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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1] 국내 전시산업의 디지털 전환 현황 및 과제

  • 작성자 사진: 준걸 김
    준걸 김
  • 2024년 11월 11일
  • 6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4년 11월 12일

디지털 기술과의 융합 필요성 및 개선 방향 제시

우리나라 무역 전시업계의 4대 단체 중심으로 분석


글┃김영선

경희대 컨벤션전시경영연구소 박사


4차산업혁명으로 대두되는 기술의 발전과 비대면 환경의 보편화를 이루는 단초가 된 팬데믹 이후 세계전시산업은 디지털 전환의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특히, 대면 접촉이 핵심인 전시업계는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생존을 위해 급격한 변화를 겪어야만 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기술이 발전하고 전 산업분야가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는 이 시점에서, 팬데믹이라는 변수가 없었다고 한들 전시산업은 과연 디지털 전환의 급물살을 피할 수 있었을까. 예상치 못한 시기에 디지털 전환에 대한 필요성이나 중요성이 급작스레 커지긴 했지만, 이러한 상황이 아니었더라도 전시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필연적으로 직면해야 할 새로운 도전이었을 것이다.

VIRTUAL MUSEUM. DIGITAL ART. NFT. 출처 shutterstock


하이브리드 전시 시대, 국내 전시산업 분석

세계 전시업계는 대면 접촉이 불가능했던 팬데믹 시기를 거친 후, 현재 많은 전시회에서 오프라인과 온라인 채널을 결합한 형태의 전시회를 운영하고 있다. UFI(세계전시협회)를 비롯한 여러조사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 전시회 참가 만족도는 오프라인 전시회 참여 만족도보다 현저히 낮았고, 많은 참가업체와 주최사들은 온라인 전시회가 오프라인 전시회를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러면서도 모바일 행사 앱, AI 매치메이킹, 리드 추적·관리, 성과(ROI)를 높이는 것과 관련된 기술의 중요도가 특히 높게 나타났고 그것을 위해 예산 및 자원을 편성하고 있다.

본 고에서는 대한민국 무역 전시업계의 4대 단체인 전시장운영자협회, 전시주최자협회, 전시디자인협회, 전시서비스업협회의 관점에서 국내 전시산업의 디지털 전환 현황을 살펴보고 문제점 및 개선 필요 사항을 도출하고자 한다.

 

➊ 전시장운영자, ‘국내 전시업계 디지털 전환의 허브’

전시회는 단순한 상품 전시와 상담을 넘어 체험, 네트워킹, 새로운 관계 형성의 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전시회를 주최하는 전시회 주최사, 물리적 공간을 구성하는 전시디자인협회, 그리고 전시회 준비 및 운영 등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시서비스업체 간의 긴밀한 상호작용이 자리한다. 이렇게 많은 이해관계자의 협력으로 탄생한 전시회라는 상품이 시현되는 핵심 공간인 ‘전시장’이 디지털 전환의 무대가 되고 있다. 팬데믹 이후 비대면 방식의 확산은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 했지만, 역설적으로 물리적 전시장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전시장은 이제 단순히 전시회가 이뤄지는 공간 제공의 역할을 넘어, 디지털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스마트 전시장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전시산업 생태계의 혁신을 이끌어낼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전시장에 디지털 전환과 관련된 인프라가 조성된다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모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IoT 센서, 비콘(위치 정보 전달)을 활용하여 참관객 동선, 관심 분야 등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해 이를 주최자에게 제공한다면 주최자는 이러한 데이터 기반으로 참가업체에게 맞춤형 마케팅 정보를 제시하고, 전시서비스업체는 참관객에게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3D 레이저 스캐닝이나 IoT 센서 네트워크 등을 활용한다면 부스 설치를 위한 실측에 일일이 사람이 직접 방문해야하는 불필요한 과정은 줄이고 부스 설치 과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이를 통해 인력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욱 정확하고 정교한 부스 디자인이 가능할 것이다.

이렇듯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전시장은 디지털 전환의 허브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단순한 물리적 공간 제공을 넘어 데이터 기반 운영, 몰입형 경험 제공, 확장된 네트워킹 기회 창출 등으로 전시산업의 미래를 그려나가는 핵심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는 아직 어려움이 있는 실정이다. 올해 킨텍스가 디지털 전환을 위해 예산을 반영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 이외에 전시장의 디지털 전환에 관한 적극적 대응은 보기 어려웠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한 정책 간담회에서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여러 전시장 대표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국내 전시장은 거의 모두 적자 운영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다. 디지털 전환 관련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과 전시장의 역할을 인지하고 다양한 요구를 받고 있지만, 이를 실제 예산에 반영하고 실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사실, 디지털 전환을 위한 하드웨어적 및 소프트웨어적 인프라 구축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 마련이 필수적이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것을 보며, 전시장의 실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➋ 전시주최자, ‘디지털 전환의 핵심 무버’

미처 대비하지 못한 급격한 변화 속에서 오프라인 중심의 전통적인 전시회 형태는 한계에 부딪혔고, 디지털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디지털 전환의 중심에 서 있는 전시주최자들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전시주최자는 핵심적인 리더이자 혁신의 주체로서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 전시의 본질적인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디지털 전환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핵심 주체인 전시주최자의 디지털 전환 현황은 어떨까. 실제 디지털 전환 관련 조직을 보유하고 적극적인 행보로 뚜렷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주최자는 엑스포럼, 메쎄이상, 이즈피엠피 등 소수에 불과하다. 엑스포럼은 디지털 전환을 위한 수년간의 노력으로 전시산업 전용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다. 메쎄이상의 경우 사내에서 디지털을 이용한 플랫폼을 구축해 운영하는 것은 물론, 데이터 활용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도 했다. 이즈피엠피는 ‘O2Meet’라는 통합 솔루션으로 홈페이지 제작부터 바이어 매칭까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여 판매에 나서며 디지털 전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 같은 몇 개의 기업을 제외하면 전시주최자의 디지털 전환 수준은 아직 초기 단계에도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미진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디지털 전환에 대한 명확한 개념과 이해 부족, 둘째로 디지털 전환 관련 예산 및 자원 부족, 셋째는 정책적 지원 부족, 마지막으로 전시업계의 디지털 전환 관련 전문인력 부족 등이다.

국내외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이 있는 S대표는 전시업계의 디지털 전환에 대해 “국내 전시산업 디지털 전환은 아직 초기 수준도 안 된다. 아직 엑셀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주최사도 많고, 데이터에 대한 필요성도 잘 모르고 있는 주최자도 다수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고, 무엇보다 누군가 전시업계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로드맵을 그려주는 것이 선결되어야 한다. 디지털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려면 정책적으로 마련된 로드맵에 따라 적합한 프로세스를 밟으며 ‘step by step’으로 진행해야 한다. 각자가 미숙한 방법으로 맨땅에서 뒹구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안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전시주최자의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먼저 주최자의 수준에 따라 명확한 디지털 전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실제 전시주최자의 디지털 전환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그렇기에 전시주최자의 실정과 각 전시회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전략으로 단기 및 장기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로드맵 작성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온라인 플랫폼, 데이터 관리 시스템 등 필요한 기술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이처럼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 추진을 위해서는 전시장운영자, IT기업, 마케팅 에이전시 등 관련 기업과의 협력을 통하여 개방형 플랫폼 구축, 데이터 공유, 공동 기술 개발 및 데이터 분석, 디지털 마케팅, 온라인 플랫폼 운영 전문 인력 양성 등이 필요하다. 또한 메타버스, AI, 빅데이터 등 최신 기술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적용해 전시 경험을 혁신하는 것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성과 측정, 이를 토대로 전시회를 개선하는 모든 노력이 어울렸을 때 전시회가 가치를 창출하고 비즈니스의 성장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➌ 전시디자인업,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도전자’

전시업계의 디지털 전환은 전시 부스 디자인업체들에게 가장 큰 도전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업체들은 스스로를 건설업과 전시산업 사이의 아웃사이더로 여기며 주로 오프라인 부스 설치에 집중해 왔다. 이 업체들은 전시 부스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홍보는 물론 홈페이지조차 없는 경우가 다수였다. 그러나 이제 전시디자인업계는 변화해야 할 시점을 맞이했다. 이들 업체는 단순한 부스 제작을 넘어 디지털 기술(인터랙티브 디스플레이, AR/VR, 센서) 등을 디자인과 융합해 참관객에게 몰입형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이고자 노력하고 시도한다면, 전시디자인업체는 물리적 공간과 가상 공간을 융합하는 디지털 전시 경험의 핵심 주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외 전시회 부스 전문가인 Y대표는 “부스디자인 설치분야에 있어 디지털 전환은 너무 먼 얘기인 것 같다. 홈페이지도 없이 전화로만 영업하는 곳이 아직도 존재하는 영역이므로 단순하고 효과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와 필요성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기에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➍ 전시서비스업, ‘다양성 혼재로 맞춤형 전략 필요’

전시서비스업은 전시장운영자, 전시주최자, 전시디자인업과 같이 유사한 업종으로 묶이기 어려운 다양성이 혼재하는 곳이다. 물류·인력·렌탈·IT 등 다채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며 전시회 운영에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업종 때문에 디지털 전환 수준과 기술에 대한 부분도 기업이나 업종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전시서비스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 수준별 맞춤형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전시산업 생태계 구축의 필요성 위와 같이 현재 국내 전시산업의 현황을 살펴본 결과, 전시업계는 전반적으로 디지털 전환의 초기에 있으며 기초적인 디지털 기술 외에 다양한 기술 도입은 아직 미비한 실정이다. 특히 전시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관련된 뚜렷한 목표나 정책지원 방향이 마련되지 않은 데다가 디지털 전환 자체에 대한 중요성 및 필요성의 인지가 부족한 곳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전시업계의 디지털 전환은 자금, 정보, 기술, 인력 부족 등의 원인으로 발전이 미비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준별 맞춤형 지원 정책 마련 등이 필요한 상태다. 또한 전시사업자별로 디지털 전환 수준이 상이하기에, 정책지원 방향 설정 시 먼저 정확한 사전 조사로 적시성 및 적절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전시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단순히 기술 도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시회 기획 및 운영, 마케팅 등 전 과정의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시업계 관련 정부, 기관, 민간, 학교, 연구소 등 모두가 노력하여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전시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힘을 합쳐야한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통합적 접근 필요

먼저 정부 주도로 전시산업의 디지털 전환 로드맵을 수립해 명확한 목표와 실행 계획이 제시되어야 한다. 이후, 이에 따른 맞춤형 지원 정책을 마련하고 산학연 협력 체계를 구축하여 전시업계에 특화된 디지털 기술을 개발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대학 및 전문 교육기관은 현장과 연계한 실무 중심의 커리큘럼을 개발해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이 외에도 디지털 전환 지원 펀드 조성을 통한 관련 산업 육성과 전시산업 전반의 데이터를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 구축 등 다양한 시도가 행해질 필요가 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처럼 전시업계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종합적이고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면,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미래지향적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전환이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전시산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출처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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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1976-3174(Online)  / ISSN 1976-3239(Pr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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