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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CES의 역사를 만든 리더, 게리 샤피로의 여정을 돌아보다

  • 7월 3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7월 7일


퇴임한 CES의 대부, 게리 샤피로가 남긴 유산은?

47년의 리더십이 증명한 전시회의 성공 원칙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 CES를 이끌어 온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이하 CTA) 회장 겸 CEO 게리 샤피로(Gary Shapiro)가 지난 4월 말 퇴임했다. 그는 1979년 CTA에 합류한 이후 47년 동안 조직의 성장과 변화를 주도하며 CES를 세계적인 혁신 플랫폼으로 발전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한 시대를 마감하는 그의 여정을 통해 세계 전시산업이 나아갈 방향과 성공의 조건을 되새겨 본다.





기사 원 출처 www.tsnn.com


(좌) ‘CES 2026’에서 연설 중인 게리 샤피로 회장 © CTA (우) 차기 회장 겸 CEO 킨제이 파브리치오와 게리 샤피로 회장 © CTA



법대 졸업생, CES의 전설이 되다

1978년, CTA에 입사한 샤피로 회장은 법대를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이었다. 당시만 해도 그가 세계 전시산업의 역사를 새로 쓸 인물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탁월한 통찰력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조직 내에서 빠르게 두각을 나타냈고, 1991년 CTA 회장 겸 CEO에 올랐다. 변화가 절실했던 시기, 샤피로 회장은 협회와 CES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불어넣었다. 그는 TSNN과의 인터뷰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1990년대 초 경기 침체가 한창이던 시기에 협회를 맡게 됐고, 가장 중요한 과제는 CES를 되살리는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그의 선택은 결과로 이어졌다. CES는 단순한 전자제품 전시회를 넘어 세계 기술산업의 방향을 제시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CES 2026은 14만8천 명이 참관하며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또한 TSNN이 선정한 세계 250대 전시회 가운데 2위에 오르며 글로벌 기술 전시회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리더십

샤피로 회장의 여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그는 Y2K 사태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산업 전반을 뒤흔든 굵직한 위기와 마주해야 했다. 특히 코로나19는 대면 행사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며 CES 역사상 가장 큰 도전으로 다가왔다. 그가 위기를 돌파한 원동력은 과감한 실행력이었다. 그는 행사 중단 대신 온라인 개최를 선택하며 CES의 연속성과 산업 플랫폼 역할을 지켜 냈다. 수백만 달러의 추가 비용이 들었지만, CES 2021을 신속하게 온라인으로 개최한 것은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그는 자평했다. 또한 자신의 저서 『피벗 오어 다이(Pivot or Die)』를 언급하며 “어려운 결정일수록 신속히 내리고, 핵심 가치를 잃지 않으면서도 너무 늦기 전에 적응하라는 교훈을 다시 확인한 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혁신을 모두의 기회로 확장하다

CES는 이제 한 해의 기술 트렌드를 가늠하는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로 자리 잡았다. 라스베이거스에서 공개된 혁신 기술이 이후 글로벌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한 사례도 상당하다. CTA는 HD TV 보급을 주도했고, 전자기기의 ‘비행기 모드’ 도입과 에너지스타(Energy Star) 인증 제도 확산에도 기여했다. 또한 일반의약품 보청기 제도(OTC Hearing Aid, 처방전 없이 구매 가능) 도입을 비롯해 수백 건의 산업 표준과 정책 수립 과정에 참여하며 기술산업의 성장 기반을 다져 왔다.

샤피로 회장은 기술의 사회적 가치 확장에도 힘써 왔다. 2023년에는 유엔(UN)의 ‘모두를 위한 인간안보(HS4A)’ 프레임워크에 ‘기술’을 여덟 번째 핵심 영역으로 포함하는 데 기여하며, 기술이 인류의 안전과 삶의 질 향상에 필수적인 수단임을 강조했다. 이 같은 성과는 끝없이 조직 혁신을 해 왔기에 가능했다. 샤피로 회장은 재임 기간 CTA의 독립성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조직 구성원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다양한 복지·교육 제도를 도입하며 임직원 중심의 조직문화를 구축했다. 무엇보다 샤피로 체제의 CTA와 CES를 관통한 핵심 가치는 ‘포용성’이었다.

또한 그는 소외계층 출신 창업가와 다양한 배경의 인재를 지원하기 위해 1,500만 달러 규모의 기회균등기금을 조성했다. 아울러 고령자와 장애인을 위한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CTA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CES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플랫폼으로 성장시킨 점을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전설은 떠나지만 원칙은 남는다

샤피로 회장은 퇴임 이후에도 전시산업과 기술업계를 향한 목소리를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금도 국내외 리더들에게 “정파적 이익을 넘어 공익에 봉사해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책임 있는 리더십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그가 1991년부터 이끌어 온 CTA는 회원사 수와 매출액, 자산 규모를 10배 이상 성장시키며 세계적인 산업단체로 도약했다. 그 성장의 토대에는 신뢰와 투명성이 자리하고 있었다. CTA는 샤피로의 퇴임을 발표하며 CES가 엄격한 감사 기준을 적용하고 참관객 데이터를 공개하는 등 전시회 운영의 투명성을 꾸준히 강화해 온 점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샤피로 회장은 CES 성공의 비결로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혁신기업을 널리 알리고, 약속을 지키며, 끊임없이 혁신하는 것”이 CES를 세계적인 전시회로 성장시킨 토대였다고 강조했다. 화려한 외형보다 신뢰와 혁신의 축적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오래전부터 후계 구도를 준비해 온 그는 지난 5월 1일 취임한 킨제이 파브리치오(Kinsey Fabrizio) 신임 회장 겸 CEO에게도 깊은 신뢰를 보냈다. 샤피로 회장은 파브리치오를 두고 “기술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꿰뚫어 보는 인물”이라며 “CES를 아이디어와 투자, 혁신과 비즈니스가 융합되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갈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CES의 성공이 결코 특별한 비결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지금 CES가 독보적인 위치에 있지만, 기본에 충실하고 CTA가 걸어온 원칙을 따른다면 어떤 전시주최자라도 세계적인 전시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라고 확신했다.

마지막으로 샤피로 회장은 업계를 향한 조언도 남겼다. 그는 “참가자에게 실질적 가치를 제공하고 투명한 운영으로 신뢰를 쌓아야 한다”라며 “오늘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는 혁신이 일류 전시회를 만든다”라고 말했다.



VOL.131(2026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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