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포트 2] 세계 식품 전시 무대에 선 한국, 라인메쎄가 만든 글로벌 도약의 장
- 준걸 김
- 9월 6일
- 5분 분량
최종 수정일: 9월 9일
푸드테크·K-푸드의 도약, 전시를 타고 세계로
2025 아누가 전시회 ‘한국, 공식 파트너 국가’ 선정
지속 가능성, 기술 혁신, 건강한 삶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식품산업 전반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대체식품, 스마트팜, 식품 로봇, ESG 기반의 생산·유통 체계 등 ‘푸드테크(Food-Tech)’로 불리는 신기술이 식품산업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K-푸드의 인지도와 위상까지 더해지면서, 글로벌 식품 시장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식품 전시회는 단순한 제품 홍보의 장을 넘어, 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중이다. 기술과 콘텐츠, 문화가 결합된 식품산업을 실질적인 비즈니스로 연결해 주는 전시회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특히, 올해 10월 독일 쾰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식품 전시회인 ‘아누가(Anuga, Allgemeine Nahrungsund Genussmittel-Ausstellung, 이하 아누가)’에서 한국이 공식 파트너 국가(Partner Country)로 선정됐다. 이는 K-푸드와 푸드테크를 세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선보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번 호에서는 아누가 전시회 주최사 쾰른메쎄(Köln Messe)의 한국대표부 라인메쎄(Rheinmesse)를 중심으로, 파트너 국가 선정의 의미와 그 준비 과정을 살펴보고, 라인메쎄의 실무적 역할과 추진 과정을 함께 들여다본다.

세계 최대 식품 전시회, 아누가가 주목한 파트너 국가의 의미
식품산업 분야에서 ‘아누가’는 명실공히 세계 최대 규모의 B2B 전문 전시회다. 2년마다 독일 쾰른에서 개최되는 이 행사는 10개의 전문 전시 테마로 구성돼 식품과 음료산업 전반을 총망라하며, 각국의 식품기업, 유통업체, 바이어, 정책기관, 미디어 등이 집결하는 글로벌 식품산업의 허브로 통한다.
쾰른메쎄가 주최하는 아누가는 ▲유제품 ▲육가공 ▲대체식품 ▲베이커리류 ▲신선식품 ▲냉동식품 ▲음료 ▲유기농 제품 등으로 세분화된 전문관 운영을 통해, 정밀한 바이어 타기팅과 전문 전시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2023년 기준 118개국에서 7,900여 개 업체가 참가했으며, 200개국에서 약 14만 명의 참관객이 방문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아누가가 단순히 전시 공간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파트너 국가’ 제도를 통해 특정 국가의 산업 경쟁력, 문화적 배경, 정책 방향성까지 포괄적으로 조명한다는 점이다.
이 제도는 파트너 국가로 선정된 국가 브랜드를 전시산업의 프레임 속에 전략적으로 녹여내는 방식으로 설계돼, 단순한 전시 성과를 넘어 실제 식품 수출 성과와 함께 해당 국가가 식품산업에서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를 국제사회에 보여 주는 무대가 된다. 아누가 파트너 국가로 선정된다는 것은 단순한 홍보의 기회를 넘어, 그 나라의 식품 정책과 기술력, 문화적 영향력이 유럽 시장에서 신뢰받고 있다는 상징적 신호이기도 하다.

© KOELNMESSE
글로벌 식품산업에서 대한민국 브랜드 입지 강화
이러한 점에서 한국 식품산업의 수출 성과와 기술 경쟁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확실히 인지되기 시작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K-푸드는 K-콘텐츠와의 연계, 한식의 건강한 이미지, 디지털 유통 기반 강화 등을 바탕으로 빠르게 위상을 높여 왔다. 동시에 국내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한 푸드테크, 스마트 유통, ESG 기반의 친환경 포장 및 식품 생산 등은 유럽 시장이 주목하는 차세대 식품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또한, 한국은 전시 기획 역량과 참가기업의 콘텐츠 수준 면에서도 성장을 보여 주고 있다. 전시 실무는 쾰른메쎄의 한국 대표부인 라인메쎄가 총괄하며, 이번 아누가 파트너 국가 프로젝트는 한국식품산업협회(KFIA)가 공식 수행처를 맡았다.
아누가 2025에서 한국은 ‘Sustainable & Smart K-Food’를 테마로, 단순한 제품 전시에 그치지 않고 기술·지속 가능성·문화가 어우러진 종합적 전시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aT, 충남테크노파크, 한국식품산업협회가 운영하는 한국관을 비롯해, 한식 라이브 쿠킹쇼, 푸드테크 스타트업 피칭, VIP 네트워킹 행사, 미디어 브리핑, 정책 세미나 등 다양한 부대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 이를 통해 한국식품산업의 다양성과 깊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전시 플랫폼과 한국 기업을 잇는 라인메쎄
이번 아누가 전시회에서 한국이 파트너 국가로 선정되는 데 있어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곳이 바로 라인메쎄다. 라인메쎄는 세계 10대 전시 주최사 중 하나인 쾰른메쎄와 메쎄뒤셀도르프(Messe Dusseldorf)의 한국대표부로, 주최자를 대신해 참가사, 방문객, 미디어 등을 지원한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유럽과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전시 플랫폼을 연계하고 전문 컨설팅을 제공해 왔다. 주요 전시회로는 쾰른메쎄의 경우 IDS(치과기자재), 아누가(Anuga, 식품), 게임스컴(gamescom, 게임) 등이 있으며, 메쎄뒤셀도르프는 메디카(MEDICA, 의료기기), 프로바인(ProWine, 와인), K(플라스틱), 인터팩(interpack, 포장), 드루파(drupa, 인쇄) 등이 있다. 라인메쎄는 독일 전시회의 오랜 지원 노하우를 동원해 국내 기업들이 전시회를 통해 실제적인 수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전시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한다. 특히 국내 기업이 기술력과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보여 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전시회는 단지 공간이 아닌, 기회와 연결의 전략적 플랫폼’이라는 철학 아래 운영 중이다.
전시, 산업과 산업을 잇는 ‘기회의 관문’으로
2025 아누가에서 한국이 파트너 국가로 선정된 사례는, 한국 식품산업의 경쟁력뿐 아니라 전시산업이 국가 브랜드를 전 세계로 널리 알리는 전략적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실제로 국내 전시회들도 해외 바이어 유치와 국제화 확대를 위해 ‘주빈국 프로그램’ 또는 ‘파트너 국가 특별관’ 운영을 시도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아직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이는 예산, 조직 전문성, 국제 네트워크 부족 등 구조적 한계뿐 아니라 파트너 국가 제도의 본질적 목적과 가치를 충분히 기획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누가의 파트너 국가 제도는 단순한 국가관 설치나 VIP 리셉션을 넘어 전시회의 기조 메시지와 연동된 국가 브랜드 서사를 설계하고 전시 전후의 미디어 파급, 산업 간 협력 기회 창출, 정책 방향과의 접점까지 함께 구성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는 전시회가 산업화된 기획 역량과 글로벌 운영 시스템을 갖추고 있을 때 가능하며, 한국 전시산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중요한 모델이 된다.
전시산업은 더 이상 단독적인 산업군이 아니다. 산업 간 경계를 넘나들며 연결하고 확장하는 ‘산업 플랫폼’이자 ‘성장 인프라’로서 그 역할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에 한국 전시산업이 글로벌 전시산업 구조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전시산업의 본질적 가치와 가능성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주최기관 미니 인터뷰>
라인메쎄, 파트너 국가 사례로 본 K-전시의 글로벌 도약 조건을 분석하다

글 | 박정미 라인메쎄 대표
Q 한국이 2025 아누가 전시회의 공식 파트너 국가로 선정된 배경과 주최사인 쾰른메쎄가 한국을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가?
A 한국의 파트너 국가 선정은 한류(K-Wave)의 열풍과 한국 식품산업의 경쟁력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본다. 글로벌 OTT 플랫폼에서 한국 콘텐츠가 연이어 큰 성공을 거두며, 전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아졌다. 게다가 한국을 대표하는 김치, 된장, 고추장 등 전통 발효식품, 그리고 비빔밥, 나물 등 식물성 기반 식단은 현재 전 세계 식품시장의 주요 키워드인 ‘건강’ ‘비건’ ‘웰니스’ 트렌드에 부합한다.
또한 라면, 만두, 냉동 김밥 등 다양한 간편식이 SNS를 통해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빠르게 확산되면서 한식에 대한 인지도와 선호도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이번 파트너 국가 선정에 중요한 배경이 됐으며, 특히 현재 공식 수행단체인 한국식품산업협회의 신속한 대응력이 이번 파트너 국가 선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Q 파트너 국가 프로그램은 일반적인 전시 참가와 어떤 차이가 있으며, 실제로 어떤 기획과 운영이 이뤄지고 있나?
A 파트너 국가는 해당 국가의 식품산업 전반을 전략적으로 조명하는 제도다. 우선, 파트너 국가에는 기존보다 넓은 전시 면적이 할애되고, 해당국의 대표 식품 기업들의 부스 확보를 적극 지원해 준다. 이를 통해 남양유업, 농심, 대상, 롯데웰푸드, 빙그레, 삼양식품, 샘표식품, 팔도, 풀무원, 하림 등 국내 유수의 식품 기업들이 신규로 참가하면서 종전보다 더욱 다양하고 경쟁력 있는 제품군을 세계 시장에 소개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파트너 국가는 전시 개최 약 6개월 전부터 아누가의 글로벌 홍보 활동 전반에 포함된다. 공식 SNS 채널, 온라인·오프라인 홍보 자료, 글로벌 미디어, 전시장 내 외부 광고물 등 다양한 매체와 장소에서 한국 식품산업과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전면에 노출된다. 뿐만 아니라 정재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는 아누가 개막식(Opening Ceremony)과 글로벌 식품산업 고위 관계자들이 초청되는 ‘아누가 이그제큐티브 서밋(Anuga Executive Summit)’ 등 최고 수준의 네트워킹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이러한 통합적이고 입체적인 노출과 교류를 통해, 한국 식품산업의 브랜드 이미지는 물론 수출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이번 프로젝트에서 라인메쎄는 어떤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지.
A 라인메쎄는 쾰른메쎄의 한국대표부로서 한국 기업과 독일 주최자 간의 실질적인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아누가 파트너 국가 제안부터 계약 세부 내용 검토까지, 매일 주최 측과 미팅을 진행하며 초기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 공식적인 선정 이후에는 주요 행사 및 홍보 활동의 기획·운영을 조율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전시회 참가 성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신경을 쓰고 있다. 또한, 한국 음식과 식문화 관련 주최 측 홍보 자료와 글로벌 미디어 콘텐츠 제작에도 긴밀히 협력하는 중이다. 아울러 한국 식품산업의 특성과 강점이 정확히 반영되고 효과적으로 전달되도록 콘텐츠와 메시지 조정에도 적극 관여하고 있다.
Q 아누가 파트너 국가 사례가 한국 전시산업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이라고 보며, 향후 글로벌 전략 측면에서 필요한 노력은?
A 파트너 국가 제도는 매우 상징적이면서도 효과적인 글로벌 협력 모델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전시 강국인 독일조차도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경우는 제한적이며, 의미 있는 성과를 기대하려면 몇 가지 중요한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해외 비중이다. 다시 말해, 전 세계 산업 관계자들이 집결하는 B2B 국제 플랫폼이어야 하며, 방문객들이 해외 사례에 관심이 높은 산업 분야여야만 파트너 국가 제도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은 해외 비중이 높은 B2B 전문 전시회가 많지 않은 편이다. 따라서 특정 국가를 다각도로 조명하는 파트너 국가 콘셉트를 국내 전시에 그대로 도입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국제 경쟁력을 갖춘 대형 B2B 전시회를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규모와 질적 수준을 높이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특히 글로벌 전시 주최자들이 공통적으로 집중하는 해외 마케팅 활동, 즉 해외 홍보, 해외 유수 참가사 유치, 전문 바이어 프로모션 등에서 역량을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조건들이 갖춰졌을 때, 한국 전시산업이 파트너 국가 제도를 도입한다면 전시회 주최 측과 파트너 국가 모두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윈윈’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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