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트렌드 2] 서울 지하철역의 놀라운 변신! 유휴공간을 활용한 ‘펀스테이션’ 프로젝트
- 준걸 김
- 2024년 9월 9일
- 3분 분량
참신한 아이디어로 버려진 공간의 화려한 부활
국내 지하철 역사의 새로운 패러다임 열어
지하철역은 언제나 그저 스쳐 지나던 곳이다. 출발할 때뿐 아니라 도착했을 때도 우리는 곧 역사(驛舍)를 떠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하철역 내부가 아니라 출구 번호에 더 관심을 가져왔다. 그런데 웬일일까, 최근 지하철역이 달라지고 있다. 이제 ‘떠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머물기’ 위해 지하철을 부러 찾아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공간 혁신의 새로운 역사(歷史)를 쓰며 핫플을 늘려가고 있는 서울지하철역사 혁신 프로젝트, ‘펀스테이션(Fun Station)’이 바로 그 이유다. 이 흥미로운 프로젝트에 대해 자세히 소개한다.
서울 지하철 개통 50주년, 펀스테이션 프로젝트 추진
지난 8월 15일, 서울 지하철은 50번째 생일을 맞았다. 1974년 1호선인 종로선이 개통해 서울역에서 청량리역까지 총 9개 역으로 운영을 시작했고, 현재는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340여 개의 정거장으로 몸집을 키우며 성장했다. 또한 깨끗하고 쾌적한 지하철로 전 세계에 입소문이 날 만큼 관리가 잘 된 지하철로도 명성이 높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하철역에 머무는 시간은 대개 짧고 특별한 의미를 찾기 어려운 공간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가운데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초부터 지하철 개통 50주년을 맞아 다양한 아이디어와 콘셉트로 서울 시민들과 국내외 관광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매력적인 역사(驛舍)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명, ‘펀스테이션(Fun Station)’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새로운 시도를 펼치는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지하철 역사 내 유휴공간을 새로운 방식으로 재탄생시켜 지하철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일상에서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드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 첫 번째 시도가 지난해 9월 진행한 ‘숨은 공간 시민탐사대’다. 시청역 아래 숨겨진 공간이 있었다는 걸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서울광장 13m 아래에 숨어 있는 약 1,000평의 공간은 1983년 서울 지하철 2호선 개통 때부터 40년 넘게 방치된 곳이다. 환기가 잘되지 않고 습도가 높은 탓에 활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숨은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시민탐사대를 모집한 것인데, 3분 만에 예약이 꽉 찰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이 지하공간의 쓰임에 대한 ‘숨은 공간 숨 불어넣기: 지하철역사 상상 공모전’도 함께 운영되었다. 이후 서울시는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반영해 전시회, 공연, 워크숍 등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하철 유휴공간의 새 활용법, 팝업 스토어의 성공 사례
민간 기업의 브랜드와 협업한 지하철 팝업 매장도 큰 인기를 누렸다. 지난해 10월, 신당역은 신발 브랜드로 유명한 ‘반스’와 함께 ‘반스 스테이션 신당’이라는 이름으로 신당역 지하 유휴공간에 복합문화공간을 꾸몄다. 먼저 가로 15미터의 대형LED 스크린을 설치해 시민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았고, 약 930평 공간에 커뮤니티 마켓, 반스 팝업 스토어, 스케이트보딩과 뮤직 퍼포먼스 공연 등 다채로운 즐길거리를 꽉 채웠다.
아니나 다를까, 시민들의 반응이 터졌다. 단 이틀간 열린 이 행사에는 1만여 명이 다녀갔다. MZ세대뿐만 아니라 남녀노소할 것 없이 많은 시민이 한데 어우러져 행사를 즐겼다는 후문이다. 신당역은 애초 기획부터 스케이트보드와 결합한 복합문화공간인 ‘하우스 오브 반스 런던(The House of Vans London)’을 롤모델로 삼았다. 이는 반스가 영국 런던시와 협업해 워털루역에 스포츠와 예술을 결합한 문화행사를 열어 화제를 모았던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신당역에서 열린 ‘반스 스테이션 신당’ 디제잉 공연 모습 출처 VANS KOREA
또 지난 5월, 7호선 자양역은 커피 브랜드 카누와 ‘휴식’을 콘셉트로 한 ‘카누 휴식역’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이곳에서는 신선한 커피를 맛보는 것은 물론 고민 자판기, 포토존, 티켓존 등 재미있는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었다. 특히 고민 자판기는 일상의 고민을 선택하면 위로가 담긴 메시지와 함께 그에 맞는 커피 캡슐을 추천해주고 캡슐 커피를 무료로 시음할 수 있었다. 카누 휴식역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잠시나마 마음에 힐링을 주었던 이 행사는 한 달간 약 2만 5천 명이 다녀갔다. 이는 유동 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공간의 가치를 입증하며 유휴공간의 기능 확장까지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식 펀스테이션 1호점 탄생, 계속해서 추가 오픈 예정
이러한 행사에서 자신감을 얻은 서울시는 지난 5월, 펀스테이션 1호점을 5호선 여의나루역에 오픈했다. 이곳은 B1 층부터 M1 층까지 달리기를 테마로 한 ‘러너스테이션’으로, 두 개 층의 일부 공간을 활용해 물품 보관함, 탈의실, 파우더룸, 러닝 체험장 등을 조성했다. 운동화만 있으면 누구나 러닝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된 이 공간은 3개월 만에 2만 5천여 명이 방문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 8월부터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가이드 러닝 클래스를 포함해 언더아머코리아, 프로스펙스 등 민간기관과 연계한 요일별 클래스를 운영한다. 또 9월 말까지 무동력 트레드밀과 전문가 코칭 서비스도 체험할 수 있는 등 점차 수준을 높여가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안으로 7호선 자양역, 2호선 뚝섬역, 6호선 신당역에 펀스테이션을 추가 조성할 계획을 밝혔다. 자양역은 한강공원 입지를 활용해 ‘휴식역’으로, 뚝섬역은 다목적 운동공간 ‘헬시 파트너(Healthy Partner)’로, 신당역은 액티비티 스포츠 중심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단장된다. 내년에는 2호선 시청역과 8호선 문정역에도 펀스테이션이 조성된다. ‘숨은 공간시민탐사대’ 행사가 치러졌던 시청역은 안전을 위해 환기시설을 정비할 계획이며, 문정역은 스포츠와 놀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어른들의 놀이터로 설계될 예정이다.
이처럼 버려진 유휴공간을 과감하고 트렌디하게 변신시키는 펀스테이션 프로젝트는 이제 지하철역을 단순한 이동 공간에서, 시민과 관광객이 머물며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공간으로 거침없이 변모하고 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유휴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들의 삶의 질이 한층 더 높아지길 기대하며, 살기 좋고 펀(FUN)한 도시 서울, 지하철역(Station) 마저 매력적인 서울의 미래가 더욱 궁금해진다.

여의나루역에 오픈한 펀스테이션 1호점 ‘러너스테이션’ 출처 서울시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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