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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현대 미술 전시의 발자취

  • 작성자 사진: 준걸 김
    준걸 김
  • 2024년 11월 8일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4년 11월 12일

근대 유럽의 살롱에서 현대 NFT 아트까지


예술은 시대와 함께 변화해왔다. 예술가들은 시대적 요구에 맞춰 자신만의 창의성을 표현하며, 작품을 선보이는 방식도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과거 유럽의 귀족들이 사교와 문화의 장으로 활용했던 살롱(Saloon)에서부터 오늘날의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가상 전시와 NFT 아트에 이르기까지, 전시의 형태는 시대적 흐름과 맞물려 큰 변화를 겪었다. 이러한 변화는 예술의 대중화와 접근성을 확장하는 동시에, 새로운 기술을 통해 미술 시장의 변화를 촉진했다. 이번호에서는 살롱에서 시작된 전시의 기원부터 현대의 NFT 아트까지, 미술 전시의 발전 과정과 예술가와 관객 간의 교류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살펴본다.

글·사진┃이형주 대표

VM Consulting, 한림대학교 겸임교수

 

18세기 유럽의 살롱 전시 문화 출처 movingclassics.tv


살롱, 예술가들의 교류의 장으로 자리 잡다

18세기 프랑스의 ‘살롱’ 전시는 현대 미술 전시의 기원으로, 예술가들이 대중과 직접 소통하며 작품을 선보이던 중요한 무대였다. 1737년 파리 ‘루브르 박물관(Louvre Museum)’에서 열린 살롱은 미술가들에게 작품을 공개하고 평가받을 기회를 제공하며, 미술의 대중화와 공적 가치를 강조했다. 이는 예술 작품이 제한된 공간을 넘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되는 전환점이 되었다. 당시 살롱은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다양한 예술가들이 교류하는 사교의 중심지 역할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살롱 전시에서는 실내악 연주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오스트리아 작곡가인 프란츠 페터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의 ‘겨울 나그네’ 같은 가곡이나 폴란드 작곡가 프레데리크 쇼팽(Frédéric Chopin)의 피아노 연주는 살롱 전시회에 온 소규모 청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이 음악회는 미술가와 음악가, 그리고 청중 간의 직접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했고 예술가들은 이곳에서 만난 상류층의 후원을 받아 작품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었다. 살롱의 이러한 문화는 당시 예술가들이 서로의 작업에 영감을 주고받는 중요한 교류의 장으로 작용했다.

 

박물관과 갤러리의 시대, 살롱을 넘어서다

살롱 전시 이후, 19세기에는 박물관과 갤러리가 미술 전시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이 시기에는 국가와 공공기관이 주도적으로 박물관을 설립하며 미술을 대중에게 개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1793년 프랑스 혁명 이후 설립된 루브르 박물관이다. 원래 프랑스 왕가의 궁전이었던 루브르는 혁명을 계기로 공공박물관으로 개조되었다. 이곳은 당시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예술품들을 수집하고 전시하며, 대중이 미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루브르의 개방은 다른 국가들에도 공공박물관 설립의 모델이 되었고, 미술이 귀족과 상류층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대중에게 널리 공개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편, 1870년 미국 뉴욕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ropolitan Museum of Art)이 설립되면서 미술 전시의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온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유럽의 박물관 모델을 따라 다양한 미술 작품과 유물을 수집하며,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적 기관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곳은 유럽 미술뿐만 아니라 고대 이집트 미술, 아시아 예술, 그리고 현대 미술까지 다양한 컬렉션을 통해 대중에게 폭넓은 미술 경험을 제공했다. 또한 다채로운 예술 교육 프로그램과 특별 전시를 제공해 대중의 미술 이해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이는 19세기 미국 사회에서 예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미술관이 문화적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처럼 19세기부터 20세기에 걸쳐 설립된 박물관과 갤러리들은 전 세계적으로 미술의 대중화를 촉진하며, 다양한 예술 사조와 작품들이 한곳에 모여 전시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주었다. 이들은 단순히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예술 교육과 연구의 중요한 장이 되었으며 대중과 예술가간의 소통을 강화하는 매개체로 기능했다. 루브르 박물관이 혁명의 정신을 반영하며 공공 박물관의 개척자 역할을 했다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미국에서 예술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미술의 전통과 혁신을 동시에 보여주며 예술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전시의 장으로 발전했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출처 contexttravel.com

 

디지털 기술의 등장, 전시의 혁신을 가져오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미술 전시는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전시 형식이 다변화되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The Met 360°’ 프로그램을 통해 온라인 가상 전시를 선보였다. 관람객들이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미술관을 탐험하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 중심에는 2018년부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관장을 맡아온 맥스 홀라인(Max Hollein)이 있었다. 그는 다양성을 무기로 미술관을 과감하게 개혁해 사람들로부터 호평을 얻었다. 그 결과 2023년부터 CEO 직책도 겸직하게 되었다. 그의 리더십 아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전통적인 미술관의 틀을 넘어서 디지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대중과 새로운 소통 방식을 모색해 왔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넘어선 미술관의 물리적 경계는 전 세계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예술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과 런던 테이트 모던 역시 가상 현실(VR)과 증강 현실(AR)을 활용하면서 전시 공간의 물리적 제약을 뛰어넘는 새로운 예술적 접근을 시도했다. 이는 팬데믹과 같은 상황에서 예술 변화의 접근성을 크게 넓혔고, 전 세계 관람객들이 시간과 공간 제약 없이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디지털 전환은 전통적인 예술의 대중화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의 관람객들에게도 예술 분야에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도록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선보인 가상 전시 ‘THE MET 360°’ 출처 metmuseum.org

 

NFT 아트, 새로운 미술 시장을 개척하다

최근에는 NFT(Non-Fungible Token)*아트가 등장하면서 미술 시장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의 작품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는 2021년 크리스티 경매회사에서 약 6,930만 달러에 판매되며 NFT 아트의 가능성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또한 파리 힐튼 호텔에서는 NFT 전시 진행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예술 수집 문화를 선보였다.

NFT 아트는 디지털 작품에 고유한 소유권을 부여하면서 전통적인 미술 시장과는 다른 형태의 거래와 수집 문화를 이루고 있다. 이는 예술 작품 소유 개념을 새롭게 정의함으로써 디지털 시대의 미술 시장에 새로운 흐름을 제시하고 있다.

* NFT 아트: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과 아트(Art)의 합성어다. 실물로 존재하는 예술 작품이 아닌 미술 작품의 증명서(토큰)로서 실재하는 작품을 일컫는다.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의 작품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 출처 pugetsystems.com

 

예술과 산업 전시의 융합, 전시 문화를 바꾸다

이렇듯 전통적인 미술 전시와 디지털 기술의 융합은 현대예술계의 중요한 흐름을 보여준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구겐하임, 테이트 모던과 같은 전통적인 미술관들은 물리적 공간전시와 디지털 플랫폼을 병행하여 두 형식의 공존을 추구하고 있다. 관람객들이 물리적 공간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며 나아가 더 넓은 관람층에 접근하고 있다. 과거 살롱에서 미술과 음악이 어우러지던 문화처럼, 현대 미술 전시 역시 다채로운 접근 방식을 통해 관람객들과 더욱 깊이 있는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현대 전시 문화는 예술 전시와 산업 전시의 경계를 허물며 융합의 가능성을 열고 있다. 디지털 기술, 가상 현실, 증강 현실 등 혁신적인 기술 발전은 이러한 융합을 더욱 촉진 시켰다. 예술 전시는 감성적 경험을, 산업 전시는 기술과 실용성을 강조하지만, 최근에는 이 두 분야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전시를 선보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CES(Consumer Electronic Show)와 같은 산업 전시에서는 예술적 요소를 활용한 설치미술과 인터랙티브 아트를 통해 관람객의 관심을 끌고 있다.

반대로, 아트 바젤(Art Basel)과 프리즈(Frieze) 같은 예술 박람회에서는 AR과 VR 기술을 활용한 전시가 예술 작품과 함께 소개되며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이 같은 흐름은 전시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단순한 작품 감상에서 나아가 체험과 몰입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앞으로 예술과 산업의 융합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전시가 브랜드, 문화, 기술이 결합된 독창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중요한 플랫폼으로 진화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CES에서 선보인 인텔의 미디어아트 부스 출처 stimulan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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