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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프로모살롱, 국내 기업의 국제 전시회 진출을 이끌다


‘휴먼 네트워킹’의 핵심은 결국 디테일의 차이

관심과 애정으로 신뢰의 초석 쌓아



프로모살롱코리아 김선의 대표



프랑스국제전시협회(PROMOSALONS, 프로모살롱)는 프랑스 전시회에 나가고자 하는 우리 기업과 프랑스 전시 주최사와의 교량 역할을 하며 전시회를 전문적으로 홍보하고 마케팅을 하는 기관이다. 대표적인 전시회로는 비넥스포(VINEXPO), 프랑스 국제복합소재전시회(JEC WORLD), 프랑스 국제식품박람회(SIAL) 등이 있다.

김선의 대표는 이 프로모살롱 한국 지사의 대표로 1997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다. 불어를 전공한 것을 계기로 프랑스 대사관 상무관실을 통해 1988년 프로모살롱 입사 후, 김 대표는 올해로 36년째 전시산업에 종사하며 국내 기업의 글로벌 진출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전시회가 기업 홍보에 적합한 최적의 플랫폼이자 산업의 기반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너무 매력적이라는 김선의 대표를 직접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근 30년간 전시산업계에서 일하셨다. 한 우물을 팔 수 있었던 계기나 원동력은 무엇인가?

A 아마도 휴먼 네트워킹, 그 매력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이 개최되는 그 해에 처음 프로모살롱 업무를 맡기 시작했다. 당시 우리나라의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작되었고 경제가 급격히 성장하는 와중에 서울 올림픽까지 개최되면서 해외 교류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됐다. 자연스레 국내 기업들 역시 판로개척을 위해 해외전시회에 대한 관심도 올라갔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 전시회 주최사와 국내 참가업체 사이의 소통 창구가 필요해졌고, 프로모살롱에서 현재까지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는 국내 참가업체들이 높은 비용을 부담하고 전시회에 참여하는 만큼 만족할만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진성 바이어를 발굴, 연결하면서 적극 돕고자 한다. 또한 프랑스 전시 주최사들과 우리나라 기업들 사이의 문화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절충하는 역할도 한다. 물론 쉽지 않은 부분들도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성과를 내는 모습을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수치로 증명되는 과정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 이런 연유로 지금껏 이 일을 계속해오고 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A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 있었던 일은 프랑스 전시회를 국내에 유치했던 순간이다. 2017년, JEC KOREA를 서울 코엑스에 유치했다. 프랑스나 독일 등 해외 주요 전시회의 경우 지역 특성에 맞춰 아시아에 제2의 전시회를 개최하는데, 프로모살롱의 JEC ASIA는 싱가포르에서 9년째 개최되다가 2017년 첫 국내 유치 이후 2021년까지 4년간 국내에서 계속 열렸다. 당시만 해도 한국 경쟁력이 낮았던 터라 굵직한 해외 전시회의 아시아 전이 주로 중국, 인도, 싱가포르에서 개최되었었는데 이를 성공해냈던 것이 가장 보람찼던 순간이다. 팬데믹으로 잠시 멈추게 됐지만 JEC KOREA를 국내에서 다시 만나볼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 중이다.

Q 팬데믹 이후 프로모살롱의 달라진 점이나 성과는?

A 팬데믹 당시 모든 전시회가 취소되며 굉장히 힘들었다. 상황을 타개하고자 프로모살롱 역시 디지털화, 하이브리드 전환, 메타버스 등 온라인 형태로 새롭게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하고 달라진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들을 구상하며 열심히 노력했다.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서 참가업체와 바이어들이 연중무휴로 연결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시도에도 불구하고 ‘접촉과 경험’이 중요한 전시회의 특성상, 그 갈증을 해소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그 후 대면 전시회가 21년부터 다시 열리면서 탑 바이어(Top Buyer) 초청 프로그램을 전담 운영했다. 프랑스 전시회 중 10~15개의 전시회를 선정해서 구매력 있는 진성 바이어들을 지원하는 업무였다. SIAL, VINEXPO, JEC WOLRD 등 프로모살롱의 메인 전시회에 5~6명의 바이어들을 초청해 연결했다. 그들의 잠재구매력을 자극해 출품업체가 전시회 참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왔다. 어려운 상황임에도 강행해서 개최한 전시회였지만 모두 성황리에 끝났다. 그리고 참관객들이 만족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면’ 전시회는 그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음을 느꼈다.

Q 지난 3월 프랑스 파리에서 JEC WORLD 2024(국제 복합소재전시회)가 열렸다. 이 전시회에서 프로모살롱의 역할과 현장 분위기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A JEC WORLD 2024는 전년 대비 업체 참가율 30%가 증가하는 등의 성과를 내며 성황리에 마쳤다. JEC WORLD의 성장세는 ‘복합소재’라는 전시 품목이 한몫한다고 생각한다. 바이어를 엔드 유저 그룹(End User Group, 최종 구매자)이라고 지칭하기도 하는데, JEC WORLD의 엔드 유저가 관심 있는 분야는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주요 산업에 해당한다. 최근 자동차·항공·선박·요트·레이저·풍력 등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이 복합소재가 필수적인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 곳곳에서 이를 활용하기 위한 시도와 관심이 증가하고 있기에, JEC WORLD의 경쟁력이 나날이 기대된다. 국내 기업들 역시 JEC WORLD 2024에 다수 참가했다. 한화첨단소재, 효성, 국도화학 등의 대기업들이 참여했고 한국탄소산업진흥원이 국내 탄소기업 10개 사와 공동으로 한국관을 운영하기도 했다.

프로모살롱은 출품 업체와 바이어 유치, 방문객 홍보 등 마케팅 활동을 진행했다. 효과적인 B2B 미팅을 위해 탑바이어를 선정해 초청하고, 문화 행사와 갈라 디너 등 전시회와 이벤트들을 연계해 이들의 만족도를 높이고자 했다.

또한 단순히 미팅을 주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백그라운드가 되는 여러 마케팅 활동을 사전에 진행하며 업체들과 신뢰 관계의 초석을 쌓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고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Q 프랑스 전시회와 국내 전시회의 차이점은?

A 다양한 부분에서 프랑스와 국내 전시회의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중 참가사, 바이어, 미디어 측면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의 유명 전시회들은 해외업체 참가율이 최소 30%에서 시작해 많게는 90%까지도 된다. 대표적으로 SIAL은 해외업체 참가율이 90%에 달하며, JEC WORLD도 80% 이상에 달한다.

이렇게 해외업체 참가율이 높을 수 있는 건 프랑스 전시회가 역사가 깊고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트렌드에 앞서나가고 산업의 촉매제 역할을 하기 위해 시장과의 네트워킹 및 교육 등을 지속한다는 점을 이유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전시회에서 새로운 기술과 개발, 혁신을 확인할 수 없으면 참관객과 참가업체들은 더 이상 그 전시회를 찾지 않는다. 그래서 전시 주최사는 시장의 트렌드를 리드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면에서 노력한다. 대표적인 예로, 무가지를 발행해 특정 산업 분야에서의 신기술을 알리고 끊임없이 업체들을 발굴해 소개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언론을 대하는 태도도 다르다. 프랑스 전시회는 프레스 존과 VIP 라운지는 항상 별도의 공간을 만들어 제공한다. 기자들이 전시회에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함에 불편함이 없도록, PC 배치 등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려 세심히 신경 쓴다. 기자들이 오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 프레스가 전시회의 입과 눈이 되어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비용을 들여서라도 관리하는 것이다. 사소하지만 콘시어지(Concierge)라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도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콘시어지란, VIP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로 옷과 짐을 맡길 수 있으며, 식당, 관광명소 예약, 택시 호출 등 콜센터와 같은 기능을 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이런 디테일한 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Q 프랑스 전시회의 강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A 이 업계에 있으면서 정말 몇 안 되는 위기 상황이 있었는데 이를 해결하는 모습에서 발견한 위기관리 능력을 들 수 있겠다. 알다시피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는 산발적으로 테러가 일어났다. 안전 문제로 인해 방문객 수는 현저히 떨어졌고 전시회 참가업체 및 참관객 모집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산업을 견인하는 전시회가 어려움에 부닥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프랑스 정부(파리 시)와 상공회의소가 직접 나섰다.

프로모살롱은 이들의 후원을 받아 참여율이 저조해진 우리나라, 일본, 미국 그리고 중국 등 각 나라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전시회에 직접 초청했고 이들에게 전시회와 연관 산업을 시찰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또한 관광 강국임을 살려 에르메스 공방 장인들이 제작하는 모습을 시연하는 등 문화 체험과 전시회를 연결하는 이벤트들을 기획해 이들의 관심을 유도한 동시에 안전한 파리의 모습들을 최대한 살려 인식의 전환을 끌어냈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했던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

Q 올해 예정된 전시회 일정이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A 내년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는 미션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의 술을 VINEXPO의 마스터 클래스 프로그램 중 하나로 포함하고자 한다. 마스터 클래스란 나라별 전통주들과 유럽 현지의 음식을 어떤 조합으로 먹으면 좋을지 소개해 주는 페어링(Pairing) 추천 프로그램이다. 전시회장에서 유럽이나 해외 바이어 및 방문객들에게 한국 음식과 현지 음식이 어떻게 마리아주(Mariage, 프랑스어로 음식과 술의 페어링을 통한 조화를 의미) 될지 교육하는 것이다. 이미 일본의 샤케는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이번에는 중국의 바이주가 처음으로 포함됐다. 소주, 증류주, 막걸리, 과일주 등 다양한 우리나라의 전통주를 잘 홍보해서 전시회 마스터 클래스에서 선보이는 것이 목표이다.

또 올해 하반기는 개최 예정 전시회 일정들로 빼곡하다. 4월 건설장비 박람회(Intermat, 인터마트)를 시작으로 5월에는 비넥스포 아시아(Vinexpo Asia, 와인 전시회), 9월 안광학산업전시회(SILMO)가 예정되어 있다. 더불어 올해 10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되는 가장 큰 전시회인 프랑스 국제식품박람회(SIAL)도 열린다. 12월에는 SIAL India가 야소부미(Yashobhoomi)에서 개최될 계획이다. 이 외 파리 유학 박람회 개최 의뢰를 받아 고민 중에 있다.

한국에 대해 높아진 관심으로 프랑스 학생들의 한국 학교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한국이 주빈국이 되어 학교를 유치해달라는 요청이었다. 크고 작은 전시회들로 프로모살롱 자체적으로도 바쁜 한 해가 될 것 같다.

Q 앞으로 프로모살롱의 운영 계획은?

A 본사 차원에서 ESG에 관해 관심이 높아져 새로운 논의와 고민이 시작됐다. 프랑스에서는 CSR을 불어로 RSE라고 한다. 가장 큰 화두는 역시 지속가능한 성장(ESG)이다. 프로모살롱 본사 자체적으로 전 세계 약 40개국의 모든 지사를 대상으로 각국의 CSR이 어느 정도인지, 중요도는 어떤지에 대한 앙케트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국가별 편차가 상당했다.

독일과 프랑스 그리고 한국은 CSR에 대해 인식 수준이 굉장히 높은 편에 속했으나 남미는 현저히 낮았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탄소 배출을 줄이고 Net-Zero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본사 차원에서 회의와 브레인스토밍 등 계속하는 등 변화하고 있다. “Better Environment, Better Heritage,(더 나은 삶, 더 나은 미래)”라는 말처럼,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전시회 운영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함께하는 것이 정말 필요한 때인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전시산업계에 전하고 싶은 말은?

A 우리나라 전시 주최자분들이 참 여러 가지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열심히 뛰어주시며 애써주신 덕분에 국내 전시회에도 해외업체 참가 비율이 많이 올라가며 성장해 갈 수 있었다. 앞으로는 프로모살롱과도 공조 관계를 형성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잘 구축해 나아가면 좋겠다. 국내 전시회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아시아 대표 전시회로, 더 나아가 글로벌 전시회로 발전하기 위해선 글로벌 네트워킹이 보다 활발해질 필요가 있다. 프로모살롱이 개최하고 있는 전시회와 유사한 산업 분야의 전시회는 서로 오픈마인드로 정보도 교류하고, 벤치마킹도 하며 협력하는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 단순히 서로의 전시회를 참관하는 걸 넘어서, 공동으로 합심해 어떠한 세미나를 기획하거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서로 도와주고 도움받으며 정보를 공유한다면, 어쩌면 기대 이상의 결과가 산출될지 모른다. 우리나라의 전시산업의 성장을 견인하고 발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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