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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통계] 회복을 넘어 ‘재정의’로, 숫자로 읽는 글로벌 전시산업의 지형도

  • 7월 3일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7월 7일


UFI, ‘2025 세계 전시산업 통계’ 분석 보고서 공개

더 넓은 전시장이 아닌, 더 큰 가치창출이 새로운 경쟁력



세계 전시산업을 설명하는 지표는 다양하다. 전시회 개최 건수, 참가업체 수, 참관객 수, 전시면적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올해 5월, 세계전시산업협회(UFI, 이하 UFI)가 발표한 ‘Global Exhibition Industry Statistics(세계 전시산업 통계, 이하 통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숫자는 의외로 전시장 수였다. 이제 전시산업 경쟁력은 전시장 크기나 전시회의 수보다 가치창출 여부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본고에서는 UFI 최신 통계를 바탕으로 나타난 주요 변화의 의미를 짚어 보고, 세계 전시산업 지형의 변화와 그 의미를 살펴본다.





자료 원 출처 UFI(세계전시산업협회)

 



달라진 세계 전시장 지도를 통해 확인된 새로운 흐름

이번 통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전시장 수의 증가다. 2025년 발표된 ‘글로벌 전시산업 통계’에서는 전 세계 전시장 수가 1,432개로 집계됐다. 그러나 2026년 공개된 최종 통계 보고서에서는 1,530개로 수정됐다. 불과 1년 만에 전시장이 98개 늘어난 셈이다. 이는 단기간에 전시장이 새로 건설됐다기보다, UFI가 전 세계 전시 인프라 현황을 보다 정교하게 재조사하며 데이터베이스를 보완한 결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실제로 전시장 수 증가는 모든 권역에서 확인된다. 유럽은 505개에서 520개로, 아시아·태평양은 432개에서 449개로 증가했다. 북미는 339개에서 372개로 늘었으며, 중남미 역시 83개에서 108개로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아프리카와 중동도 각각 29개에서 33개, 44개에서 48개로 집계됐다. 이는 중국, 인도, 남미의 여러 국가 등에 대한 상당한 업데이트와 함께 중소 규모 시설까지 통계에 반영되면서 보다 현실적인 전시산업 지도가 구축됐음을 의미한다.

무엇보다도 이번 통계는 세계 전시산업의 성장 거점이 어디에 형성되고 있는지를 보다 명확하게 보여 준다. 특히 아시아 지역이 전시면적과 대형 전시장 규모에서 유럽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점은 글로벌 전시산업의 무게중심이 점차 다극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유럽과 아시아, 대형 전시장의 양강 체제

전시산업의 경쟁력은 단순히 전시장 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실제 산업 영향력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전시면적을 보유하고 있는지, 그리고 대형 국제전시회를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얼마나 확보돼 있는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통계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시 수용면적은 1,690만㎡로 세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유럽 역시 1,610만㎡에 달해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다. 반면 북미는 760만㎡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세계 전시산업의 인프라 중심축이 사실상 유럽과 아시아 두 권역에 집중돼 있음을 나타낸다.

특히 이번 보고서에서 주목할 부분은 대형 전시장 분포다.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10만㎡ 이상 대형 전시장 수에서 공동 선두를 기록했다. 그동안 유럽이 전통적인 전시산업 중심지로 평가받아 왔다면, 이제는 중국과 인도,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확장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전시산업의 무게중심이 유럽 단일축에서 유럽과 아시아의 양축 체제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이는 향후 국제전시회 유치 경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충분한 전시면적과 현대화된 시설을 확보한 지역일수록 대형 국제전시회 유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강화되는 아시아 전시 인프라 경쟁 속에서 차별화된 전략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시대, 더 커진 대면 전시의 가치

전시 인프라의 확장과 함께 눈여겨볼 변화는 전시회에 대한 참가업체의 인식이다. UFI의 참가업체 성과지표(KPI) 조사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참가업체 만족도와 충성도, 추천 의향(Net Promoter Score), 전시회 중요도 등 주요 지표는 모두 팬데믹 이전 수준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산업 회복을 의미하지 않는다. 팬데믹 기간에 기업들은 온라인 플랫폼과 디지털 마케팅 수단을 적극 활용하며 비대면 비즈니스 환경을 경험했다. 그러나 다양한 디지털 수단이 확산된 이후에도 실제 거래 상담과 네트워킹, 신제품 검증 등 핵심 비즈니스 활동에서는 대면 접촉의 가치가 여전히 대체되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됐다. 결국 디지털 전환이 전시회의 역할을 축소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면 비즈니스의 차별적 가치를 더욱 부각시킨 셈이다.

실제 참가 목적의 변화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나타난다. 팬데믹 이전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성과 향상이 나타난 분야는 기존 고객과의 관계 강화(+0.68)였다. 이어 신규 브랜드·제품·서비스 출시(+0.56), 신시장 진출(+0.43), 리드 창출 및 타깃 고객 정보 수집(+0.40) 등이 뒤를 이었다. 기업들이 전시회를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라 고객 관계 구축과 브랜드 전략 실행의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결과다. UFI는 이를 통해 전시회가 단순한 마케팅 채널을 넘어 신뢰 구축과 관계 형성의 장으로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즉, 전시산업의 경쟁력은 물리적 공간 자체보다 그 공간 안에서 형성되는 비즈니스 경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전시산업의 경제효과, 숫자로 증명된 산업적 가치

2026년 4월, UFI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는 세계 전시산업 시장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공동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전시산업은 약 1,580억 유로의 직접 지출을 창출했다. 이는 전시회 기획과 운영, 참가업체의 마케팅 활동, 참관객의 여행·숙박 소비 등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이러한 직접 지출은 총 3,930억 유로 규모의 생산효과와 2,270억 유로의 GDP 창출로 이어졌으며, 전 세계적으로 약 430만 개의 일자리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목할 점은 전시산업의 경제효과가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전시회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관광산업, 지역경제를 동시에 연결하며 다양한 경제활동을 유발한다. 이번 통계는 전시산업이 단순한 마케팅 수단이나 행사 산업을 넘어 국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산업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세계 각국이 대형 전시장 건립과 국제 전시회 유치 경쟁에 적극 나서는 이유 역시 이러한 경제적 가치에 기반한다고 할 수 있다.


 

전시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2025)

- 전시회를 개최하기 위해 발생한 금액과 참가업체·참관객의 관련 지출을 기준으로 산출됨

- 전시회 참가를 통해 발생하거나 촉진된 거래액은 포함하지 않음


 

숫자 너머 전시산업의 진짜 경쟁력

이번 UFI 통계는 전시산업이 양적 성장 중심 단계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글로벌 전시산업은 2,270억 유로의 GDP와 43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높은 경제적 가치를 증명했다. 이는 전시산업의 경쟁력이 더 이상 물리적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얼마나 많은 전시장을 보유했는가보다, 그 공간에서 얼마나 많은 비즈니스와 산업적 성과를 만들어 내는가가 더 중요한 지표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북미 지역은 실내 전시면적과 전시장 수는 3위권이지만 경제적 파급효과에서는 1위를 기록했다. 각국이 전시장 확충과 함께 국제전시회 유치, 산업 특화 전시회 육성, 참가자 경험 개선에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전시산업은 인프라 활용도와 경제적 생산성을 경쟁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이번 통계가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세계 전시산업 지도가 다시 그려지는 지금, 한국은 이 흐름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인가.



VOL.131(2026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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