엑스코(EXCO)는 매년 25여 개 자체 전시회를 운영하며 지역 산업과 연계된 행사를 성장시켜 왔다. 하지만 FIX는 그와는 다른 차원의 도전이었다. 대한민국미래모빌리티엑스포(8회), 대한민국ICT융합엑스포(11회), 대구국제로봇산업전(13회) 등 각기 뚜렷한 정체성과 역사를 지닌 세 전시를 하나로 융합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단순한 동시 개최 수준으로는 불가능했고 새로운 접근과 과감한 위험 감수가 필수적이었다.

이 과정에서 ‘혁신 기술 플랫폼’이라는 비전이 구체화됐다. 스타트업 아레나 조성과 ‘Innovation Awards(혁신상)’ 신설로 스타트업의 등용문을 마련했고, 체험 중심 프로그램과 공연·관광을 연계해 관람객 경험을 강화했다. 더불어 글로벌 미디어를 초청해 ‘CES 2025 Preview’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해외 기술 트렌드와의 연결성을 강화하고 국제적 주목도를 높였다.

결국 엑스코는 기존 전시의 장점을 하나로 모아 바이어와 관람객 유치를 극대화하는 새로운 브랜드 FIX를 론칭했다. FIX라는 이름에는 ‘융합과 미래 성장, 그리고 패러다임 전환의 플랫폼’이라는 비전이 담겨 있으며, 이는 대구가 혁신의 중심으로 도약하는 상징적 선언이 되었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성황리에 막을 내린 ‘FIX 2024’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성황리에 막을 내린 ‘FIX 2024’

 


산업 간 융합의 현장, FIX 2024

FIX 2024는 미래 모빌리티, 로봇, AI, 스타트업 등 다양한 산업을 연결하며 의미 있는 성과를 창출했다. 자율주행차 기업, 로봇 플랫폼 기업, AI 솔루션 스타트업이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전기비행기 업체가 삼성SDI의 배터리를 실제 기체에 적용했다. 휴머노이드와 사족로봇 제품에는 국내 배터리 제조사의 고효율 삼원계 배터리가 공급되며 기술 융합의 대표 사례로 주목받았다. 이러한 과정에서 AI와 반도체 기술은 미래 모빌리티와 로봇 산업의 핵심 두뇌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FIX 2024는 산업별 네트워킹, 글로벌 미디어 홍보, 바이어 매칭을 통해 기업들의 해외 진출과 신규 판로 개척을 지원했다. 이로써 산업 간 협력과 연계를 강화하며 융합 혁신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좌) 모습 글로벌 미디어존 모습, (우) FIX 혁신상 시상식 모습
(좌) 모습 글로벌 미디어존 모습, (우) FIX 혁신상 시상식 모습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무대, ‘스타트업 아레나’의 가치

FIX 2024는 단순한 전시회를 넘어 혁신 기업 인큐베이터로서의 역할을 강화했다. 글로벌 투자사이자 구글 모기업 알파벳(Alphabet)을 초기에 발굴한 Plug and Play와 삼성 C-LAB이 주도해 조성한 ‘스타트업 아레나’는, 성장한 스타트업이 다시 투자자로 참여해 후배 기업을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현했다. 이를 통해 지역 산업 생태계 전반에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만들어 냈다.

아울러 FIX 혁신상은 ▲미래 모빌리티 ▲ABB(인공지능·빅데이터· 블록체인) ▲로봇 등 3개 부문에서 우수 기업을 선정해 글로벌 시장과 투자자 사이의 연결을 지원했다. 심사 기준은 혁신성, 사업성, ESG 기여도를 종합적으로 반영했으며 총 36개 기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들 기업은 세계 미디어와 투자자 앞에서 기술과 비전을 발표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글로벌 진출의 기회를 크게 확대했다.



대구, 스쳐가는 도시에서 머무는 도시로

대구는 FIX 2024를 계기로 ‘스쳐가는 도시’를 넘어 ‘머무는 도시’로 도약하는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했다. FIX 2024는 단순한 상담과 운영에 그치지 않고, 참가업체와 바이어가 하루 일정을 마친 뒤에도 풍성한 경험을 이어갈 수 있도록 야간 프로그램까지 세심하게 설계했다.

행사 기간에는 대구국제오페라페스티벌 초청작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가 VVIP 방문객에게 문화도시로서의 매력을 선보였으며, 군위 사유원에서는 자연과 건축미를 활용한 네트워킹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또한 근대골목 투어, 수성못 야간 치맥 투어, 대구간송미술관·대구미술관 연계 투어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었고, 주말에는 가족 단위와 타 지역 방문객을 위한 맞춤형 시티 투어도 마련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문화 공연·시티투어 할인, 야외광장 버스킹과 뮤지컬 갈라쇼, ‘대구로택시’ 할인권 등 지역 경제와 연계된 다양한 혜택도 제공됐다.

따라서 과거에는 참관객들이 행사를 마친 뒤 곧바로 떠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기업과 관람객이 머물며 교류와 경험을 확장할 수 있었다. 이러한 프로그램 기획과 실행을 통해 대구는 MICE 도시이자 머무는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고, 엑스코 마이스뷰로실과 한국관광공사는 높은 참여도와 만족도를 근거로 이번 프로그램을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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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종료 후 참가업체와 바이어의 만족도를 높인 다양한 지역 연계 체험 프로그램 모습




FIX 2024, 실전에서 드러난 성과와 과제

제1회였던 FIX 2024는 463개 참가기업, 2,071개 부스, 약 13만 명의 관람객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출발했다.


• 수출 상담 1,636건, 상담액 19억 달러, 계약 추진액 1억9,500만 달러

• 대기업·중소기업 구매 상담 실적

- 바이어 52개사, 참가사 59개사 / 상담 285건, 상담액 655억 달러

• 스타기업관(Star Global Village): 투자IR 9개사 14건, 500만 달러

• 우수 스타트업관 상담 304건(국내 209 / 국외 95)

• PNP엑스포, 스타트업 피칭(25개사), 투자설명회(80개사 200여 명)


현대차·기아·삼성SDI·현대로보틱스 등 국내 대표 기업은 물론, 테슬라·AWS·ABB 등 글로벌 기업도 대거 참여했다. ‘이노베이션 어워즈’, ‘PNP 코리아 엑스포’, ‘글로벌 이노베이터 페스타’ 등 혁신형 콘텐츠가 주목을 받았으며, 해외 11개국 전문 미디어가 취재에 나서 글로벌 홍보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 같은 성과는 지난해 11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한 ‘국가 대표 브랜드 전시회 육성 회의’에서 붐업코리아위크의 성공 사례로 선정되며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실무진의 치열한 고민이 남아 있다. 통합 전시회답게 ‘FIX’만의 고유한 키워드를 분명히 정의하고 각 산업군이 만족할 수 있도록 동선과 배치를 최적화하며, 콘퍼런스와 부대행사의 전문성을 한층 끌어올릴 필요가 있음을 절감한 것이다. 더 나아가 FIX가 ‘어떤 산업 생태계를 대표하고 무슨 변화를 이끄는 플랫폼인지’ 시장에 더욱 명확히 각인시켜야 한다는 과제도 새롭게 부각됐다.


국내 대표 기업은 물론 글로벌 기업이 대거 참여한 ‘FIX 2024’의 모습
국내 대표 기업은 물론 글로벌 기업이 대거 참여한 ‘FIX 2024’의 모습


진화하는 FIX, 글로벌화와 혁신의 새로운 전략

FIX는 이제 단순한 통합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혁신기술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오는 10월 22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FIX는 2회 차를 맞이해 한층 진화된 전략을 선보일 예정이다. 주요 전략은 다음과 같다.


• (글로벌화 추진) 해외 기업 비중을 참가기업의 20%로 확대, 해외 유치 전문그룹 조기 가동, 산업통상자원부의 ‘붐업코리아위크’와 연계해 바이어 초청 규모를 33% 확대, 맞춤형 해외 바이어 초청 전략 추진

• (혁신상 및 홍보) 해외 심사위원단 영입, 수상기업에 대한 혜택과 홍보 지원 체계를 대폭 강화, 실시간 글로벌 미디어 네트워킹 확대

• (콘퍼런스·스타트업) UAM, ABB, 반도체 등 미래 산업 분야 글로벌 연사 초청, 창업 및 투자 지원 모델과 혁신상 수상기업 지원 확대, 글로벌 미디어사와의 파트너십 강화


FIX 2024가 변화의 실험 무대였다면 FIX 2025는 그 변화를 구체화하고 지속 가능성을 입증하는 장이 될 것이다.


오는 10월 대구 엑스코에서 열리는 ‘FIX 2025’ 포스터
오는 10월 대구 엑스코에서 열리는 ‘FIX 2025’ 포스터


FIX, 혁신을 넘어 지속 가능한 플랫폼으로

결론적으로, 수년간 독립적으로 운영돼 온 세 개의 전시회를 하나의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통합하는 일은 막대한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는 작업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인 과제다. 각 전시가 지닌 고유한 정체성과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하나의 브랜드로 조화를 이루는 과정은 서로 다른 퍼즐 조각을 맞춰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해 가는 여정과도 같다. 그럼에도 FIX가 짧은 시간 안에 온전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전시 매니저, 대구시, 유관기관 관계자들의 헌신이 있었다. 상대를 배려하며 움직인 이들의 신뢰와 열정이 없었다면 모두가 만족할 성과를 내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협력과 상호 존중이야말로 FIX 성공 스토리의 가장 중요한 기반이다.

변화는 언제나 시행착오와 불안을 동반한다. 그러나 FIX는 그 과정을 통과하며 ‘혁신’이라는 본질을 재확인했고, 대한민국 기술 산업의 미래 방향을 제시했다. 다가올 FIX 2025는 지난 경험과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글로벌 무대에서도 손색없는 지속 가능한 혁신 플랫폼으로 도약할 것이다.

덧붙여, 하나의 일관된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FIX의 여정은 복잡한 이해관계와 산업적 정체성, 그리고 조직 간 문화가 얽힌 통합의 과정 속에서도 성공했다. 이는 마치 도시 곳곳을 연결하는 지하철, 버스, 고속철, 환승센터 같은 정교한 교통망이 각기 다른 경로를 통해 결국 목적지에 이르게 하듯 산업과 조직, 사람들의 역할이 충돌하지 않고 유기적으로 조율된 결과다.

FIX는 단순히 여러 산업을 한 공간에 모은 것이 아니라 각 흐름이 서로를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상승 효과를 내도록 설계된 ‘연결의 기술’ 위에서 완성된 플랫폼이다. 즉, 모든 요소가 적재적소에 배치되고 긴밀히 연결될 때, FIX는 도시 인프라처럼 ‘이동과 연결의 최적화’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혁신 생태계 속에서 지속적으로 작동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그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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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1976-3174(Online)  / ISSN 1976-3239(Pr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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