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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산책 2] 알고리즘, 취향 저격인가 취향 평준화인가

  • 작성자 사진: 준걸 김
    준걸 김
  • 2024년 11월 8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4년 11월 12일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그 이면에 대하여


넷플릭스를 켜면 보고 싶었던 영화가 추천 목록에 뜬다. 유튜브는 끊임없이 내 취향에 맞는 영상들을 추천해 준다. 마치 나를 속속들이 아는 친구, 아니 어쩌면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존재처럼 ‘알고리즘(Algorithm)’은 우리 일상 깊숙이 자리 잡았다. 너무나 편리하고 당연해서 그 존재조차 잊고 살때가 많다.

하지만 이 당연함과 편리함 뒤에 숨겨진 알고리즘의 그림자는 없는 것일까? 우리도 모르는 새 알고리즘이 만들어 놓은 정보의 거품 속에 갇혀, 그 영향력 아래 무의식적으로 좌우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것은 과연 우리의 취향을 풍요롭게 하는 ‘취향 저격’인가, 아니면 획일화하는 ‘취향 평준화’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지금부터 함께 시작해 보자.


글┃류한석 소장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

 

일상을 지배하는 알고리즘, 너의 정체를 밝혀라

알고리즘의 개념 자체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련의 절차 또는 규칙, 일종의 ‘디지털 레시피’라고 생각하면 된다. 요리 레시피, 수학 공식 모두 일종의 알고리즘이다. 최근 각광받는 AI 기술 역시 복잡한 알고리즘의 집합체다.

넷플릭스는 어떻게 내가 좋아할 만한 영화를 귀신같이, 마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정확하게 추천해 줄까? 바로 알고리즘, 데이터의 연금술 덕분이다. 과거 시청했던 영화, 검색했던 키워드, 시청 시간, 심지어는 일시 정지나 되감기 횟수까지 당신이 남긴 모든 디지털 발자국은 데이터로 수집되고 분석되어 당신의 취향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의 양분이 된다.

IT 분야에서 알고리즘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간단한 계산부터 복잡한 AI까지, 모든 IT 시스템은 알고리즘에 기반하여 작동한다. 예를 들어, 구글의 검색 엔진은 페이지랭크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검색 결과의 순위를 정한다.

유튜브, 쇼핑몰,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소셜 미디어 등 우리 주변 곳곳에서 이러한 알고리즘이 끊임없이 작동하고 있다. 더 나아가 알고리즘은 단순한 컴퓨터 프로그램 구조를 넘어,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고 발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한 예로,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딥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주행 경로를 결정한다. 챗GPT나 클로드와 같은 생성형 AI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데이터의 양과 질이 향상될수록 알고리즘의 예측 정확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고, 그 영향력은 우리 삶의 구석 구석까지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이러한 발전은 놀라운 편의성을 제공하지만, 그와 동시 알고리즘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예측 불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낳기도 한다. 알고리즘은 과연 중립적인 도구일까, 아니면 우리의 욕망과 편견을 반영하는 거울일까?


취향 저격, 알고리즘이 선사하는 맞춤형 세상

매일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원하는 정보만을 선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알고리즘은 마치 개인 비서처럼, 아니 그보다 더 능숙하게 우리의 시간과 노력을 절약해 주며 원하는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한다. 쇼핑몰에서 취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받고, 뉴스 앱에서 관심 있는 분야의 기사만 나타나고 소셜 미디어에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 이 모든 것이 알고리즘의 마법이다.

때로는 알고리즘이 나 자신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내가 미처 몰랐던 나의 숨겨진 취향, 잠재된 욕망까지 알고리즘이 발견해 주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전혀 관심 없던 음악을 알고리즘 추천으로 듣게 되고 생각지도 못했던 책을 읽으며 새로운 지적 세계를 만나기도 한다.

알고리즘은 여러 분야에서 개인 맞춤형 서비스의 진화를 이끌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는 환자 개개인의 유전 정보, 생활 습관, 질병 이력 등을 분석하여 맞춤형 진단과 치료를 제시하고 교육 분야에서는 학습자의 수준, 학습 스타일,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 맞춤형 교육 콘텐츠를 제공한다. 금융 분야에서는 개인의 투자 성향, 위험 감수 수준, 재정 목표 등을 분석하여 최적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는 등 알고리즘은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편리함과 달콤한 유혹 뒤에는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윤리적 문제와 알고리즘의 불투명성에 관한 논쟁이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취향 평준화, 알고리즘이 드리우는 그림자

알고리즘의 빛나는 표면 뒤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다. 알고리즘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동시에 우리를 정보의 감옥, 즉 ‘필터버블(Filter Bubble)’에 가둘 수도 있다. 필터버블이란 알고리즘이 우리가 좋아할 만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제공하고, 나와 다른 생각이나 정보는 차단하는 현상을 말한다.

마치 온실 속 화초처럼, 우리는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울타리 안에서 편향된 정보만 접하게 되고 세상을 보는 시야는 점점 좁아진다. 다양한 관점과 생각을 접할 기회를 잃어버리고 결국에는 모두가 같은 것만 보고 듣고 생각하는 획일적인 사회, 다양성이 사라진 메마른 사막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문화적 다양성의 상실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다.

알고리즘은 여론 조작이나 가짜뉴스 확산에 악용될 수도 있다. 알고리즘을 교묘하게 조작해 특정 정보를 의도적으로 노출하거나, 가짜뉴스를 진짜처럼 보이게 만들어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적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알고리즘에 의한 차별과 불평등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알고리즘은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기 때문에 기존 사회에 존재하는 편견과 차별을 그대로 반영하거나 심지어 증폭시킬 수 있다. 인종, 성별, 사회경제적 지위 등에 따라 알고리즘이 다른 결과를 도출하고, 이것이 불평등을 고착화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알고리즘과의 공존, 현명한 사용자로 거듭나기

알고리즘은 양날의 검이다. 그 힘을 제대로 활용하면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지만,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우리를 구속하고 조종하는 디지털 감옥의 간수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알고리즘을 두려워하거나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그 원리를 이해하고 현명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마치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숙련된 선장처럼, 우리는 알고리즘이라는 강력한 바람을 이용하여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해야 한다.

알고리즘은 우리가 만들어낸 기술이다. 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전적으로 우리 손에 달려 있다.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편리함을 누리면서도 그 이면에 숨겨진 위험을 경계하고, 끊임없이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의식적으로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나와 다른 생각에도 귀 기울이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필터버블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정보의 바다에서 길을 잃지 않고 우리 스스로 진정한 주인공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알고리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지혜로운 항해법일 것이다.

1. 최근 AI 알고리즘을 크게 강화한 쇼핑 플랫폼을 선보인 구글 출처 구글

2. 테슬라 자동차에 사용되는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수정해 이용한 테슬라 로봇 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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